유럽 이탈 속 일대일로 10주년 부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도 어려울 듯
中 리더십 부재 틈탄 영향력 키우기

북한의 군사적 도발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국제 사회와 멀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아세안과 인도 순방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한 글로벌 공조와 함께 공급망 협력 등 경제안보 강화에 매진할 전망이다.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내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과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방문하기에 앞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가 충실히 이행하는 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재정적 수단은 상당 부분 차단될 수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협력을 촉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려는 국제사회의 결의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려는 의지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대한민국 영토 점령'을 목표로 하는 '전군지휘훈련'과 '작전계획'을 김정은이 진두지휘하는 방식으로 한·미·일 공조에 대응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전승절 전일인 지난 7월 26일 무장장비전시회를 열어 무인기를 포함한 신형 재래식 전력을 공개한 데 이어 8월 24일엔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했다. 이어 8월 30일엔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시진핑 주석이 오는 6일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에 불참할 것이란 소식과 함께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실이 연내 개최 가능성을 열어뒀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도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기념하는 제3회 정상포럼에 외교 역량을 올인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열린 제1회 일대일로 포럼에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유라시아 등 28개국에서 정상급 대표단이 참석했고 2019년 제2회 포럼은 세계 37개국 지도자를 포함해 50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해 규모를 키웠다.
일대일로란 시진핑 주석이 집권 초반인 2013년 8월 발표한 중국 정부 주도로 참여국에 도로와 철도를 깔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개발 프로젝트지만 한 축을 담당하는 유럽에서부터 디커플링(분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한 참가국이던 이탈리아는 공식 탈퇴를 선언했고 프랑스·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체코 정상 참석 가능성도 낮아진 상황이다.
이에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일부 선진국 지도자들은 포럼에 초청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 또 그렇다고 개도국과 신흥시장국 정상들이 이번 포럼에 대거 참석할 지도 미지수다. 일대일로가 외국 현지의 여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고리대금 식으로 자국 이익에만 초점을 맞췄던 탓에 돈을 지원받은 개발도상국 상당수가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파키스탄, 스리랑카, 잠비아, 에콰도르, 레바논, 가나, 이집트, 튀니지, 페루, 에티오피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우간다 등이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경제위기에 빠졌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2년까지 최빈국 74개국이 갚아야 할 채무 규모는 350억 달러(약 43조1900억원)에 이르고, 이 중 40% 이상이 중국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다. 금리도 4% 이상으로 공적개발원조에 비하면 초고금리 수준이다. 또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항만·공항 등 운영권을 중국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이미 스리랑카는 14억 달러(약 1조7300억원)가 투입된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중국 업체에 넘겼고 이집트, 우간다, 캄보디아도 주요 자산에 대한 운영·소유권을 잃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아세안 순방에서 이런 상황을 십분 활용한 수출 확대와 공급망 협력 등 경제외교에 주력할 방침이다. 5~8일 체류할 인도네시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구자은 LS회장 등과 함께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이어 방문할 인도에서도 현지에 진출한 기업인들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애로사항과 지원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