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해야"
용산-여당 차별화 전략 통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16 재·보궐선거에서 부산·강화 2곳을 승리하며 위신을 지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첫 육성으로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했다. 당정 관계에 있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김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들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들도 있었고,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며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당내 친한계는 현재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 7명 안팎이 김 여사의 곁에서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한 대표가 재차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에 "한동훈 대표는 내부 총질이라도 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대포를 맞게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많이 해왔다"며 "대통령실을 향한 3대 요구는 이제 기자들에게 흘리듯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말하는 파죽지세"라고 평가했다.

앞서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론에 휩싸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61.03% 득표율을 기록해 김경지 민주당 후보(38.96%)를 약 22%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됐다.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금정구는 당정 지지율 최저치 등 악재가 있었지만 한 대표가 6번 찾으며 선거전에 힘을 쏟았다.

마찬가지로 보수세가 강한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도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가 50.97% 득표율을 기록해 한연희 민주당 후보(42.12%)를 눌렀다. 당초 3선 국회의원과 인천시장을 지낸 안상수 후보가 국민의힘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해 표 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실제 큰 영향은 없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 회동을 앞두고 유리한 입지를 다진 모습이다. 선거 기간 동안 용산과 여당을 분리하는 차별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독대 회동에선 여권의 불안 요소인 명태균씨 파문과 특검법 대응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명씨는 서초동 사저에서 윤 대통령 내외를 여러 차례 만났다고 주장하며 김 여사와의 문자 대화 내역을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선을 긋고 있지만 이준석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씨를 두고 "윤 대통령이 후보 당시 애용했던 '메신저'"라며 "주변에서 (명씨를) 경계하는 사람들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그와 관계없이 계속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명씨 논란을 등에 업고 다음 달을 ‘김건희 정국’으로 만들기 위해 시동을 건 상태다. 11월 말 재표결 목표인 새 특검법에는 명씨와 관련한 공천개입 및 여론조작 의혹 등을 추가할 방침이다.  

친한(친한동훈)계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해결을 대통령에게 강하게 진언할 의지가 있는지'라는 사회자 질문에 "그것은 분명하다"며 "한 대표가 계속 언급했던 것이 일시적인 빈말이 아니고 대통령과 마주 앉아도 그 문제에 대해 기탄없이 다 얘기를 드릴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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