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상에 87년 만에 폐쇄 결정
위기이자 기회 "2위 자리는 누구"

폭스바겐이 부진을 겪으면서 업계 3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폭스바겐이 부진을 겪으면서 업계 3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CNN·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지난 2일(현지 시각) 폭스바겐 그룹이 독일 내에서 최소 2곳의 공장을 폐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폭스바겐이 본국 공장 폐쇄를 검토하는 것은 1937년 설립된 후 87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업계 3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하락세는 중국차의 상승세를 나타내므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자동차산업이 매우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폭스바겐은 포괄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 하고 공장 폐쇄도 이제는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한 개 이상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폭스바겐은 "1994년부터 유지해 온 고용안정 협약을 종료하겠다"며 인력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구조조정 인력이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자동차 업계는 폭스바겐이 부진해지자 글로벌 3위인 현대차그룹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전기차 모델과 하이브리드카를 거느린 만큼 폭스바겐 수요를 일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유럽 시장 판매량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ECA)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유럽에서 총 110만 6467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는 2019년(106만 5227대) 판매 대수를 넘어선 것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점유율 순위는 3년 연속 4위를 유지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는 1~7월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 벽도 뚫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834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데다 오는 4분기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가동에 들어가면 생산능력이 30만대 더 확충된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폭스바겐의 텃밭인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중국 본토에서 '애국 소비'로 폭스바겐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에겐 호재이다. 폭스바겐의 올 상반기 중국 내 판매량은 134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 줄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에도 판매량이 1.1% 줄어드는 데 그쳤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에서 발을 빼 미국과 유럽, 인도로 타깃을 옮겨 중국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부진이 무조건 기회는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세계 시장 공략이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는 중국차가 들어오지 않지만 동남아시아와 남미 유럽 등지에서 맞상대해야 한다. BYD 등은 한국 시장에도 들어올 계획이다. 

일각에선 폭스바겐의 구조조정을 두고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에 전동화 전환이 더딘 유럽 자동차 업체가 무너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YD는 지난달까지 유럽 누적 전기차 판매량 26만 4869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1년 치 판매량(24만 2765대)을 일찌감치 넘어선 상태다. 또한 올해 1~7월 유럽 전기차 등록 대수는 109만대로 1년 전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중국 전기차 등록 대수(8만대)는 21%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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