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 향한 언어 폭력 난무하는 국회"
전문가 "정치 감정으로 하는 것 아냐" 쓴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국회 개원식에 불참석한 것을 두고 야당이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에선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부터 정상화하고 대통령을 초청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이 개원식에 오지 않은 이유는 국회의 행태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전(全) 직원 조회를 주재해 “국회가 이성을 되찾고 정상화하기 전에는 대통령께 국회에 가시라고 할 수 없다”며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와 사이가 안 좋고 푸대접이 예상되더라도 빠짐없이 개원식에 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를 포함한 국회의 막말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심한 게 맞냐는 의문도 나온다. 6일 여성경제신문이 깐깐한 팩트 탐구 코너를 통해 팩트체크한 결과 국회의 막말이 이전에 비해 심하다는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점이 대통령의 불참석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국회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한 막말 중 최근 논란이 됐던 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이었다. 지난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전 의원은 "권익위 간부의 사망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사건 종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김건희, 윤석열 부부가 죽였다"고 외쳤다. 장경태 의원도 "김건희 씨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았냐. 300만원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막말은 21대 국회에서도 쏟아졌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200석 만들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윤영찬 전 민주당 의원의 "윤 대통령, 사실상 쿠데타로 대통령 됐다" 등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이 아닌 여당을 향한 막말이나 기타 물의를 빚은 막말을 보면 그 빈도는 더욱 높아진다. 민형배 더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대표)을 'XX'로 표기하거나,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불임 정당"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막말의 빈도와 수위는 국회의 갈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막말과 혐오 발언 공세가 이전보다 더 심해진 것은 분명"하다며 "한국 정치는 진영 간에 완전히 구조화된 갈등 관계를 구축했다. 22대 국회는 그 정점을 향해서 치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해 7월 3일 발간한 '한국의 정치 양극화 : 유형론적 특징 13가지'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 양극화 기사의 출현 빈도는 2009년 173건에서 2020년 733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보고서는 이 시기에 나타난 정치 양극화의 유형이 '공존과 협력을 어렵게 하는 혐오의 정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1, 22대 국회 이전에 막말 발언이 없거나 심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중도 보수 색채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2016년 1월 26일 '막말·갑(甲)질 의원' 보고서를 공개했었다. 19대 국회의원의 언행을 분석한 것으로 거의 4년 임기 내내 살펴본 자료였다. 통계 결과 전체 의원 중 4분의 1가량인 73명이 막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설 속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던 박대출 의원은 지난 2013년 야당 의원의 대정부 질문을 두고 "종북하지 말고 월북하지"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같은 해 MBC 출신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미친X"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민경욱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18년 파란 모자를 쓰고 투표한 유재석 씨에게 "북으로 가라"는 게시글을 썼으며 2020년 민주당 정치인들을 "씨XX 잡것들", "주사파 떨거지"라 쓴 게시글 등을 공유했다. 2019년 전국적인 대형 산불, 헝가리 유람선 참사에 대한 문 대통령 대응을 두고 "빨갱이",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 칭하며 정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는 당 대변인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문 대통령의 모친상에 비아냥댔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미래통합당 대변인 시절인 2020년 진중권 현 광운대 특임교수와 공방하며 "삶은 소대가리 식의 막말 혹은 똥만 찾는다"고 했다. 또한 2013년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 논란과 같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민주주의를 가장한 귀태"라고 표현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윤 대통령의 불참석은 이례적이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두고 반대를 주장하던 야당과 대립하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이 18대 국회 개원식 참석을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야당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본회의장 밖에서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한 뒤 개원식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4년 뒤 이 전 대통령이 19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할 때는 의석에서 단 한 차례도 박수가 나오지 않은 'MB의 굴욕'이 일어나기도 했다.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15대 국회 개원식 연설 때도 야당은 여당의 '야당 당선인 빼가기'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17대 국회 개원식장에 입장할 때는 일부 의원들이 의석에서 기립하지 않은 채 웃고 떠들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개원식 외에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을 때 야당이 야유·항의·퇴장·피켓 시위를 하는 경우는 많았다. 그럼에도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고 연설했다. 윤 대통령의 불참석이 아쉽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전문가는 막말이 심해진 것은 맞아도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처럼 개원식에 참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국회 불참식은 감정적으로 이해가 가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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