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무리 가는 수동휠체어
장치로 독립 이동 반경 증가

수동휠체어를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 보조장치에 대해 급여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휴대성이 낮고 무게가 비교적 무거운 전동휠체어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수동휠체어를 사용하지만 신체에 무리가 가 동력 보조장치가 필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 제도를 통한 장치 급여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휠체어 동력 보조장치는 수동휠체어에 기기를 부착해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보조기기다. 전방 탈부착형 △후방 탈부착형 △측방 탈부착형 등이 있다. 수동휠체어를 장기간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어깨 통증으로 의료비 지출이 높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이동이 가능한 경우들이 많아 동력장치를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에 따르면 국내 전체 장애 인구 중 이동의 어려움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이 약 117만명, 뇌병변장애인이 약 24만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53.5%는 이동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65세 이상의 노인과 고령 장애인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이는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력 보조장치는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 거리와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직장, 학교 등 사회생활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행복나눔재단에서 동력 보조장치를 사용한 국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휠체어 사용으로 인한 근골격계 통증 경험 유무에서 47.2%가 통증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한 의료비 지출 금액은 25.9%가 1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력 보조장치가 사용자들의 통증 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질문에는 69%가 어깨 보호, 어깨 손상 방지, 어깨 통증 감소 등 긍정적인 영향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이동 반경 확대 16% △독립 이동 반경 증가 7배 △긍정적 심리 증가(행복감 66%, 자존감 58%) 등의 변화도 있었다.
한국장총에 따르면 동력 보조장치의 가격도 약 200만~600만원에 달해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경제적 부담이 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공적제도로의 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동력 보조장치는 공적 급여 제도보다 민간 지원제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총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436명에게 동력 보조장치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상상인그룹과 SK행복나눔재단에서는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동력 보조장치를 약 3000대의 보조기기를 지원했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약 50명, 경기도는 저소득장애인을 대상으로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수동휠체어, 전동휠체어, 의료용 스쿠터 등 이동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공공 지원 제도로는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보조기기 급여비 지급 사업과 고용노동부의 산재 장애인을 위한 재활 보조기기 지원사업, 직업생활을 위한 작업용 보조공학기기 지원 사업이 있다. 이 중 현재 동력 보조장치를 지원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근로 장애인과 국가 보훈 대상자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특정 목적에 따라 지원 대상이 제한돼 있어 모든 장애인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 제도를 통한 동력 보조장치 급여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3일 행복나눔재단,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동력 보조장치 공적제도 진입 방안 모색 세미나를 주최했다. 이날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은 “37년간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며 어깨통증에 시달리다가 동력 보조장치를 장착한 후 자존감 및 자립심 향상, 가족 내의 역할이 확립되어 함께 나들이를 즐기고 해외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뇌병변장애인 문채원 덕성여자대학교 학생은 “동력 보조장치 덕분에 엄마의 도움 없이 야구장을 방문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시구를 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장치 덕분에 넓은 캠퍼스를 자유롭게 누비며 대학 생활을 다채롭게 즐기고 있다. (공적 지원 확대를 통해) 나와 같이 이동 범위가 넓어지는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공진용 나사렛대학교 재활의료공학과 교수도 “동력 보조장치는 수동과 전동 두 개의 휠체어 단점을 극복해 낸 대표적인 장치”라며 “특히 수동휠체어 하기에는 근력이 부족하고 전동휠체어가 너무 무거운 장애아동에겐 중간단계로 효과적인 기기다. 학내에서 친구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임에 따라 심리적‧정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관철 성동느티나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동력 보조장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하다. 동력 보조장치는 키트인데 수동 휠체어 키트가 비싸다. 수동휠체어는 어깨, 팔에 굉장히 무리가 간다. 또 운전하는 장애인 입장에서 전동휠체어는 차에 실을 수 없지만 수동휠체어는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휴대성이 좋다”며 “동행자를 필수로 두지 않아도 스스로 차에 싣고, 목적지에 내려서 혼자 활동할 수 있다.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해지는 등 삶의 질이 개선되므로 급여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