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장기 요양 수급자, 재정난 현실화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 폐지·재산 기준 강화 제안

일본 교토에 위치한 노인 요양원 '고향의 집' 1인실 모습. /김현우 기자
일본 교토에 위치한 노인 요양원 '고향의 집' 1인실 모습. /김현우 기자

지난해 약 107만명의 장기 요양급여 수급자에게 14조원 가량의 급여가 투입됐다. 수급자 본인 부담률 최대 20%를 제외하면 모두 '나랏돈'이 쓰인 셈. 2년 새 공단부담금도 30.7% 폭등하면서 재정 붕괴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기 요양 업계에선 최근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장기 요양급여 재정난은 이미 정해진 미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3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 연보'를 보면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수는 2021년 약 90만명에서 2022년 100만명, 지난해엔 107만명으로 늘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 증가세로 인해 장기 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인원도 덩달아 늘었다.

장기 요양보험은 재가 서비스의 경우 본인부담금 15%, 시설급여는 20%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연평균 급여 총비용은 1727만원. 따라서 실제 본인 부담금은 재산이 적을 경우를 포함해 약 155만원꼴이다. 월 13만원 가량이니 저렴하다. 

다만 재원이 문제다. 본인부담금을 제외하면 모두 일명 '나랏돈'이 빠지는 셈인데, 2023년 기준 재가 급여에 8조 2000억원, 시설 급여에 4조 9000억원이 지출됐다. 국회 예산 정책처 자료를 보면 2026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적자로 돌아선다. 2032년에는 적자 규모만 2조 3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노인 부양가족이 줄어드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영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사회보장재정데이터연구실)이 최근 발표한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노인 의료·요양·돌봄의 통합적 체계 구축의 과제’를 보면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후 2030년부터 2040년대 후반까지 근 20년 동안 의료·요양·돌봄의 욕구가 큰 후기 고령인구와 노인 1인 가구의 증가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르면 의료·요양·돌봄의 욕구가 큰 75세 이상 후기고령인구는 2020년 300만 명대에서 2030년 400만 명대로 증가한다. 2050년에는 1000만 명대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2030년을 시작으로 2040년대 후반까지 근 20여 년 동안 매해 20만~40만 명대에서 큰 폭의 증가세가 진행된다.

사회적 돌봄의 필요도가 크고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1인 가구는 2020년 80만 가구에서 2030년 140만 가구로 증가하고, 2050년에는 311만 가구로 증가한다. 이는 의료·요양·돌봄에 따른 필요한 서비스의 확보와 충당 재정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 폐지·등급별 재산 기준 강화"

장기 요양 현장에선 재정 적자를 막기 위해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 폐지', '등급별 재산 기준 강화' 등을 제안하고 나섰다. 

본지가 지난해 12월 7일 보도한 '[단독] 내년부터 사회복지사의 가족 요양보호사 현장 감독 강화한다'에 따르면 일부 가족 요양보호사가 장기 요양 급여만 지급받고 실질적인 돌봄 서비스는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제도에 투입되는 재정을 아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장기 요양 등급별 재산 기준을 강화해 소득이 높은 집단은 본인부담금 비율을 높이자는 제안도 나온다. 현재는 장기 요양 서비스 수급이 가능한 인원이라면 동일하게 최대 20%의 본인 부담금만 내면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수급자만 본인 부담금을 높여 재정 적자를 막자는 취지다.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장기 요양보험 재정을 줄일 수는 없다"면서 "다만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 등 명확한 관리·감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도를 보완 및 폐지해 새는 재정을 막는 게 우선"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국내 장기 요양보험 시스템은 사회보험인 건강보험과 장기 요양보험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재정사업이 결합되어 있다"면서 "각 서비스 수급자별 재산 기준을 강화해 재정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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