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짓는데 20조, 세제 혜택으론 안 돼"
"미국 보조금 없으면 투자 전략 재검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국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세제 혜택을 넘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보조금을 안 준다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 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첨단 반도체 팹(생산공장) 1곳을 건설하는 데 20조원 정도가 든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지금 상황이 잘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며 시장에서 반도체의 성능 향상을 요구하다 보니 "20조원을 투입해 공장을 건설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설비 투자를 해야만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사실상 독점공급을 하면서 매출이 늘고는 있으나 설비 투자 비용도 상당히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그래서 정부에서도 뭔가를 해 줘야 하는데 '알아서 혼자 하라'라고 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입장이다. 

최 회장은 미국 대선 결과로 인한 변동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불확실성이 증대돼 우리의 행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하며 "보조금을 안 준다면 저희도 (투자 전략을) 완전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 회장은 "AI 관련 시장은 미국이 제일 크고 앞으로도 주도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이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후보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미국 공장 신설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근거가 되는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친환경 사기"라고 비판하며 법안 폐기 및 축소를 공언해 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5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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