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공소 취소 청탁 논란
직접적 영향 불충분
어대한 기류 계속돼

몇 시간 후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 결과 발표된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결선 투표의 실시 여부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워낙 곡절이 많았다. 한동훈 후보와 나경원 후보 그리고 원희룡 후보 간의 다툼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이런 다툼 덕분에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4명의 후보 중 상대적으로 득을 본 후보는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윤상현 후보다. 가장 이성적인 입장을 취해 국민에게 합리적이라는 인상을 줬을 뿐 아니라, 지역 정치인에서 일약 중앙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동훈-원희룡 두 후보 간에 치열한 공방을 벌일 때도 윤상현 후보는 비교적 합리적인 스탠스를 취해 돋보였고, 한동훈-나경원 후보가 이른바 ‘공소 취소 청탁 논란’을 두고 격렬하게 맞붙었을 때도 윤상현 후보는 이성적인 입장을 취해 호평을 받았다.
반대로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 그리고 나경원 후보는 지나치게 격렬한 싸움을 벌여 자신들의 이미지를 스스로 실추시킨 측면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니 당원과 국민의힘 지지층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 7월 19일부터 시작된 당원 선거인단 3일 차 투표율은 45.98%. 작년 3·8 전당대회 셋째 날 투표율인 53.13%보다 7.15%포인트 낮은 수치다. 낮은 투표율은 한동훈 후보에게 유리하지는 않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심과 당심의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투표율이 낮을 경우, 투표한 이들 중 상당수가 고령자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고령층에서의 한동훈 후보의 지지는 그리 견고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한동훈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당대회 막판에 불거진 ‘공소 취소 청탁’ 논란도 한 후보에게 호재라고 볼 수는 없다. 물론 한동훈 후보가 재빠르게 사과하기는 했지만, 사과 직후 논란은 오히려 증폭됐다. "(공소 취소 청탁이)아니 그게 개인 차원인가?", "제가 제 것만 빼달라고 그랬느냐?"는 나경원 후보의 질문에 한동훈 후보는 “네”라고 답했는데, “네”라는 한마디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공소 취소 청탁 논란’은 국민의힘 당원뿐 아니라, 보수층이면 누구나 부적절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해당 논란은 21대 국회 당시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신설’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들이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저지하려다가 불거진 몸싸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이 밀어붙인 ‘선거법 개정’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천문학’이 정치 분야에 ‘진입’하게 됐다. 바로 ‘위성 정당의 탄생’이 그것이다. ‘위성 정당의 탄생’과, 민주당마저 신뢰하지 못하는 ‘공수처 신설’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에 27명의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이 재판에 회부됐고, 이에 대한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는 것은, 보수층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를 ‘폭로’했고 그것도 모자라 청탁이 ‘개인적 차원’이라고 주장했으니, 한동훈 후보는 상당한 악재를 스스로 만든 셈이 됐다. 그렇다면 이런 악재가 전당대회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궁금해진다. 악재라면, 당연히 악영향을 미쳐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해당 악재가 터진 시점이 전당대회 막판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최소한 3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즉, 악재가 발생했다고 이것이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사안이 전당대회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해당 사안 때문에 결선 투표가 치러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투표율은 한 후보에게 약간 불리하지만, 공소 취소 논란은 큰 영향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결국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 그러니까 흥미진진한 것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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