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중요도 커졌으나 발전 미진한 한국
단순 지적 노동 AI가 대체, 교육 바꿔야
실리콘밸리 중심에 모두가 뛰어들 때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가 포시즌스 호텔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가 포시즌스 호텔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차상균 서울대학교 교수는 명함을 두 개 가지고 다닌다. 하나는 자신이 창립한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특임 교수 명함이다. 그는 현재 퇴임한 상태지만 제자를 양성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가교육위 디지털 AI 교육 특별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다른 명함 하나는 실리콘밸리와 국내기업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할 때 쓰인다. 'FREEDOM of INNOVATION VENTURES'라고 소개된 명함은 인공지능(AI) 기술에 소외된 한국 기업과 인재들을 모아서 실리콘밸리 중심에서 네트워크를 쌓고 글로벌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다.

2024년 우리는 세상 어느 곳에서나 AI를 볼 수 있다. TV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책에서도 AI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처리할 수 있는 생성형 AI인 챗GPT 등장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기업적인 측면에서도 발전이 미진한 상황이다.

차 교수가 명함 두 개를 가지고 다니며 국내외를 뛰어다니는 이유다. 여성경제신문은 AI 기술에 대한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차 교수를 만나 한국 AI 기술 수준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을 구했다.

— 인공지능, 빅데이터, 데이터사이언스란 개념이 혼재되면서 사람들이 개념 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초적인 설명 부탁드린다.

"한국도 출발은 늦은 편이 아니었다. 서울대학의 빅데이터 연구원이 공식적으로 문을 연 것은 2014년 4월이었다. 구글이 딥마인드 테크놀로지 사(DeepMind Technologies: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머신러닝에 특화된 회사)를 4억 달러에 인수한 시기와 일치한다. 

당시 하루빨리 전문 인력을 확보해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을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정부에서 28명의 신규 교수 정원을 지원해 줘서 2020년에 공식적으로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이 문을 열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입학정원을 석사 80명, 박사 30명으로 두 배로 늘려줬다."

차 교수는 단순한 지적 노동은 AI가 대체하므로 이제는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기자
차 교수는 단순한 지적 노동은 AI가 대체하므로 이제는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기자

— AI 기술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다. 'AI로 인해 실업자가 증가할 것이다'부터 시작해 심지어 '초인공지능의 발명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단순한 지적 노동은 이 AI에 의해서 대체되는 과정이며 이는 생산성을 더욱 높여준다는 것이 여기저기서 증명되지 않나. 이런 상황에 대처하려면 교육을 바꿔야만 한다. AI가 할 수 있는 일보다는 기계가 잘 못하는 걸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결국에는 창의성 교육이 중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저 사람은 어떻고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라는 식의 지인지감(知人之鑑)이다. 반면 AI는 그렇지 않다. 사람이 볼 땐 어떤 측면에선 주관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는 기술과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것이 데이터 사이언스의 핵심이다." 

차 교수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만든 챗GPT의 경우 워낙 다양한 데이터가 있다 보니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용자가 질문을 했을 때 문제에 맞는 데이터만을 뽑은 뒤 그 데이터를 이용해 다시 LLM이 대답하도록 하는 것이 최근 AI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 인공지능 시대를 좌우할 머신러닝의 경우 한국이 밀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적 추세와 비교했을 때 냉정하게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한국도 AI 투자가 이뤄지긴 했지만 투자의 규모와 스피드가 선도국가에 비해 떨어진다. 옛날하고는 다르다. 십몇 년 전에는 미국도 대학 내에서 교수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연구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뛰어나다 싶으면 벤처 캐피털(venture capital, VC)을 이용한다."

차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의 벤처 스타트업인 '투게더 에이아이'(Together.ai)라는 회사가 2년 만에 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Unicorn)으로 퀀텀 점프한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그곳 회사의 최고 기술 책임자(CTO)를 초청해 강연을 들어보았다. 직원도 몇 명 안 되는 회사지만 스탠퍼드 교수가 두 명 있는 등 핵심 인재들이 마음을 합친 결과물이었다"며 "한국도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의 심장인 스탠퍼드 대학로에 위치 한 하나 하우스(HANA HAUS) /사진=차상균
실리콘밸리의 심장인 스탠퍼드 대학로에 위치 한 하나 하우스(HANA HAUS) /사진=차상균

차 교수는 AI 모델이 다양한 경영 시스템에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심장 스탠퍼드 대학로에 위치한 하나 하우스(HANA HAUS) 역시 그가 이뤄낸 창업의 흔적이다. 지난 2002년 실리콘밸리의 실험실 벤처에서 그가 개발한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독일 시가총액 1위 기업인 SAP가 인수한 후 이 기술을 바탕으로 그가 주도해 개발한 '하나'(HANA)는 SAP의 모든 비지니스를 바꿨다.

최적화 기술, 중요한데도 국내 관심 부족
미국 실리콘밸리 통해 기술 발전시켜야

차 교수는 한국의 부족한 AI 발전을 염려했다. 현재 시장은 반도체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병렬연결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통합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그래픽 처리장치(GPU)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과 학생들의 수준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 차 교수의 지적이었다. 그는 "생성용 AI를 어떻게 최적화시키고 어떻게 학습을 시켜야 할지를 항상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해도가 부족한 한국 상황에 답답함을 느껴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일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한국이 AI 분야에서 이류, 삼류 국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항상 연결점이 있어야 하고 자본과 기술 교류도 활발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에서 지난해 KT 사장 공모에 응시하면서 데이터와 AI를 클라우드에서 한 그릇에 담는 국내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 페이스북에 공개하신 KT 직무계획서 가운데 "생성형 AI의 민주화 시대 즉 데이터만 잘 모으면 누구나 AI 설루션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일반 국민도 기술적인 접근이 가능한가?

"일반 국민도 AI를 잘 활용할 수 있으려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데이터 사이언스는 전공 학생들만 배우는 과목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알아야 하는 교양 과목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그런 식으로 교육이 바뀌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마치 영어처럼 하나의 세계 공용어로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도 엄청난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 사실 참고할 만한 문헌이란 것도 딱히 없다. 이런 흐름을 잘 타고 사업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 AI를 따라잡기 위해선 국민의 인문적 소양도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빅데이터가 곧 국력인 시대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시작된 후 미국이 중국의 과학 기술 통제를 인공지능 원천 기술까지 넓혔다. 데이터 주권을 지켜내는 것을 넘어 넓히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이미 학계에선 중국인 AI 학자 따돌리기도 본격화됐다. 이제 과학기술 분야에서 순수한 국제 협력을 도모하던 때는 끝났다고 본다. 네이버와 라인야후 사태는 겉으로 드러나는 일각일 뿐이다. 인공지능시대 데이터 안보가 곧 국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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