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7월부터 완화
대형마트 새벽배송도 가능해져···전국 확산 기대
"점포 기반 새벽 배송, 사업 효율성은 미미”
“유통법 개정돼야 공정한 경쟁 이뤄질 것”

서울 서초구가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유통업계에선 규제 완화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이미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장악한 새벽배송 시장에서 관련 사업을 활성화시키기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서는 서울 서초구는 지난 1월 28일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 27일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의 영업제한 시간을 기존 오전 0~8시(8시간)에서 오전 2~3시(1시간)로 변경하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했다.
이에 오는 7월부터 서초구 내 4개 대형마트(이마트 양재점·롯데마트 서초점·킴스클럽 강남점·코스트코 양재점)와 33개의 준대규모점포(롯데슈퍼·홈플러스) 등에서 새벽 배송을 포함한 전면적인 온라인 영업이 가능해진다.
이번 조치로 기존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유통을 제약해왔던 영업시간 제한이 사실상 해제되면서 이마트·롯데마트·킴스클럽 등 주요 대형마트들은 "규제 형평성과 소비자 편익 관점에서 정책과 제도가 개선돼가는 과정"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기존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경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오전 0시부터 새벽 시간대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유권 해석에 따라 해당 시간대에 창고에서 상품을 출고해 온라인 주문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도 영업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사이 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주요 거점 지역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두고 신선식품 등 다양한 상품을 시간 제약 없이 새벽 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유통시장에서 입지를 키워왔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 쇼핑 수요가 높아지고 새벽배송을 확대해온 이커머스 업체들은 점차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입지를 뛰어넘게 됐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유통 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4년 27.8%에서 지난해 12.7%로 10년 전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은 28.4%에서 50.5%로 크게 성장했다.
이에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이커머스와의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대형마트 온라인 새벽배송 허용과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오는 29일 끝나면서 법안 폐기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서초구가 지방자체단체의 법적 권한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유통업계는 전국 지자체로 규제 완화 움직임이 확산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랜 기간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금지해온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 등 신규 인프라를 구축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미 수년간 이커머스 시장에 소비자를 빼앗긴 대형마트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자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비용 절감에 돌입했는데 신규 투자를 실행하기에는 부담이라는 입장인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일단 서초구만을 대상으로 새벽배송을 당장 시행하는 것은 어렵고 새벽배송 허용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된다면 여러 사업 효율성 등을 검토해야한다"면서 "다만 이미 새벽배송 수요가 온라인 위주로 구축이 된 만큼 서비스 경쟁을 위해 비용 투자하는 것은 부담이고 사업 효율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행정예고는 영업제한 시간 조정이기 때문에 단순히 새벽배송 사업 여부보다도 점포 및 지역 상권 상황에 따라 영업시간을 시간을 앞당기거나 늦추는 등 차등화 시킬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롯데의 이커머스 업체인 롯데온은 지난 2022년 새벽배송 사업을 접었고, 대신 지난 1월부터 익일배송 서비스인 '내일온다'를 시행하고 있다. 이마트의 SSG닷컴도 새벽배송을 확대하려했으나 2022년 말 대전 및 충청권 새벽배송을 종료하고 현재 서울 및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대형마트·익스프레스의 점포망과 온라인 배송망을 통해 당일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킴스클럽의 경우 강남점 권역에서 킴스오아시스몰을 통해 새벽배송을 이미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커머스 쇼핑 수요의 증가, 쿠팡·알리 등 해외 초저가 직배송 플랫폼의 국내시장잠식이 확대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배송시간 규제 완화는 소비자의 선택 폭 확대와 유통업계의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해외 이커머스들의 국내 진출 등 급변하는 유통 시장 환경에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만 규제하는 건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다“며 ”결국 유통법을 개정해 규제가 완전히 철폐돼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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