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서울지방시대위원장 인터뷰]
‘1인당 25만원 지원’에 13조원 필요
아르헨티나行 전철 자원도 없는 韓
“민생 더 어려워지는 마약 같은 돈”

경제학자는 지원금 세례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데 동의한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수습하는 단계에 있는데 한국만 또다시 코로나19 발발 당시 양적완화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을 일컫는 페론주의를 상기시킨다. 사진은 2020년 10월 17일(현지 시각) 페론주의 등장 75주년을 기념하는 '충성의 날' 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시위대는  '페론주의' 부활을 자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경제학자는 지원금 세례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데 동의한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수습하는 단계에 있는데 한국만 또다시 코로나19 발발 당시 양적완화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을 일컫는 페론주의를 상기시킨다. 사진은 2020년 10월 17일(현지 시각) 페론주의 등장 75주년을 기념하는 '충성의 날' 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시위대는  '페론주의' 부활을 자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이 4년여 만에 중요 의제로 등장했다. 총선 전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역대급 여소야대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입법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안마저 구상 중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정부의 지원금 세례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데 동의한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수습하는 단계에 있는데 한국만 또다시 코로나19 발발 당시 양적완화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을 일컫는 페론주의를 상기시킨다.

“경제를 살려서 일자리를 만들 생각은 안 하고 모르핀 같은 마약 주사를 더 놓겠다고 하는 것인데 경제학자로서 매우 우려됩니다.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처럼 가는 겁니다. 그 나라들은 자원이라도 있잖아요. 자원 없는 한국 경제는 더 급속도로 붕괴할 가능성이 있어요.”

16일 오정근 서울지방시대위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지원금 공약 실천은 아르헨티나행 열차를 타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물가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9.4%를 기록했다. 전달 물가(287.9%)보다 더 상승했다. 아르헨티나 물가는 1990년 3월 역대 최고치인 2315%를 기록했다. 이는 ‘남미 좌파’로 통하는 페론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9.4%를 기록했다. 전달 물가(287.9%)보다 더 상승했다. 아르헨티나 물가는 1990년 3월 역대 최고치인 2315%를 기록했다. 이는 ‘남미 좌파’로 통하는 페론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베스팅닷컴
아르헨티나의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9.4%를 기록했다. 전달 물가(287.9%)보다 더 상승했다. 아르헨티나 물가는 1990년 3월 역대 최고치인 2315%를 기록했다. 이는 ‘남미 좌파’로 통하는 페론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베스팅닷컴

1940년대와 1970년대 후안 도밍고 페론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대중 주의를 정치적 이념으로 두고 공공지출을 급격히 늘렸다. 재정의 압박에 부딪칠 때는 통화량을 늘렸다. 물가는 1975년 7월 177%를 넘어섰고 그로부터 1년 후 475.8%를 찍었다. 오 위원장은 한국이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돈을 막 풀었다가 망한 나라로 두 나라를 손에 꼽지요. 하루에 물가가 300%씩 오르기도 했어요. 당시 사진 보면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나 돈이 그냥 거리에서 흩날리고 있어요. 화폐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거예요. 월급 한 달 뒤에 받아봤자 물가가 1000% 이상 올라가 있으니까. 일자리 창출이 안 되면서 베네수엘라 같은 경우는 300만명이 걸어서 고국을 탈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여소야대 활용 입법부 단독으로라도 추진
고물가는 가계 이자 부담·기업 투자 저조

민주당은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반대하면) 특별법의 형태로라도 만들어서 이것을 추진하는 방향을 깊이 있게 고심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정책위가 보고를 했다”면서 지체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는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와 여당의 경제 정책 우선순위는 물가 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민주당표 특별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맞불을 놨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25만원 지원금 지급은 결국 13조원 규모의 통화를 시중에 풀게 되는 셈이 된다. 오 위원장은 서민들에게 역풍이 불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민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금융비용이거든요. 자영업자 대출만 1100조원이 넘었습니다. 지원금 지급으로 물가가 올라가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돼요. 오히려 서민에게 큰 부담이 증가하는 겁니다. 2인 가족 기준으로 당장에 50만원을 원샷으로 지급받는 게 문제가 아니죠.”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 투자는 정체된다. 조달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총 6번의 추경을 단행했고 지원금이라는 명분으로 총 78조8000억원 규모의 돈을 국민에게 안겼다.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돈을 풀어댔고 결국 고물가로 인한 고금리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모두가 물가를 조정하는 지금 한국의 정치권만 돈을 다시 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도 총 6번의 추경을 단행했고 지원금이라는 명분으로 총 78조8000억원 규모의 돈을 국민에게 안겼다.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돈을 풀어댔고 결국 고물가로 인한 고금리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모두가 물가를 조정하는 지금 한국의 정치권만 돈을 다시 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기업에 투자가 안 되면 일자리가 없어져요. 일자리가 없으면 민생은 더 어려워지죠. 그런데 지금 입법부에서는 (정책을)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법을 만든다고 하니 경제학자로서 안타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 경색에 주요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지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3월 1억9000억 달러(한화 약 229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구제 법안을 통과시켰고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듬해 2월까지도 0% 금리를 유지, 매월 1200억 달러 국채를 매입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도 총 6번의 추경을 단행했고 총 78조8000억원 규모의 돈을 지원금이라는 명분하에 국민에 안겼다.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돈을 풀어댔고 결국 고물가로 인한 고금리 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모두가 물가를 조정하는 지금 한국의 정치권만 돈을 다시 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정근 위원장은 주요국이 물가를 조정하는 지금 한국의 정치권만 돈을 다시 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 /오정근 
오정근 위원장은 주요국이 물가를 조정하는 지금 한국의 정치권만 돈을 다시 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 /오정근 

“전 세계가 물가가 안정되면서 금리를 낮추고 있고 미국도 물가가 떨어지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오히려 돈을 더 풀어 물가가 올라간다고 하면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 경제만 붕괴할 수 있다는 겁니다. 포퓰리즘에 매몰돼 있는 정치인들 보면 걱정이 됩니다. 경제라고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권력만 잡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들도 살기가 팍팍해졌기 때문에 당장 돈 주는 걸 달콤하게 생각해서 이런 정치인들을 뽑아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 이번 총선에서도 25만원 주겠다고 했던 공약이 먹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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