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신청 인용시 원점 재논의 효과
대학도 판결 이전 학칙 변경 몸사리기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조율할 수 있지만 증원 정책에 대한 원점 논의는 절대로 없다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자존심이다. 여기에 맞서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는 의대생들이 제기한 대입전형 변형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의료 파동 양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27일 의학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각 대학의 학칙에 배분 받은 입학 정원을 우선 반영한 뒤 50~100% 범위 내에서 의대 모집 인원을 재량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결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각 대학에 배정된 2000명을 조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모집 인원'을 줄일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뜻이다. 정원은 학칙에 규정하는 '편제 정원'을 뜻하는데 이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입 계획을 세워 '모집 인원'을 결정하라는 취지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인만큼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을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각 대학이 배정받은 증원분을 50~100% 범위 내에서 유지하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의대생 측은 "입학 정원을 증원하는 것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대학 측의 계약 위반인 동시에 채무불이행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 판결(2016다33196)에 따르면 의대생들과 대학간의 법률관계는 사법상 계약 관계로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학습권이 침해받게 됐다는 논리다.
전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강원대·제주대·충북대 의대생 총 482명이 각 대학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국가를 상대로 낸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사건에 대한 판단을 "이달 말 안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 대학의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은 학칙을 개정해 변경된 입학 정원을 확정하고 이를 대교협이 승인한 뒤 5월 31일까지 '신입생 수시모집요강'을 홈페이지에 공고하는 방식으로 확정된다. 다만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대학들은 학칙 변경에 몸을 사리고 있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법원이 학습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의대 정원 변경을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려 '원점 재논의'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경우다. 교육부가 2026학년도 대입 모집 정원을 4월 30일까지 공표하라는 공문을 각 대학에 보낸 것도 이를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의료계에선 당장 정부가 편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전일 논평을 통해 "대학 내 모든 결정은 교무회의, 평의회 등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진행돼야 하는데, 이는 탈법과 편법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단체는 2025학년도 입학 정원 변경 시도에 대해서도 "수시 접수를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규모 증원이 이뤄진 사례는 전무하다"며 "고등교육법을 무시하고 정부 마음대로 뜯어고칠 예정이라면 2023년에 발표는 왜 했으며 2026년 입학 정원 발표는 굳이 왜 지금 하라고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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