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좋아하는 일로 '덕업일치'를 준비하는
퇴직한 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대학 동기와 선배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얼마 전 명예퇴직을 했다. 우연히 안부를 나누다 소식을 들었고, 말 나온 김에 모처럼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해서 가진 자리였다. 50대의 명예퇴직이 드문 경우는 아니지만 대학 졸업 이후부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당장은 달라진 하루하루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 역시 24년간 다녔던 첫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두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다시 정비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겠다고 마음먹고, 관심을 가졌던 분야 중 앞으로 오랜 시간 즐겁게 몰두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는 것도 비슷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이 더 바빠. 시니어를 위한 교육기관에 가서 평소 배우고 싶었던 요들송도 배우고 있고, 자전거도 열심히 타고 있어. 다음 달에는 유럽 여행을 갈 예정인데, 자전거로 일주일 정도 다녀볼 계획이야. 우선 당분간은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해보면서, 이 안에서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지금부터 하는 일은 그렇게 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
“나도 회사 다닐 때 해보지 못했던 긴 여행을 다녀왔어.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점검하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듣고 생각한 게 맞는지 정리해 보고 있어.”
두 사람의 말처럼 은퇴 이후에는 삶의 속도와 방향을 점검하고 자신에게 맞춤한 모드로 움직여야 한다. 자신이 맞닥뜨린 생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필요한 것들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은 내 삶을 가치 있고 즐겁게 만드는 일이다. 인생 2막이라 불리는 시기에 일을 정할 때는 그게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그러니까 은퇴 시기가 되면 신체적 능력이 이전보다 못하고, 사회활동 폭도 어쩔 수 없이 감소한다. 수입은 줄어들지만 자녀와 부모를 위한 지출은 늘어난다. 이런 상황이니 새로운 일을 찾거나 여가 활동을 늘리는 일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당연히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게 된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를 보면 2022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6.5점인데, 60세 이상의 만족도는 6.4점으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낮았다. 개인이 일상에서 행복을 얼마나 자주 느끼는지를 조사한 '긍정 정서'도 30~49세는 6.9점인데 반해 60세 이상은 6.6점으로 제일 낮다.
대한민국은 이제 곧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전체 국민의 1/5을 차지하는 많은 사람이 행복을 생각하지 못하고 산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소득 불평등에 따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고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심각한데, 여가생활 면에서도 노년층의 만족도는 25.2%로 전체 세대 평균 만족도 34.3%에 한참 떨어진다. 한국인 삶의 만족도 자체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데 노년층은 거기에서도 이 정도니 그 세대를 앞둔 입장에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가와 즐거움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시간을 꾸려가 볼 계획을 하는 친구들은 나에게도 용기를 주는 고마운 존재다. 소극적 여가가 아닌 적극적 여가, 움츠러들지 말고 찾아 나서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분수와 상황에 맞지 않게 질러 보자는 게 아니다.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친구도 만나고,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교육을 받거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생각난 김에 집 근처에 있는 구청 체육시설에서 개설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검색해 줌바 클래스를 신청했다. 해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신나는 음악에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뻣뻣해진 마음도 조금은 풀릴 것 같다는 기대를 하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