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여야 후보들 설화에 홍역
SNS로 정치인 팬덤 형성
상식에 입각 빨리 수습해야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픽사베이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픽사베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전략에 몰두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전략에 대한 고민은 고사하고 자기 당 후보들의 설화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설화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사건’이지만, 이번은 유난하다. 유난한 이유는, 당의 검증 실패 때문일 수도 있지만, SNS를 비롯한 이른바 뉴미디어의 보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SNS와 유튜브 등 뉴미디어가 정치판의 중요한 도구로 등장한 이후, 이런 미디어의 활용은 정치인들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됐다. 특히 SNS는 정치인들에게 중요한 이점을 가져다준다. SNS는 팬덤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치 전반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치 팬덤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훨씬 많은 존재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지지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게 하고, 때로는 자신을 대신해 싸워주기도 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이런 정치적 팬덤은 SNS에 의해 형성되고 강화되는데, 정치인과 유권자들 사이에 ’개인적 친근감‘을 형성시키기 때문이다. 즉, SNS를 통해 유권자들은 정치인과 ’개인적 대화‘를 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SNS 활동과 팬덤의 관계는 미국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에서 팬덤을 가진 정치인으로 꼽을 수 있는 대표적 인물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 정도인데, 이들 둘은 SNS를 ’열광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정치인들의 SNS 활동이 많지 않은 유럽 국가들과 일본의 경우, 정치인 팬덤이 거의 없다. 

이런 경우를 종합하면, 정치인의 SNS 활동과 팬덤의 관계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반면, 이런 SNS 활동 때문에 정치인들이 설화에 휘말리는 경우 역시 드물지 않다. 취중에 SNS를 했다가, 실언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도 SNS 활동은 일상의 일부가 됐다. 그런데 이들 ’일반인‘이 공직 후보자가 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무척 크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공직 후보자가 과거에 SNS나 유튜브 활동을 ’열광적‘으로 했거나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열심히‘ 했을 경우, 사방에 자신의 발언 흔적이 남는다. 이른바 ’디지털 아카이브‘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해당 인사에 대한 검증을 아무리 철저히 한다고 해도, 놓치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본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실언'이 도처에 지뢰처럼 깔려 있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기에, 유튜브 활동을 활발히 했던 인물이나 SNS를 광적으로 했던 인물들을 검증할 때는 특히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 아무리 철저히 해도 걸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핵심은 검증에 있기보다는 오히려 실언이 알려진 이후의 ‘수습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도태우 후보의 경우, 한동훈 위원장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관위는 도 후보에 대한 공천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다가 재심을 통해 도 후보 공천을 취소한 것인데, 이런 행동은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힘들다. 우리는 흔히 ‘정치는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자신들의 결정을 이렇게 뒤집어 버리면, 타이밍도 놓치고 신뢰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정봉주 후보에 대해 공천을 재빨리 철회한 민주당의 결정이 상대적으로 신속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조치의 신속함’은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에서 비롯될 수 있다. 즉, 판세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신속히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면 조기 진화의 시기를 놓쳐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시대에서는 후보자들이 유세 과정에서 실언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아카이브’에 있는 과거 발언을 샅샅이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과거’에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상식에 입각해 문제를 빠르게 수습해야 한다. 이러지 못하면, 중도층과 무당파는 선거를 아예 외면하거나, 수습을 주저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 “과거는 현재를 지배한다”는 격언이 지금 선거판에 너무나도 들어맞는다고 새삼 절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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