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본부 앞에서 현수막 내걸고 집회
김상진 자유연대 대표 배후 두고 설왕설래
자칫 尹心 의결권행사 압박으로 비칠수도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내정자의 최종 선임을 반대하는 우파 시민단체가 과거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서울의소리' 등 좌파 시민단체에 대항하는 '맞불집회'까지 펼친 윤석열 대통령 팬클럽인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최종 회장 후보로 확정된 것과 관련해 신자유연대와 자유와 연대, 대한민국호국총연합회 등의 단체들이 연합해 지난 2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한 전북 전주 만성동에서 집회를 열었다.
포스코 회장 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추인으로 결정된 장인화 회장 내정자의 최종 선임을 무효화시키지 못한다면, 국민연금이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반대 의결권(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요구 사항이었다.
기금운용본부 주변에 김태현 국인연금공단 이사장을 압박하는 현수막을 내건 이들은 "호화 해외 이사회 개최 등 범죄 피의자들로 구성된 회장후보자 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똑같이 피의자로 구성된 이사회가 마이너스의 손인 장인화 후보를 선정했다"면서 "포스코에 약 1조원의 손실을 초래한 광양 천연가스공장을 고철값에 팔아치운 실질적 총책임자"라고 비난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6.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해 12월 기금운용본부 내에 신설된 지배구조개선 자문위원회의 산하 '주주권행사분과'가 찬반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 참고기사 : [단독] 與 김경율 비대위원,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분과위원장 겸직)인 가운데 친(親)정부 성향을 자처하는 이들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연합 단체의 수장 격인 '자유연대' 대표인 유튜버 김상진 씨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상당기간 '서울의 소리'를 포함한 좌파 시민단체들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앞 시위에 대항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던 아스팔트 운동가다. 또 2020년엔 '열지대'라는 윤석열 대통령 팬클럽 대표를 지내며 대검찰청 앞에서 수백여개의 화환 퍼레이드를 기획한 당사자다.
자칫 윤심(尹心)이 장인화 사장 반대에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포스코 회장 후보 롱 리스트에 올랐고, 문재인 정권 때에도 포스코 회장 선임 경쟁에 지원했던 A씨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왔다. 여성경제신문 추가 취재 결과 A씨는 포스코의 철강 사업뿐만 아니라 대관·홍보 라인 임원을 오랫동안 역임했고 포스코 산하 모 공익재단의 비상임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에선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말썽이었던 '네트워크본부'의 현장경호팀 관계자도 맞불집회의 배경"이란 얘기를 전해왔다. 당시 윤석열 캠프 산하 조직인 네트워크본부는 2022년 1월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무속인 전모 씨(일명 건진법사)가 관여한 정치 조직으로 세간에 알려졌는데 보도 직후 권영세 의원이 '해체'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네트워크본부 출신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외교·보건·환경 등 여러 분야의 산하기관으로 진출하려 시도했으나 2022년 여름께 대통령실 사정 파트의 '건진 주의보'가 각 기업에 전해지며 영향력을 잃었다. 당시 4대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용산에서 주의 메시지가 온 것은 맞지만 CJ그룹을 제외하곤 건진 측과는 접촉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선 A씨가 여러 아스팔트 우파 단체들을 부추기는 것이 선임 결과를 뒤집고 자신이 회장이 되기 위해서라기보단, 정치적 지분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홀딩스 내부에서 전례가 없었던 고위 임원에 해당하는 예우를 요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포스코 부회장 역임자들은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맡은 이들 중 선임급이 대부분이었는데 A씨가 만약 전례를 깨고 임명될 경우 장인화 회장 내정자 위에 군림하는 '섭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전문대학원 한 교수는 "포스코가 개인 대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이기에 생겨난 난맥상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행각은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포스코 위기 극복 적임자는 철강맨 장인화···최종 회장 후보 확정
- 포스코 '최종 후보 1인'···노조측, 최정우 사람만 아니면 OK
- [단독] 김경율 사퇴 파동 국민연금 위원 8명 중 6명 사기업 이사
- 65세로 정년 연장 vs 재고용 계속 근로···김문수표 장외 공론화 시작
- [분석] KT 지배구조 개입 예고 국민연금···조규홍 복지부 장관 의중은?
- 국민연금 수탁위 3월주총 정조준···KT·포스코 직간접 사정권
- 목소리만 큰 주주행동, 헤지펀드 도우미?···국내선 경영권 분쟁에 악용
- KT&G 내달 28일 주총 소집···행동주의 압박에도 방경만 우세
- [단독] 국민연금 강성진 수탁위원 與 비례 공천 신청···정치 중립성 논란
- 포스코 대주주 국민연금, 정통 철강맨 장인화 회장 선임 찬성
- [단독] 국민연금, 현대글로비스 주총서 사외이사 셀프 재선임 찬성?
- 건진법사 KT 인사개입 조준하던 특검 홍준표 한마디에 국힘 당사 겨냥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