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직기강실도 우려하던 인물 전성배
SK·CJ 등으로 발 뻗친 정황 드러났는데
통일교로 시선 돌리는 홍준표·한동훈계

2018년 지방선거 공천헌금 의혹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5월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 공천헌금 의혹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5월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측근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KT 인사 개입 의혹을 추적하던 특검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신천지 관련 발언을 계기로 국민의힘 당사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면서 ‘핵심 의혹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전 시장의 발언이 의도치 않게 수사 초점을 당내 문제로 옮겨 건진법사-김건희 라인의 권력 개입 의혹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T CEO 인사 개입 의혹의 중심에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배경으로 기업 대관 민원을 처리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 2022년 말 KT CEO 교체 국면에서 고위 관계자와 은밀히 만나 수십억 원대 금품을 요구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KT 내부 증언에 따르면 전씨 측의 금품 요구는 거절됐지만, 이미 재계에는 “전성배를 만나야 일이 풀린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노조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성배를 통한 인사 개입설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당시 KT 이강철 사외이사가 임기 1년을 남기고 돌연 사임한 일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노무현 정부 출신이었던 이 사외이사의 퇴진 배경에는 ‘용산 권력’의 압력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러한 외풍 속에서 구현모 전 대표는 연임을 포기하게 됐다.

특검은 전성배 씨가 통일교와 연결돼 김건희 여사 측에 고가의 선물과 금품을 전달하려 했다는 정황도 확보했다. 6000만 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등이 포함된 이 리스트에 대해 김 여사는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홍 전 시장이 종교 단체 개입 의혹을 꺼내면서 특검 수사의 방향이 크게 틀어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 부부 측근으로 알려진 전성배 씨는 2022년 8월 중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내사 대상이기도 했다. 그는 SK·코오롱·한화 등 대기업을 상대로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시도했으며 특히 CJ 오너 측과도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사 압수수색과 관련해 성명서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사 압수수색과 관련해 성명서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전 씨의 이 같은 행태를 고려하면 KT인사 개입 의혹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정권 실세를 자임하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재계 인사·이권에 개입해 온 패턴이 KT에도 적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뒷받침하듯 윤석열 정부 시절 국민연금 내 신설된 ‘지배구조개선 자문위원회’ 분과위원장을 맡았던 김경율 회계사는 KT·포스코·금융지주사 등 지분이 분산돼 오너가 없는 기업을 ‘주인 없는 회사’로 규정하며 공기업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사실상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홍준표 전 시장 발언 이후 김경율 회계사의 최측근이자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상수 전 국민의힘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이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당원 전수조사와 진상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며 특검의 수사 방향을 종교·당내 갈등 프레임으로 틀어주는 데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당내 한 관계자는 “윤어게인 반대라는 차별성을 내세워, 정작 정권 비리와는 무관한 김문수-장동혁 후보를 ‘내란 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정치적 의도가 짙은 갈라치기 시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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