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사외이사 추천에 판세 기울어
동일인이 법인(KT&G)···자사주 증여 무방

지난해 3월 28일 KT&G가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한 제3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검표가 진행되고 있다. /KT&G
지난해 3월 28일 KT&G가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한 제3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검표가 진행되고 있다. /KT&G

KT&G는 오는 3월 28일 대전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제37기 정기 주주 총회를 개최한다고 공시했다. 올해도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기존 이사진의 경영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캐스팅보트인 IBK기업은행과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보면 판세는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업데이트된 주주총회 소집공고에 따르면 한달 뒤 열릴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선임의 건, KT&G 이사회 안인 임민규 사외이사 선임의 건, 기업은행 주주제안인 손동환 사외이서 선임의 건, 아그네스(Agnes) 주주제안 이상현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이 상정된다.

앞서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백복인 사장의 바통을 이어 받을 차기 사장 후보로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낙점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은 판사 출신인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KT&G 사외이사 6인 가운데 임민규 전 SK머티리얼즈 대표, 백종수 변호사 2명은 임기가 다음달 끝난다.

지난해 주총에선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를 후보로 내세웠으나, 국민연금이 KT&G가 추천한 김명철, 고윤성 후보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특히 이번엔 기업은행이 사외이사를 추천한만큼 국민연금과 함께 방경만 사장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KT&G는 지난 2002년 12월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사명이 바뀌면서 민영화된 기업으로, 특정인이 지배주주가 아닌 소유분산기업으로 분류된다. 퍼스트이글을 비롯해 블랙록, 뱅가드 등의 지분이 43%에 달하는 사실상 외국계 기업인 셈이다. 지난해 반기 보고서 기준 KT&G 최대주주는 7.12% 지분을 보유한 미국계 자산운용사 퍼스트 이글 매니지먼트(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LLC)로 기업은행(6.93%), 국민연금공단(6.31%), 우리사주조합(3.41%)이 뒤를 잇고 있다.

방경만 사장 선임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는 경제개혁연대를 비롯한 국가 간섭주의 성향의 좌파 행동주의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싱가포르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국민연금에 보냈다. 김경율 회계사가 최근 이해충돌 논란으로 사퇴한 지배구조개선 자문위원회 주주권행사분과로 전달된 해당 서안엔 KT&G '내부 출신' 후보를 반대하는 의견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지난 1월 FCP는 KT&G 전현직 이사들이 자사주 활용 감시에 소홀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1조원 규모의 소 제기를 청구했다. 2001년부터 KT&G가 자사주 1000만여주를 소각 및 매각해 주주활용 제고에 사용하지 않고 재단 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KT&G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되지만, 동일인이 법인(KT&G)이기 때문에 공익법인 역시 의결권을 제한받는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KT&G는 "자사주 증여는 공익적 목적으로 경영상 필요했다"며 "자사주 처분도 관련 법령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했다"며 소 청구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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