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자, 제2금융권·고금리 대출 쓸수록
보험사고 손해율·사고율 모두 높아진다
신용별 보험료율 차별 법적 문제 없지만
약자 배려해야···금감원 상품 출시 불허

보험 가입자의 신용 상태와 보험 사고율이 연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보험 가입자의 신용 상태와 보험 사고율이 연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보험 가입자의 신용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보험사고 손해율과 사고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험업계가 신용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리스크를 더욱 정확히 예측하고 가입자별로 합리적인 보험료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는 약자 차별 논란에 이런 상품이 출시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보험 가입자의 신용 건전도는 보험사고 발생률과 유의미한 연관이 있다.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의 리포트 '신용정보를 활용한 보험사고 발생 예측'에 따르면 연체된 대출이 있는 보험 가입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보험사고 발생 빈도(사고율)와 심도(손해율)가 더 높게 나타났다.

한국신용정보원과 CreDB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출 연체 중인 보험 가입자의 사고율과 손해율은 각각 18.6%, 19.8%였다. 이는 대출 연체가 없는 가입자와 비교할 때 각각 4.6%포인트, 10.7%포인트 높은 수치다.

보험사고 발생률은 대출업권과 상품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대부·저축은행업권 등의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거나 할부 리스·현금서비스·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을 보유한 보험 가입자는 보험사고를 더 크게, 더 자주 당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부업권 대출 보유자의 사고율과 손해율은 대출 미보유자보다 각각 3.8%포인트, 6.8%포인트 높았다.

반면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대출받았거나 주택담보·전세 등의 저금리 대출을 보유한 보험 가입자의 경우 대출 미보유자와 비교할 때 보험사고 발생률이 큰 차이가 없었다.

보험업계가 신용 정보를 적극 활용한다면 가입자별 보험사고 발생률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측에 따라 가입자별 보험료율을 세분화할 수도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다양한 업종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용 정보를 언더라이팅 및 보험료 산출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 반면 미국, 캐나다 등의 국가는 보험사가 연체 이력, 부채 보유 여부 등의 신용 정보를 활용해 가입자별 보험리스크 관리를 고도화하고 있다.

현행법상 가입자의 신용을 반영한 보험상품 개발은 법적으로 허용돼 있다. 신용정보법 제32조 제6항 제9호2의 '개인신용정보의 제공·활용에 대한 동의'를 보면 신용정보법 상 통계작성 등을 위한 가명 정보의 제공과 활용은 신용정보 주체의 정보 활용 동의가 면제된다.

신용 정보를 활용해 보험료율을 개발하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보험업 감독규정 제7-73조 '보험료율 산출의 원칙'에 '객관성 있는 국내외 통계자료 등'으로 신용모형을 활용하면 된다.

그럼에도 신용 정보를 활용하는 보험 상품이 출시되지 않는 것은 신용도와 사회적 계층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희주 동덕여자대학교 정보통계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보험사에서) 새로운 보험 상품을 내려면 금융감독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가입자의 신용 상태별로 요율을 달리하는 상품이 금감원에서) 허가가 안 나는 건 신용이 낮은 사람들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저신용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 아닌, 신용이 좋은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신용 상태가 좋은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면 가입자 입장에서 지속적인 신용 관리 및 개선의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대출 금리도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지 않나. 보험도 리스크를 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맞는데 보험료는 민감한 문제라 (상품 출시가 더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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