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계 "이준석 사당화" 반발
민주당 출신 주도 보조금 수령
한동훈 "위장결혼 하듯 창당"

개혁신당이 합당 발표 열흘도 안 돼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자 최대 수혜자는 국민의힘이 된 모양새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 측과 이낙연 공동대표 측이 총선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어서 총선에 제삼지대의 돌풍이 약해지는 반사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총선 선거 운동 지휘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 위임하고, 해당 행위자에 대한 심사위원회 설치 안건 등을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겉으로는 이준석계의 판정승으로 보이지만, 이를 계기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회의장 내에서는 “이준석 사당화하자는 것인가”라는 등 고성이 터져 나왔고,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 등 새로운미래 출신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떠났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회의장에서 빠져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운동 전체를 이준석 개인한테 맡기는 건 민주 정당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전두환이,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보위를 만들어 다 위임해달라며 국회를 해산한 것과 뭐가 다르냐"라고 성토했다.
반면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지율 정체와 초기 혼란에 빠진 당을 더 강하게 이끌기 위해 제가 더 큰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뒤에 서 있을 여유는 없다"고 일축했다.
계파 갈등의 발단이 된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논란과 관련해선 “당원 입장에서 상당한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활동하고 싶다면 (직접 배 전 부대표가) 설명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과거 전국장애인연대 시위 옹호 이력을 문제 삼아 배 전 부대표의 입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내홍이 봉합되더라도 조만간 지역구 및 비례대표 공천 국면에 가면 양측의 주도권 다툼은 더욱 심각하게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측이 신경전을 지속하는 사이 국민의힘은 총선까지 더불어민주당 분열과 이준석계 지지자 이탈 효과를 보는 형국이다.
당초 연초부터 시작된 제삼지대의 출현은 거대 양당 모두에게 위기였다. 국민의힘은 정권 안정을 이유로, 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이유로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제삼지대에 캐스팅보트를 주고 과반에 실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었다.
하지만 빅텐트 가시화 이후 상황은 민주당에 더 불리하게 돌아갔다. 개혁신당의 당명은 이준석계가 쓰던 것을 이어왔으나 막상 현역 의원 5명은 민주당 출신이고 이들을 통해 6억6000만원의 경상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해 합류한 현역 의원은 없어 여권 분열보다는 야권 분열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허은아 전 의원의 경우 비례대표여서 의원직을 유지하지 못했다.
또한 합당 이후 개혁신당 홈페이지에는 탈당 문의와 조속한 탈당 처리를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준석 지지자들이 페미니스트 성향인 류호정 전 의원과의 통합에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이에 이준석 공동대표는 당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통합 과정에 심려를 끼친 것은 죄송하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반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원래부터 총선에서 제삼지대의 영향력은 부정적이었던 시각이 많았는데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라며 "그쪽의 내홍에 일희일비하지 않지만 잘 안될 거라고 보는 이유는 국민들이 보기에 신선함이 없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여당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3%포인트 상승한 37%, 민주당은 4%포인트 하락한 31%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5∼1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국민의힘이 44.3%, 민주당이 37.2%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사 출근길에서 “개혁신당은 결국 돈 때문이었나, 이런 말을 하고 싶다”며 “당초 생각이 전혀 같지 않은 사람들이 위장결혼 하듯 창당한 다음에 그런 식으로 의원 숫자 5명을 하루 전에 맞춰서 돈을 받아 가는 걸 보고 분식회계 보조금 사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단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조금만 받아놓고) 이혼하듯이 갈라서면 보조금 사기라고 말하더라도 과한 말이 아니다”라면서 “이게 정치개혁인가. 이건 기존 대형 정당도 창피해서 안 하던 방식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