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4인·사외 4인 비공개 리스트 발표
명단 공개 2월 중순 2차 숏리스트부터
공익법인 활용 백복인 사단 집권 시도에
행동주의펀드 FCP 주주대표소송 추진

깜깜이로 진행돼 온 KT&G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제1차 숏리스트(Short List)가 확정된 가운데, 백복인 사단의 장기 집권을 비판해온 행동주의 펀드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31일 재계 등에 따르면 KT&G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후보자 4명, 사내 후보자 4명 등 총 8명을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로 확정해 이날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했다. 다만 1차 숏리스트 8인의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다.
역대 최장수 KT&G CEO인 백 사장은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 제고를 위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역시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됐다.
KT&G는 별도의 서치펌 추천 방식·공개모집 등을 통해 선정한 외부 인사와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내 인사를 중심으로 사장 후보 선정 작업을 진행해 지난 11일 총 24명(사외 후보 14명, 사내 후보 10명)의 롱리스트를 확정했다.
이를 8명으로 압축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추가 심사를 진행해 2월 중순 3~4명 내외의 제2차 숏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대면 심층 인터뷰를 통해 2월 중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며, 최종 확정된 후보 1인은 이사회 및 주총 의결을 거쳐 차기 사장으로 선임된다.
KT&G는 지난 2002년 12월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사명이 바뀌면서 민영화된 기업으로, 특정인이 지배주주가 아닌 소유분산기업으로 분류된다. 퍼스트이글을 비롯해 블랙록, 뱅가드 등의 지분이 43%에 달하는 사실상 외국계 기업인 셈. 지난해 반기 보고서 기준 KT&G 최대주주는 7.12% 지분을 보유한 미국계 자산운용사 퍼스트 이글 매니지먼트(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LLC)로 중소기업은행(6.93%), 국민연금공단(6.31%), 우리사주조합(3.41%)이 뒤를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5%에 달하는 자기주식은 경영권 방어 전략에 활용됐다. 자사주를 무상출연하는 방식으로 KT&G복지재단(2.23%)과 KT&G장학재단(0.63%) 등의 공익법인이 유의미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경영진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백복인 대표이사 등 KT&G의 전현직 CEO나 임원 출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법인에 증여해 의결권을 되살린 것.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KT&G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되지만 동일인이 법인(KT&G)이기 때문에 공익법인 역시 의결권을 제한받는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아 백복인 사단의 우호지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진의) 공익법인 이사장 겸직으로 인해 해당 공익법인은 KT&G 경영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백복인 사단에 소속된 인물이 KT&G 사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될 것이란 우려가 일면서 전·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행동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경영진이 자사주 활용 감시에 소홀해 회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쳤다"며 상법상 주주대표소송 요건 중 하나인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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