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행동주의' 공식 깨져
과도한 단기이익 추구에 거부감
현장 소액주주 결집에도 역부족

KT&G 서울본사 사옥 전경 /KT&G
KT&G 서울본사 사옥 전경 /KT&G

국민연금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를 두 축으로 하는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연합이 행동주의와의 대결에서 찬성한 모든 의안을 통과시키는 승전고를 울렸다. KT&G 주주총회 현장까지 일부 소액주주가 몰리면서 주주환원 및 지배구조 개선의 목소리가 컸지만 KT와 JB금융에서와 마찬가지로 행동주의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큰 저택의 집사(스튜어드)가 집안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것처럼 기관 투자자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모범 규준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빌미로 특정 집단의 무리한 행동주의로 변질될 경우 사기업에 대한 경영간섭이 될 우려도 있다.

28일 KT&G는 오전 대전시 대덕구 인재개발원에서 제36기 정기주총을 열어 이사회가 추천한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CFO △고윤성 현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 교수 △임일순 전 홈플러스 대표 사외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김명철, 고윤성 사외이사도 재선임됐다.

KT&G는 일반주주(62.9%) 비중이 높아 이들을 등에 업었다고 자신하는 행동주의펀드의 약진이 기대됐으나 일반주주의 민심은 한쪽으로만 몰릴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여기 더해 7.08%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이사회가 상정한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안다자산운용이 추천한 △이수형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김도린 전 루이비통 코리아 전무 △박재환 현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교수, 아그네스가 추천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황우진 전 한국 푸르덴셜생명보험 대표이사는 고배를 마셨다.

백복인 KT&G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백복인 KT&G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주주들은 고배당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앞서 KT&G 이사회는 주당 5000원을, 행동주의펀드 안다자산운용과 FCP는 각각 7867원과 1만원을 상정했으나 주주들은 절반 수준인 이사회 배당안에 손을 들었다.

이 밖에도 안다자산운용이 제안한 사외이사를 6명에서 8명 증원하는 안건도 불발했다. 국민연금과 국내 의결권 자문사(대신경제연구소 소속 한국ESG연구소)뿐 아니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도 현행 유지안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그간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둔 의결권을 행사해온 ISS는 반대를 권고했다.

무려 8명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이 다뤄진 이날 주총에는 총 34건의 안건이 상정됐다. 애초 오전 10시 주총 개최가 예정됐지만 현장에 소액주주가 대거 몰리면서  출석주주 집계가 지연돼 11시가 넘어서야 열렸다. 또 행사장 밖에서는 한국노총 소속 KT&G 노동조합원들이 "단기 이익만 추구하는 투기 자본의 주주제안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15년 취임해 역대 최장수 대표이사 기록을 보유 중인 백복인 사장의 경영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백 사장은 이날 "강력한 국내 시장 장악력과 이익 창출력을 발판 삼아 글로벌 성장을 가속한 결과  전자담배(NGP) 사업이 31개국에 진출하는 등 가파른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며 "2027년까지 10조원 이상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