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시니어 입장가] (1)
백년설산과 초원이 펼쳐진 스위스 호텔서
은퇴한 세계적 지휘자가 친구·딸 함께 생활
요양원 대비 훨씬 업그레이드된 주거 형태
문제는 돈···크루즈 여행도 참고할 만해

아름다운 설산을 바라보며 노년의 쉼을 보내는 방법이 있다. 조지아 카즈베기 룸스 호텔 카페 /사진=강신영
아름다운 설산을 바라보며 노년의 쉼을 보내는 방법이 있다. 조지아 카즈베기 룸스 호텔 카페 /사진=강신영

영화 <유스(Youth)>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 만든 영화다. 마이클 케인이 은퇴한 세계적인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 역으로 나온다. 딸 그리고 친구 믹과 함께 스위스의 고급 호텔에서 노년을 즐긴다. 여름에도 아래는 초록이고 멀리 보이는 산의 위는 백년설이 그대로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호텔도 전형적인 유럽풍의 고급 휴양소이다. 주로 노인들이 요양 목적으로 찾는 곳이다. 밸린저도 오래전부터 일 년에 한 번 찾다가 은퇴하자 아예 이곳에 눌러앉는다.

밸린저의 딸은 비서 겸 딸 역할을 직업으로 당당히 얘기한다. 돈 많은 아버지의 비서 겸 딸로서 마지막 봉사를 맡는다는 점이 보기에 좋다. 신성일이 나오는 우리나라 영화 <야관문>처럼 젊은 여자가 붙으면 욕정이 생기고 재산 문제가 생긴다. 딸이라면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된다. 문제는 딸이 혼자여야 가능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영화를 감상하는 시각은 관객에 따라 다를 것이다. 특히 연령대에 따라 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필자로서는 설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의 호텔에서 요양원 대신 노후를 즐기는 모습이 가장 좋았다. 친구와 딸까지 옆에 있으니 금상첨화다.

밸린저와 친구 믹은 둘 다 85세 노인이다. 전립선비대로 소변보기조차 어렵다. 아침에 소변 몇 방울을 봤느냐는 게 인사일 정도이다. 다른 건강은 이상이 없다. 날마다 산책, 목욕, 건강 체크, 마사지를 받고 아름다운 알프스의 산하를 보며 지낸다. 걸어서 동네 맛집도 여기저기 다니며 식도락도 즐기고 근처 낮은 산이나 동네 산책도 한다.

그렇고 그런 우리나라 요양원과 비교하면 훨씬 업그레이드된 노년 주거 형태이자 환경이다. 우리나라는 근력에 한계가 오는 노령에 기껏 생각하는 것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그리고 상태가 더 나빠지면 호스피스 병동이나 큰 병원 중환자실에서 최후를 마친다.

우리나라 요양원은 지역적 한계도 있고 제약조건도 있어 간섭받기 싫어하는 노인들은 가기 싫어한다. 크루즈 여행 때 만난 휠체어 탄 노인도 비슷한 이유로 요양원 대신 크루즈 여행을 한다고 했다.

크루즈 여행도 노년기에 답답한 요양원 대신 참고할 만한 대안이다. /사진=강신영
크루즈 여행도 노년기에 답답한 요양원 대신 참고할 만한 대안이다. /사진=강신영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시사하는 영화이다. 친구와 딸도 같이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문제는 돈이다. 요즘 세상에 딸이 같이 살아 줄 것 같지 않다. 권위적인 가장으로서 자녀를 키웠기 때문에 불편해한다. 밸린저는 세계적인 지휘자였으므로 재산도 많고 딸이 독신이니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조지아에 여행 갔다가 이 영화에 나오는 풍광과 비슷한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카즈베기라는 마을의 ‘룸스 호텔(Rooms Hotel)’이었다. 유럽풍의 멋진 호텔에서 본 앞산이 설산인데 일출부터 일몰 때까지 시시각각 태양  빛에 따라 색이 변한다. 호텔 카페에 앉아 이 풍광을 보고 있자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힐링이다.

스위스보다는 방값이 저렴할 것이고 그것도 부담된다면 동네에서 민박을 하면서도 이 호텔 카페는 이용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런 호텔 카페라고 생각했겠지만, 필자는 영화 <유스>를 보면서 부러워했던 바로 그런 분위기라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2015년 자랑스러운 우리 소프라노 조수미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해서 화제가 된 영화이다. 조수미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는 주제가상을 받았다. 여기서 부른 노래가 ‘심플 송’이다.

밸린저는 영국 황실로부터 작위와 함께 ‘심플 송’의 연주 지휘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밸린저는 영국 여왕의 요청을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결국 받아들여 여왕 앞에서 지휘를 맡는다. 여기 조수미가 등장하여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한다. 세계적으로도 조수미는 우리가 아는 그 이상의 유명 인사 및 천재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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