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치솟다 위험 종목 지정
韓 비대위원장 결정 땐 하락하기도
주식 시장 '폭탄 돌리기' 우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에 정치인 인맥으로 얽힌 테마주가 해당 정치인의 신상, 정국 흐름을 반영하며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에 뒤늦게 뛰어든 개미(일반 투자자)들이 고점에 몰리면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의보다.
국민의힘은 2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장관 이임식을 하고 오는 26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비대위원장에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의 새 비대위원장 찾기엔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 장관 추대를 밀어붙인 친윤계가 반대론에 부딪혔고, 한 장관 본인도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며 주저하자 당내 총의를 모으는 시간이 소요됐다.
그동안 한동훈 테마주는 들썩였다. 와이더플래닛은 이날 오전 개장 후 상한가(3만150원)에 근접한 2만9850원까지 오르다가 2만3350에 거래 마감했다. 전날까지는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와이더플래닛은 한 장관과 고등학교 동창인 배우 이정재 씨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테마주로 묶였다.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와이더플래닛은 지난 19일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하루 매매가 정지됐다.
대상홀딩스우 또한 이정재 씨의 연인 임세령 씨가 대상그룹 부회장이어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대상홀딩스우는 지난달 24일 종가 기준 주가가 7670원에 불과했는데 20일 5만8600원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아울러 유유제약은 대표가 한 장관과 컬럼비아대 동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테마주로 분류됐는데 큰 폭으로 상승과 하락세를 보였다. 유유제약 우선주 2종목은 이달 초 대상홀딩스우의 매매가 정지되자 매수세가 옮겨붙어 상한가를 기록하다가 다시 하락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결정 소식이 정작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경우도 있다. 디티앤씨알오는 전일 종가 대비 17.30%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디티앤씨알오는 이성규 이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동문이다.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익스프레스 역시 전일 종가 대비 10.34% 떨어져 7630원에 마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신당 창당 선언 후 당내 반발이 크자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이에 테마주도 투자가 쏠리다가 열기가 식었다. 남선알미늄은 관계기업인 삼환기업의 이계연 고문이 이 전 대표의 친동생이라는 이유로, 부국철강은 이 전 대표의 고등학교 동문이 대표라는 점으로 테마주에 엮였다.
남선알미늄 우선주인 남선알미우는 지난 11일 29.99% 오른 4만9200원까지 상승하며 상한가에 마감했다. 이에 거래소는 남선알미우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남선알미우는 1주일간 급락세를 보이다가 21일 3만4400원에 마감했다.
부국철강은 지난 12일을 제외하고 8일부터 13일까지 3~24%의 상승 폭을 나타냈다. 최근엔 다시 하락해 21일 4270원에 마감했다.
문제는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면서 '폭탄 돌리기' 상황이 생긴다는 점이다. 상승 이유가 특별한 실적이 아닌 데다, 투자자들이 수급에 따라 움직이고 테마주의 주축과 연결고리도 약해 쉽게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중간 차익을 챙기고 나간 대주주나 특수관계인 등 일부만 이득을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위험성도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혈연, 학연, 지연으로 연결된 테마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원래 소형인 테마주 같은 경우 공매도가 잘 안돼가지고 당장은 공매도 금지와 상관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테마주는 이미 정보를 알았을 때는 많이 급등해 있는 상태고, 그때 들어갔다가는 나중에 또 떨어질 때는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