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늑대 테러 대비 못 한 한국사회
미리 잡아내기 어려워 공포심 더 커져

웰크론이 경찰과 군에 납품하는 방탄·방검복 중 한 제품 /웰크론
웰크론이 경찰과 군에 납품하는 방탄·방검복 중 한 제품 /웰크론

묻지마 살인이 잇따라 발생하고 테러를 암시하는 게시글이 인터넷상에 속출하는 가운데 방검복 제작 업체인 웰크론 주가가 이상 급등하면서 테러 암시 게시글의 의도가 주가 띄우기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4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엔 서울시 주요 지하철 역사를 대상으로 집단 살인 계획을 암시하는 글들이 떠돌더니 이를 요약한 게시물까지 등장해 공포감을 더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역 4일 오후 7시 ○○명 살인 예고' '○○○역 5일 오후 5시 여성 대상 칼부림 예고' '압구정 현대백화점 : 날짜 명시하지 않음' '서울 지하철 8호선 살인 예고'라는 식이다.

이날 웰크론 주가는 오후 3시 기준 전일보다 13.43% 오른 주당 34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오 무렵엔 약 22% 오른 368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방검복이란 칼 또는 총알로부터 착용한 사람을 보호해 주는 옷을 말한다. 다만 웰크론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련 상품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누리꾼의 행위가 주가를 띄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1명이 숨지고 3명이 피습된 피의자 조선(33)의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데 이어 전날(3일)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사상자 14명이 나왔다.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성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온 4일 범행 예고 장소 중 한 곳인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에 오인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소방, 구급차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성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온 4일 범행 예고 장소 중 한 곳인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에 오인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소방, 구급차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 용어로는 '외로운 늑대 테러(lone wolf terrorism)' 유형이다. 특정 조직이나 외국인의 연계가 없는 국내 거주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대규모 조직이 동원되는 일반적인 테러보다 사전인지 및 추적·탐지가 매우 어려운 특성이 있다. 동시에 정보 파급 효과가 높은 인터넷에서는 유언비어 유포 등을 통한 각종 사이버 공작과 연계될 위험성도 크다.

지난 2016년 인천공항 화장실에 '신이 처벌한다'라는 아랍어 메모와 함께 폭발물 의심 물체를 놓아둔 사건이 대표적인 '외로운 늑대형 테러'다. 테러 시도를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선거운동 도중 망치로 피습당한 사건에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선 후보를 겨냥한 화염병 테러 협박 글이 올라온 것도 대중의 불안한 감정을 자극하려는 외로운 늑대들의 행위다.  

외로운 늑대들의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선 이를 사전에 테러의 한 유형으로 정의하고 강력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하고, 흉악 범죄에는 경고 없이 곧바로 실탄 사격을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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