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0명 중 7명이 초고령층
정년 제도 손보고 일자리 창출
'계속 고용 제도'가 살린 일자리

오사카부에서 고령자가 가장 많은 이즈미사노시에 위치한 고령자 쉼터. /김현우 기자
오사카부에서 고령자가 가장 많은 이즈미사노시에 위치한 고령자 쉼터. /김현우 기자

"하루라도 젊은 이 순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껴요." 

일본 오사카부 남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이즈미사노시. 이곳은 간사이 지방에서 고령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마을 주민 10명 중 7명이 65세 이상 고령층인 부내 초고령 마을이 됐다. 젊은 인구가 모두 오사카 중심부로 떠났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세븐일레븐 등 체인점 브랜드에서 일하는 점원 대부분이 '백발' 할머니·할아버지인 이곳에서 60대는 막내 취급을 받는다. 80대는 되어야 노인 공경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지난 19일 여성경제신문이 이즈미사노를 찾았다. 이곳에서 본지와 만난 70세 맥도날드 점원 다츠이 마사이 씨(남·70)는 "10여 년 전 PD 일을 그만두고 맥도날드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은퇴 직전에는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 사람과의 교류가 끊기고 일하며 알고 지낸 관계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더라. 기분이 가라앉았었다. 자연스럽게 우울증도 왔다. 때마침 맥도날드에서 올린 구인 광고를 보고 '집에서 쉬면 뭐 하나'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츠이씨는 "내가 일하고 있는 이곳 이즈미사노는 간사이 공항을 오가는 여행객이 급행열차를 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오사카 중심부인 도톤보리나 난바를 가기 위해선 이즈미사노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환승해야 하는데 많은 여행객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이곳 맥도날드를 찾는다"면서 "일을 하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놀러 오는 젊은이들을 마주하고 얘기하면서 은퇴 후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됐다. 하루라도 젊을 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에 위치한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는 70세 맥도날드 점원 다츠이 마사이 씨. /김현우 기자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에 위치한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는 70세 맥도날드 점원 다츠이 마사이 씨. /김현우 기자

이즈미사노역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있는 스타벅스. 이 매장에서 가장 어린 점원은 66세다. 이곳에서 일하는 막내 점원 하루코 나카시 씨(여·66)는 "고베시에 위치한 행복촌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다 은퇴 후 평소 커피 향을 좋아해서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게 됐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은퇴 후에도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늙고 은퇴했다고 집에만 있으면 삶의 활력을 잃게 된다. 늙더라도 사회 일원으로서 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9월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100세 이상 고령자는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가 155.17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시코쿠 고치현이 146.01명으로 2위였다. 시마네현과 인접한 돗토리현이 126.29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반면 수도권인 사이타마현은 10만명당 100세 이상 고령자가 44.79명으로 가장 적었다.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 수도권 지역인 지바현도 50명 안팎으로 파악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100세 이상 비율은 고령화가 진행된 지방이 높고, 노동인구와 아이들이 많은 대도시는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일본 최고령자는 오사카부 가시와라시에 거주하는 116세 여성 다쓰미 후사 씨, 남성 최고령자는 지바현 다테야마시에 사는 111세 소노베 기사부로 씨다.

이즈미사노시에서 한 고령 노동자가 쓰레기를 줍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이즈미사노시에서 한 고령 노동자가 쓰레기를 줍고 있다. /김현우 기자

일본의 법·제도가 이끄는 고령자 일자리 

일본에서 고령자가 법적 의무 정년(65살)을 넘겼음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의 법·제도가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1998년, 일본 정부는 60살로 정년을 의무화했다. 이후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해 2013년 65살로 높였다. 65살로 정년이 연장될 때 고용 확보를 위해 △정년 폐지 △정년 연장 △계속 고용 제도 등에서 기업이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고령자 노동시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업은 비용 등을 고려해 60살 이후 계약직 등으로 더 낮은 임금을 주며 고용을 이어가는 ‘계속 고용’(2020년 기준 76.8%) 방식을 주로 선택했다. 계속 고용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기업은 자발적으로 66살 이상이 되어도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도입한 비중도 33.4%에 이른다. 

19일 오후 2시경. 한적해 보이는 이즈미사노시 한 골목 /김현우 기자
19일 오후 2시경. 한적해 보이는 이즈미사노시 한 골목 /김현우 기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직원의 취업 기회를 70살까지 보장하도록 노력할 것을 의무화한 ‘고령자고용안정법’도 시행했다. 정년 폐지, 정년 연장, 계속 고용 이외에도 위탁계약을 통한 취업 유지, 사회공헌사업을 통한 고용 등이 새로 추가됐다. 기업이 70살까지 직원의 고용을 책임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라는 취지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2년 일본에서 법적 정년을 넘긴 65~69살 노인 2명 가운데 1명이 여전히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령대에서 취업률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6월 발표한 ‘통계로 본 일본의 고령자’ 보고서를 보면 9월 현재 65살 이상 고령자는 지난해보다 6만명이 증가한 3627만명으로 집계됐다.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고령자 비율은 29.1%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탈리아(24.1%)와 핀란드(23.3%)가 뒤를 따른다. 만 65살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부른다.

지난해 65~69살의 취업률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은 50.3%(남성 60.4%, 여성은 40.9%)를 기록했다. 65살 이상 전체 취업자는 909만명(취업률 25.1%)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 관계자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일자리 마련은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우선순위"라면서 "일본의 가전 판매 대기업인 노지마는 지난해 10월부터 80살이던 정년을 없앴다. 풍부한 상품 지식과 단골이 많은 시니어 직원들이 훌륭한 인적 자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지퍼 제조회사인 와이케이케이(YKK)그룹도 지난해 4월 65살이던 정년을 폐지했다. 시스템 개발회사 사이오스그룹도 정년을 없앴다. 정부가 제도를 마련하고 기업이 호응하면 초고령화 사회라고 해도 일자리 및 경제 활성화를 문제없이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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