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대 청년층 알바 외면
베이비부머 은퇴와 맞물려
중장년 지원 1위 서비스업

# 경상남도 창원시에 거주하는 조미자 씨(여·70)는 요즘 월요일 아침을 기다리며 산다. 흔한 직장인들에게는 '월요병'이라고 표현될 만큼 꺼려지는 요일이지만 최근 직장을 구한 조씨는 지루한 주말 대신 바쁜 평일 나날들이 즐겁다. 조씨가 근무하는 일터는 다름 아닌 GS25 편의점. 해당 지점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어르신이,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는 청장년층이 돌아가며 일한다.
아르바이트 고용 시장에서도 시니어 고용 선호도가 늘어나고 있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편의점, 카페, 호프집과 같은 주로 청년층이 알바로 일하는 매장에 중·장년 알바 직원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 서비스 종사자 취업자 중 15~29세는 2019년 63만명에서 지난해 61만명으로 감소한 반면 50대 이상은 139만명에서 153만명으로 증가했다.
본지가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 '알바천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0대 알바 지원량이 15.1% 늘어나는 동안 40대 이상 구직자는 160.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중·장년 구직자는 지난해 대비 △40대 148.4% △50대 86.8% △60대 135.6%의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과 노년 아르바이트 지원 인원이 증가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10~30대 젊은 층이 아르바이트를 외면하고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 은퇴를 시작한 것과 관련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젊은 층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는 일명 '앱랜서'(앱+프리랜서)로 빠져나가면서 구인난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시니어 알바생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가 가속하면서 노동 시장이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앱랜서, 앱바생·앱프리터족(앱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 긱잡(gig・job)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긱잡'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필요할 때마다 초단기 계약을 맺어 일하는 근로 형태를 의미한다. 보통 시급이나 월급이 아닌 업무 건수별로 임금을 받으며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지난 2020년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가 20~30대 성인 남녀 22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긱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1.8%가 '긍정적이다'라고 답했다. 긱잡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인원이 전체의 47.2%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77.2%는 ‘코로나19로 인해 긱잡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응답은 10.4%에 그치는 등 젊은 층의 장기·고정 알바 수요는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천국 자료에 따르면 중·장년 구직자들의 지원량이 가장 많은 업종은 올해 상반기 기준 △일반음식점 △매장관리·판매 △편의점 △서빙 등 '서비스' 업종이 1위를 차지하며 전체 구직자들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극심한 인력난이 10~30대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홀 서빙이나 손님 응대 같은 서비스 직종 풍경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서비스 업종 중 하나인 편의점에서도 최근 시니어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고용하는 추세다. GS25는 2018년 부산광역시에 시니어 스토어 1호점을 오픈한 이래 현재 전국에 시니어 스토어 50여 개를 운영 중이다. 시니어 스토어는 각 지역 시니어클럽이 운영하고 편의점 본사가 지원하는 방식의 매장으로 GS25가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손잡고 지역 시니어 계층의 근로 사업을 위해 운영하는 사회공헌형 편의점이다.
총 5개 지점의 시니어 드림 스토어를 운영 중인 인천노인인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60~65세 연령대가 가진 직업 사이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급여율은 높은 편이다"라며 "직무도 나름 전문성을 가지다 보니 실제 시니어 알바생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연초마다 한 번씩 시니어 알바 지원 기간이 열릴 때 기존에 근무했던 분들이 연속해서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반대로 고용주 입장에서 시니어 직원의 업무 능력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추가 교육을 시행하는 시스템이므로 운영이 원활히 진행된다"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구인·구직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학력에 업무 역량도 좋은 베이비붐 세대는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해 은행에서 고객을 안내하는 것처럼 의사소통 능력을 요구하는 직종이나 사무직에서도 시니어를 채용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