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의 그랜드 투어]
수억 년 전 솟은 세계 최대 바위
해 뜨고 지는 곳, 생명 오고 가는 곳
호주 토착 원주민의 천지창조 성지

해가 지는 모습의 울룰루(Uluru) : 호주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바위 울룰루는 세상의 중심, 지구의 배꼽이라고 불린다. /사진=박재희
해가 지는 모습의 울룰루(Uluru) : 호주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바위 울룰루는 세상의 중심, 지구의 배꼽이라고 불린다. /사진=박재희

비행기 창으로 보는 풍경은 끝없이 황량한 사막이다.  시드니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쪽으로 4시간을 날아가면 겨우 호주의 중심부에 닿는다. 호주는 하나의 섬이지만 동시에 거대한 대륙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영화를 하나 보고 조금 졸다가 착륙 안내 방송을 들었다. 붉고 마른 땅이 펼쳐진 가운데 난데없이 우뚝 솟아오른 한 덩어리의 바위산이 보였다. 울룰루(Ulruru), 지구의 배꼽이다.

울룰루를 향한 나의 ‘언젠가’ 소망은 20년 전 시작되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제목의 일본 영화가 발단이었다. 백혈병이 걸려 죽어가는 소녀와 지고지순한 소년의 사랑 이야기.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너무 전형적이지만 두 사람을 계속 이끄는 장소, 세상의 중심 울룰루는 말할 수 없이 새롭고 매혹적이었다. 그곳을 나도 꼭 가보겠다고 결심한 후 20년이나 걸려 비로소 울룰루 하늘 위에 있었다. 땅에 닿기도 전에 이미 뜨겁고 벅찬 감각으로 가슴이 뛰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비행하는 중에 본 울룰루. /사진=박재희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비행하는 중에 본 울룰루. /사진=박재희

산처럼 거대한 울룰루는 사실 단 한 덩어리의 거대한 바위다. 단위 암석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 바위 둘레가 무려 10km에 이르고 파리의 에펠탑보다, 우리 동네 산 아차산보다도 훨씬 높은 348m다. 더 놀라운 것은 지표면 아래의 크기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 그대로 땅 속으로 7km가량이 묻혀있다고 하니 7000m 높이의 한 덩이 바위산인 것이다. 

울룰루 공항은 지방 소도시의 버스터미널 정도의 크기로 작다. 울룰루는 에어즈락(Ayers Rock)이라고도 불리는데 19세기 후반에 이 땅에 들어온 탐험가가 처음 발견했다며 호주의 초대 수상이던 헨리 에어즈의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것이라니 실로 발상도 명명도 발칙하다.

호주 대륙에는 이미 4만 년 전부터 살아온 정주민이 있다. 울룰루 지역의 원주민 아난구(Anangu) 부족은 울룰루를 중심으로 하는 천지창조의 신화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울룰루는 지구상의 모든 것들의 창조 성소이다. 아난구족은 그들의 조상이 모든 생명과 인간을 창조한 이야기와 살아가는 방법을 남긴 후 영원의 세계로 떠났다고 믿는다.

울룰루와 주변에는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규율과 창조의 이야기가 그림과 조각으로 남아있다. 수만 년을 살아온 이 땅의 주인들이 대대로 자신들의 의식과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자손들에게 조상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모든 생명의 중심이라고 믿는 곳, 이곳의 이름은 울룰루다. 나의 반대가 어떤 힘을 가지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에어즈락이라고 부르는 것에 반대다. 이 거대한 바위산은 그 땅의 주인 아난구족의 성소 울룰루이다.

울룰루에서는 많은 사람이 캠핑을 한다. 원시의 땅을 바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은 소중할 것이나 나는 리조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음을 흔들어 놓는 붉은 땅, 황량함 속에 가득한 신비를 호흡하는 것이 말할 수 없이 좋았지만 사막의 파리, 뽀얗게 쌓이는 모래 먼지를 감당하는 것은 쉬울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뜨거운 샤워와 포근한 침대 잠자리가 필요한 나약한 문명인임을 받아들이고 리조트 호텔을 예약했다.

울룰루 카타추타 국립공원 내에서 이동하는 수단으로 개인적으로 차량을 렌트하지 않는다면 셔틀버스 이용을 예약 구매할 수 있다. /사진=박재희
울룰루 카타추타 국립공원 내에서 이동하는 수단으로 개인적으로 차량을 렌트하지 않는다면 셔틀버스 이용을 예약 구매할 수 있다. /사진=박재희

울룰루의 4월은 한여름이 지난 때라고 하지만 낮 기온은 38도를 넘는다. 오기 전부터 꿈꾸었던 여기서의 모든 일정, 일출과 일몰 트래킹과 별밤의 낙타 산책은 낮을 피해 배치해 두었다. 낮에는 호텔의 수영장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맥주를 마시고 읽으려 가져온 책으로 얼굴을 덮고 낮잠을 잘 것이다.  

울룰루와 카타추타는 아마데우스 분지라고 불리는 지역에 있다. 아득해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으로 가볼까? 9억년 전 이 지역은 바다였다고 한다. 수억 년에 걸쳐 침전물이 쌓이고 분지의 물이 증발하고 땅은 뒤틀리고 조여지며 거대한 충적토양을 만들고 딱딱하고 단단한 소금 바닥과 이어진 아마데우스 호수를 만들어 냈다.

수억 년 아득한 시간 동안 문명의 층위가 전혀 쌓이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땅에서 지내는 시간은 말 그대로 신비함 그 자체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깊은 호흡을 했다. 나의 정식 첫 울룰루 만남은 내일 새벽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추어 두었다. 기다려 울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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