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유대교도와 무슬림은 돼지고기 취식 금지
유목민들 부족한 음식 아끼려 계율로 정해
힌두교서는 비슷한 이유로 소를 신성시해
조선시대엔 국가가 소 관리 밀도살 엄벌에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기시하는 나라가 상당히 많다. 이유는 대개 종교적인 것이다. 기독교와 힌두교, 불교는 돼지고기를 먹는데 관대한 반면 유대교도와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기시하는 나라가 상당히 많다. 이유는 대개 종교적인 것이다. 기독교와 힌두교, 불교는 돼지고기를 먹는데 관대한 반면 유대교도와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유대교에서는 구약의 레위기에 ‘발굽이 갈라져 있고 되새김질하지 않는 동물은 먹지 말라’라고 쓰여 있어서 금지하고 이슬람교도 마찬가지로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여기고 있다. 

종교적으로 돼지를 멀리하게 된 것은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다. 유목민들은 대개 사막과 인접한 초원에서 산다. 그들에게는 돼지는 키우기가 매우 어려운 동물이다. 소나 말, 양처럼 이동이 민첩하지 않다. 굳이 돼지를 키운다면 일부러 먹이를 가져다 먹여야 한다. 잡식성이라서 풀만 먹였다가는 영양실조에 걸리기가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가축들의 먹이를 가로채거나 사람의 먹이를 돌려서 돼지에게 먹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니 사람과 먹이 경쟁을 하는 돼지를 금지한 것은 관습이 되고 종교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간과 돼지는 유사한 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사람과 돼지 모두 잡식성이라는 것이다. 농경 사회라면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을 돼지에게 주어 키울 수 있겠지만 음식을 해결하기에 만만치 않은 유목 사회에서 돼지를 키운다면 사람에게 돌아갈 음식이 돼지에게 주어진다는 것이고, 사람이 먹을 음식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그들도 돼지고기가 맛이 있고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을 안다. 돼지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을 누르지 않으면 신분 사회에서 맨 아래에 있는 사람의 음식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신의 이름을 빌려 금지한 것이다. 

반면, 파푸아뉴기니의 일부 부족은 돼지를 숭배하고, 그 부족의 돼지들은 평생을 안락하게 지낸다고 한다. 그러나 그쪽 돼지들도 위기가 가끔 온다. 그 부족이 다른 부족과 전쟁을 하는 날이다. 전쟁을 치르면서 부족원들은 많은 돼지를 잔칫상에 올려놓는다.

급작스럽게 돼지는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돼지를 숭배하는 부족이 왜 전쟁할 때는 돼지를 먹어 치울까. 이유는 전쟁하게 되면 젊은 부족원의 수가 줄어들고 돼지의 수는 상대적으로 많아지므로 둘의 숫자를 비슷하게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수가 적어지면 그만큼 식량 조달이 어려워지는데 돼지에게 들어가는 식량이 만만치 않기에 사람이 먹을 식량이 부족해질까 조치하는 것이다. 돼지의 개체를 줄여서 인간과 돼지의 수가 비슷하게 맞춰지면서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게 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들도 돼지고기가 맛이 있고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을 안다. 돼지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을 누르지 않으면 신분 사회에서 맨 아래에 있는 사람의 음식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신의 이름을 빌려 금지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들도 돼지고기가 맛이 있고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을 안다. 돼지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을 누르지 않으면 신분 사회에서 맨 아래에 있는 사람의 음식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신의 이름을 빌려 금지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건, 돼지가 맛있는 식재료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고소한 돼지고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인간 사회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나 보다.

비슷한 사례로는 힌두교가 소를 금지하는 것이 있다. 힌두교가 번성한 인도는 농경 사회이다. 예전에는 농사를 짓는데 강력한 도구가 ‘소’다. 사람보다 힘이 좋고 지치지 않고 말을 잘 듣는다. 식량을 생산하는 데 가장 필요한 존재인 소를 먹는다는 것은 지금으로 치면 트랙터 한 대를 날려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소를 취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금지하는 방향은 소를 신성하게 여기는 것으로 정했다. 인도에서 소는 신이다. 인간이 감히 신을 잡아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취급하고 멀리 한 것과는 대조적인 방법이다. 

우리도 소를 잡아먹는 것을 금지한 적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소를 국가에서 관리하였다. 관청에 신고하지 않고 소를 도살하면 엄벌에 처해졌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다. 농사에 있어서 소중한 자산인 소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기근이 일어나면 먹을 것이 부족해져 소를 잡아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더 관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급진 음식을 좋아하는 양반들은 몰래 소를 먹었다. 상고 시대부터 소고기를 즐겨 먹었다는 우리 민족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 소를 도축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몇 개 있는데 소가 크게 다쳐 일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도축을 허용했다. 약아빠진 이들은 소를 몰고 개천의 다리를 건너다가 소를 개천에 일부러 빠뜨렸다. 그러고는 소가 실수해서 다리에서 떨어져 다쳤다고 관청에 신고하고 소를 잡아다 잔치를 벌였다. 

김홍도의 '설후야연'. 눈이 온 날 양반들이 몰래 산속에서 화로에 불을 피워 소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김홍도의 '설후야연'. 눈이 온 날 양반들이 몰래 산속에서 화로에 불을 피워 소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조선의 화가 김홍도의 ‘설후야연’이라는 작품에는 소고기를 구워 먹는 양반의 모습이 나온다. 고기를 굽는 화로 옆에는 기생 같은 여인도 있다. 고기와 술 시중을 들고 있는 모양이다. 눈이 왔으니 추운 겨울이다. 양반들이 왜 눈이 온 날 산속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을까.

이유는 몰래 먹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의 눈을 피하려 눈이 온 다음 날 감시가 뜸한 틈을 타서 화로와 고기를 들고 산으로 올랐다. 그리고 맛있는 소고기와 술을 즐긴다. 우리 조상들은 먹는 것에 참으로 진심이었다.  

21세기 현대 사회에도 아직도 종교적인 이유로 특정 동물을 금기시하거나 신격화하는 나라가 꽤 많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는 농업이 중심인 나라라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이슬람교를 수용한 까닭에 아직도 금기하고 있다. 중동 지역도 유목하는 사람이 매우 적어졌지만 굳건히 돼지고기를 멀리하고 있다. 관습이 문화가 되고 종교가 되었다. 

일을 하러 한국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와 있다. 그중에는 무슬림도 많다. 그들에게 삼겹살을 권하는 것은 장난이더라도 매우 실례이다. 또한 힌두교도에게 소고기를 권하는 것도 실례이다. 상대의 문화를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 지역에 와서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고충을 물어보면 금기 음식 때문에 힘들었다고 한다. 

필자가 지난여름 만난 중앙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는 삼겹살을 잘 먹는다. 소주도 척척 받아 마시기에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그는 기독교로 개종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였다. 다 방법이 있구나.

그나저나 이스라엘과 팔레인스타인 전쟁은 얼른 끝나야 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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