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불안→국내 경기 침체 우려
이어지는 수출 하락세 PF발 부실 위기
올해 성장률 1.4% 유지, 내년은 2.2%
물가 둔화 안심 못 해 상승 요인 산적

중국 경기 불안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다섯 번 연속 단행한 금리 동결은 경기 침체 우려도 살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AP=연합뉴스
중국 경기 불안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다섯 번 연속 단행한 금리 동결은 경기 침체 우려도 살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AP=연합뉴스

중국 경기 불안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는 소비 둔화로 이어지며 심각한 내수 부진, 정부 재정 악화, 기업 부채 급증, 수출 악화라는 총체적인 난국을 만들어 냈다. 여기엔 교역국인 한국이 끼어있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경기 침체 우려도 살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다섯 번 연속 단행한 금리 동결은 그런 의지의 반영이다. 물가 둔화세가 뒷받침해 금리 인상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다시 증가 전환한 가계부채와 다채로운 물가 상승 요인,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그리고 올해 연 1.4%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 여부까지 침체와 물가 사이, 정부는 하반기 위태로운 외줄 타기를 하게 생겼다.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종전 기준금리 연 3.5%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에 이은 올해 다섯 번째 금리 동결이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불안 방어에 무게 추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동결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내년 성장률은 직전 전망치(2.3%)에서 2.2%로 0.1%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1월 2.3%로 시작해 지난 2월 2.4%, 5월 2.3%, 이달 2.2%로 수정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선 직전 전망치보다 연속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은행
내년 성장률은 직전 전망치(2.3%)에서 2.2%로 0.1%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1월 2.3%로 시작해 지난 2월 2.4%, 5월 2.3%, 이달 2.2%로 수정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선 직전 전망치보다 연속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은행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직전 전망치를 유지했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하향 조정됐다. 이는 중국 경제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지난 5월 전망치(1.4%)에 부합했다. 그러나 내년 성장률은 직전 전망치(2.3%)에서 2.2%로 0.1%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1월 2.3%로 시작해 지난 2월 2.4%, 5월 2.3%, 이달 2.2%로 수정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선 직전 전망치보다 연속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중국 악재는 한국 수출 둔화로 연결되고 있다.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10개월째 작년 동기 대비 뒷걸음질 치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감소가 주효했는데 이 역시 전체의 절반 이상을 팔아주는 중국 판로가 마비되면서다.

기업의 경기 심리 위축은 한국 경제 침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 대출이 증가했다. 4연속 금리 동결에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 형성되면서다. 지난 2분기 말(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직전분기 말(1853조3000억원)보다 9조5000억원 증가했다. 여섯 달 만에(2022년 4분기, 2023년 1분기 두 개 분기) 하락에서 다시 증가 전환했다.

그런데도 금리를 올릴 수 없는 것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 위축뿐 아니라 최근 흥국생명과 새마을금고 사태와 같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 투자, 수출이 한꺼번에 위축될 때 중국 전철을 밟게 된다. 침체와 부채 사이 금리 인상에 대한 딜레마가 여기서 생긴다.

한은도 국내 실물 경기에 대한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도 국내 실물 경기에 대한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도 국내 실물 경기에 대한 우려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한은은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 회복세가 주춤하는 등 성장세 개선 흐름이 다소 완만해진 모습이다. 고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경기둔화 영향 등으로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면서 “향후 성장경로 상에는 중국경제 향방 및 국내 파급영향,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IT 경기 반등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유가·곡물가·연준 눈에 띄는 ‘회색코뿔소’
한은 “금융안정에 유의해 물가 목표 달성”

금융당국이 오랜 동결을 마음 놓고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의 둔화세 때문이다.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물가 목표치인 2% 근사치 2.3%를 기록했다. 이는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그러나 국제유가 기저효과가 빠지는 이달부터 연말까지는 3% 내외에서 물가가 등락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물가 목표치인 2% 근사치 2.3%를 기록했다. /최주연 기자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물가 목표치인 2% 근사치 2.3%를 기록했다. /최주연 기자

대외적인 물가 상승 요인은 마치 ‘회색코뿔소’(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와 같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추가적인 감산 조치와 세계 수요 회복 조짐 등으로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또다시 물가 상승 우려가 불거졌다. 지난 6월 말 배럴당 67달러까지 하락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최근 배럴당 80달러선까지 회복했다. 산유국 감산이 지속하면서 난방 수요 증가 등 하반기 수요가 급증하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날 낮 12시 9분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742원으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23원으로 이미 1800원대를 넘어서 1900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 밖에도 엘니뇨 등 이상기후에 따른 곡물 가격 상승은 유가 상승과 함께 물가 상방 압력의 또 하나의 축이다. 미국 곡창지대로 유명한 남중부 지역은 세계적인 밀 경작지로 알려져 있다. 고온과 가뭄은 미국 밀뿐 아니라 세계 곡물 가격을 올리고 있는 또 한 번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사그라지지 않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금융당국을 물가와 침체 사이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이번 동결로 한국 기준금리가 3.5%로 고정되면서 미국 기준금리(5.50%)와 사상 최대 금리 역전 차인 2%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사그라지지 않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금융당국을 물가와 침체 사이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이번 동결로 한국 기준금리가 3.5%로 고정되면서 미국 기준금리(5.50%)와 사상 최대 금리 역전 차인 2%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사그라지지 않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금융당국을 물가와 침체 사이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이번 동결로 한국 기준금리가 3.5%로 고정되면서 미국 기준금리(5.50%)와 사상 최대 금리 역전 차인 2%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내달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한 차례 더 진행하거나 뜨거운 노동시장과 경기 호조세로 금리 인상 추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은 역사적인 금리 차에 불안한 경기 상황으로 자금 유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금통위 직전 공개석상에서 "조만간 있을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 결정 예상 등을 감안해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내달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한 차례 더 진행하거나 뜨거운 노동시장과 경기 호조세로 금리 인상 추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은 역사적인 금리 차에 불안한 경기 상황으로 자금 유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AFP=연합뉴스
내달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한 차례 더 진행하거나 뜨거운 노동시장과 경기 호조세로 금리 인상 추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한국은 역사적인 금리 차에 불안한 경기 상황으로 자금 유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AFP=연합뉴스

금통위는 금융안정에 유의해 물가상승률을 목표수준에서 안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목표 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긴축기조를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 위험,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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