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속 동결 3.5% 금리 열한 달째
물가 3.8% 상승에 가계 빚 1876조
생산·소비·투자 감소 PF發 위기 잠재
뚝뚝 떨어지는 내년 성장 전망 2.1%
물가 높지만···금융 안정에 유의할 것

이달도 금리 동결이다. 물가와 가계 부채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한국은행은 3.5% 금리에서 한 치 앞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사진은/연합뉴스
이달도 금리 동결이다. 물가와 가계 부채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한국은행은 3.5% 금리에서 한 치 앞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사진은 한파에 두꺼운 옷차림을 한 출근길 시민. /연합뉴스

이달도 금리 동결이다. 물가와 가계 부채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한국은행은 3.5% 금리에서 한 치 앞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중순까지도 고집한 ‘2% 물가 목표 우선’이라는 발언이 무색하다. 지난해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연거푸 밟던 때와 확연히 다르다.

모든 것이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 투자는 모두 감소했고 부동산 파이낸싱발(發) 금융위기가 언제든 한국 경제를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2월 이후 계속해서 하강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물가안정 득보다 경기침체 실이 더 크다는 게 중론이다.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종전 기준금리 연 3.5%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에 이은 올해 일곱 번째 금리 동결이다.

금통위는 경제 둔화를 방어하는 데 촉각을 세우고 있다. 크게 성장 둔화와 금융위기 방어다.

한국 경제의 성장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3대 지표가 지난달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이 1.6% 감소, 소매 판매 0.8% 감소, 설비투자가 3.3% 감소하며 모두 감소했다.

특히 생산은 2020년 4월(-1.8%)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다. 제조업 생산 감소(-3.5%)가 전체 생산 위축을 주도했다. 반도체 생산 감소(-11.4%)가 컸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 전망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
내년 한국 경제 성장 전망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

내년 한국 경제 성장 전망치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공개한 ‘전망 시기별 2023년 성장률 전망 내역’을 보면 지난해 11월 첫 전망치는 2.3%였다. 올해 2월 그보다 0.1%포인트 상승한 2.4%로 올랐다.

지난해 말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수출 증대 기대가 내년 성장 전망치를 밀어 올렸다. 그러나 실제 중국 경기는 기대만큼 올라서지 못했고 한국 경기도 덩달아 하강했다.

이달 한국은행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다. 직전 전망(2.2%)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직전 전망치와 같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첫 전망인 2021년 11월 2.5%에서 2년여간 미끄러져 1.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지난 5월, 8월, 11월 1.4%로 동률이다.

여기에 부동산 파이낸싱(PF) 발 금융위기가 공존한다. 기준금리(초단기 콜금리)를 올리면 단기 채권 금리와 장기 채권 금리가 상승하며 실물 경제 활동 전체에 영향을 준다. 즉 기업의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건데 이로 인해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와 올해 흥국생명, 새마을금고 등 유동성 위기가 전면에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레버리지(차입)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이 갈 수(연착륙) 있는 확률은 낮다”면서 다른 위기가 언제든지 터질 수 있고 금융당국이 충분히 매니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이창용 “자금 물꼬 터 새마을금고 안정화, 전체 유동성은 흡수해야”)

금리 인상은 부담, 금리 인하는 안 돼
李 “통화 긴축 기조 장기간 지속할 것”

일곱 번 연속 금리 동결이 금리를 더 이상 인상할 필요 없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여전히 물가는 높고 가계 부채 규모는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8% 상승하며 한은 기대치를 웃돌았다. /최주연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8% 상승하며 한은 기대치를 웃돌았다. /최주연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8% 상승하며 한은 기대치를 웃돌았다. 물가는 국제유가에 대한 기저효과로 지난 7월 2.3%까지 하락했지만, 감산 이슈로 인해 8월 한 달 만에 3.4%로 올라서더니 9월 3.7%, 10월 3.8%까지 상승세로 전환됐다. 다만 근원물가는 3.6%를 기록하며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물가보다 낮게 나왔다.

한은은 올해 연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6%, 내년 2.6%로 전망했다. 8월 전망치는 각각 3.5%, 2.4%였는데 0.1~0.2%포인트 상승했다. 근원물가도 직전 전망치보다 소폭 상승한 3.5%, 2.3%로 각각 전망됐다. 물가는 내년 상반기나 돼야 3% 내외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11개월째 동결 흐름에 가계 부채는 증가 전환했다. 지난 3분기 전체 가계 빚(신용)은 187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약 60%가 주택담보대출이었으며 1049조1000억원에 달했다.

한은은 금리 인상까진 부담스럽지만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긴축 기조를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은은 금리 인상까진 부담스럽지만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긴축 기조를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에 따라 한은은 금리 인상까진 부담스럽지만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긴축 기조를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 “물가 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 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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