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디코드] ②
중국 자국민에 한국 단체관광 허용
서비스 적자 우려에 때마침 ‘호재’
과거 여행 적자에도 수출이 떠받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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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로 손해를 보면 누구나 기분이 나쁘다. 기업의 적자는 구조조정, 나아가 도산에까지 이르는 등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국가의 적자는 이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국가의 영업 적자는 국가 신임도를 떨어뜨린다.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고 자금 유출을 일으키는 것까지는 기업과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환율 상승, 수입 물가 상승, 또다시 자금 유출을 가속하는 악순환을 만들며 국민 생활을 뒤흔든다. [경상수지 디코드]에서는 경상수지 수치에 숨은 코드를 해독해 현재 한국의 경제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

중국 당국이 자국민에 대한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관광업 가뭄 속 뜻밖의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여행업 적자 확대가 올해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다.
올해 들어 서비스 적자 확대에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는 것은 본질적으로 수출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년 넘게 줄곧 서비스 및 여행 적자를 겪은 나라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지로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 이 ‘호들갑’은 그동안 서비스수지 적자를 커버했던 상품수지(수출)가 변변치 못함을 나타낸다.
14일 여성경제신문이 한국관광공사가 공개한 올해 상반기 기준(1~6월) 관광수지를 분석한 결과 46억5000만 달러 적자로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광수지 적자 폭은 2018년(-70억6000만 달러, 상반기 기준) 이후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또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공개한 6월 국제수지(잠정)에서도 여행업 적자 폭 확대 추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는 119억3000만 달러로 이중 여행 적자가 58억3000만 달러로 절반을 차지했다. 작년 상반기 서비스수지는 9억3000만 달러 적자에 여행수지는 32억5000만 달러 적자로 1년 만에 큰 폭으로 적자 폭이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수지는 가공서비스와 운송, 여행, 건설, 지식재산권 사용료, 컨설팅 비용 등이 포함된다. 한국인이 외국의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 비용을 지불했으면 마이너스, 외국인이 한국의 서비스를 사용해 비용을 지불했으면 플러스로 수지타산을 따져 흑자 혹은 적자로 기재된다. 더 많이 썼으면 적자다.
실제 방한 외국인 수보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가 두 배가량 더 많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해외에 관광하러 간 우리 국민은 총 993만1475명인 반면 방한 외국인은 총 443만796명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관련 기사 :[경상수지 디코드] ① 993만 해외여행객은 적자 주범?···“하반기 더 악화, 해외 투자 관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던 여행 적자
해외 여행객에 출렁이는 韓 가계부
적자 커버했던 韓 수출 변변치 못해
사실 여행수지와 더불어 서비스수지의 적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관광수지 추이를 보면 2001년부터 작년까지 22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고 올해까지 23년째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수지도 이와 같은 흐름이다. 본지가 한국은행 국제수지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서비스수지는 2000년부터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대신에 상품수지(수출과 수입에 대한 수지타산)가 이를 압도할 만큼 흑자를 나타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상품수지 추이를 보면 지난 22년간 수출입은 항상 흑자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1202억 달러 흑자로 최대 성과를 냈다. 이 밖에도 이 기간 수천에서 수백억 달러 흑자를 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경색과 수요 감소 등으로 한국의 수출입 흑자 규모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고 2022년 15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국경제는 상품수지가 전체 경상수지를 떠받치는 구조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한 외국인보다 우리 국민의 해외 여행수요가 몇 배가 돼 적자를 찍더라도 수출로 마이너스를 되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수출이 10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특히 최대 무역국인 對(대)중 무역적자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중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 등 내수 부진과 미·중 갈등 등 대외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투자 규제에 하반기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상반기 상품수지는 34억7000만 달러 적자 성적을 냈다. 마이너스를 되돌리는데 이제는 배당과 이자 소득인 소득수지에서 찾고 있다. 소득수지는 2010년까지 적자였다.
전문가들은 국민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도 경상 전체가 출렁이는 한국 경제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이는 6년 만에 들어오는 유커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관광업 활성화해 내수 진작한다고 하는데 이는 경제 성장이나 무역적자를 흑자로 전환하는 데 그 영향력이 ‘새 발의 피’정도 일 것이다”라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하려면 수출 증진만이 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상저하저’(상‧하반기 모두 둔화)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올해 누적된 무역적자는 278억5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8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32억18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5.3% 줄었다. 월간 수출액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째 감소세다. 이달 1∼10일 수입액은 162억3200만 달러로 30.5% 줄었다.
이 기간 무역수지는 30억1400만 달러 적자다. 지난달 같은 기간(22억68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