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까지도 2%대 연말엔 3%대
근원 4.1% 작년 5월 이후 최저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 2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이다. 작년 석유류 가격과 비교해 6월 역대급 하락에 기인한 기저효과 덕을 봤다. 다만 내달 물가까지도 석유 덕을 보겠지만 하반기 물가는 다시 3%대로 올라갈 전망이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1.12(2020=100)로 작년 동월 대비 2.7% 증가했다. 전월과 비교할 때는 보합세(0.0%)다. 2%대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개월 연이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5.2%를 기점으로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까지 완연한 둔화 추세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의 둔화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체감물가와 직결된다. 이는 전달(3.2%)에 비해 0.9%포인트나 하락한 2.3%를 기록했다. 27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다. 원유 가격과 서비스업 물가 하락이 주효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원유 가격 하락과 서비스 부문 상승률이 둔화됨에 따라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율이 지난해 9월 이후 2%대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제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2022년 2월 24일)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같은 해 3월 8일 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123.7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6월 첫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유가는 하락 전환했다. 이후 연준은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침체 우려 속 7월 국제 유가는 70달러 초반에서 머물고 있다. 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70.16달러다.(현지 시각 3일 오후 9시 33분 기준)
실제 원유 가격 하락에 대한 인플레이션율 기여도는 –1.47%포인트로 나타났다. 전체 물가상승률의 약 1.5%포인트를 낮췄다. 실제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4% 하락하면서 1985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게 떨어졌다. 경유는 32.5%, 휘발유는 23.8%, 자동차용 LPG는 15.3% 하락했다.
원유 제외 물가는 ‘죽지 않아’
근원물가 둔화 “방심은 일러”
다만 원유를 제외한 기타 물가 항목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작년 동월대비 25.9% 상승했다. 특히 전기 요금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비스 물가도 3.3% 상승했는데 외식 가격이 6.3% 급등했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가격은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작년 동월 대비 0.2% 오른 수준이다.
라면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4% 올랐다. 이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 출고가 인하 권고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목표 물가 도달까지 장애물로 우려했던 근원물가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지표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지난해 5월(4.1%) 이후 최저치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근원물가 추산 방식을 적용한 '식료품·에너지 물가 제외 지수'도 5월 3.9%에서 이번 달은 3.5%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김보경 심의관은 "7월까지는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물가가 많이 안정될 것 같고 하반기는 그에 비해 하락 폭이 둔화할 수 있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은 상방 요인이고, 국내 경기에 따라 하방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한국은행 김웅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번 달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근원물가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나타내는 가운데 지난 전망 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