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옥토제너레이션' 증가세
고령 노동자 증가=복지 시스템 불능

챗GPT를 활용, AI가 그린 '일하는 80대 노인' 이미지 /챗GPT
챗GPT를 활용, AI가 그린 '일하는 80대 노인' 이미지 /챗GPT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0세를 넘는 나이에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민주당 의원 낸시 펠로시도 올해 83세로 올해 1월 3일까지 미국 연방 하원 의장을 맡았다. 1942년생인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는 이미 81세인데도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다섯 번째 시리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은 평생을 침팬지 보호를 위해 헌신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89세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세계를 누비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80대'들은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0년생이 80살이 되는 2080년까지 80대는 노동소득으로 살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모아 둔 돈으로 먹고사는 재산소득을 이용하는 노인은 전체 노인 중 10%가 채 안 된다. 초고령화 추세에 80세 노인이 향후 경제활동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빈곤 전망 모형연구에 따르면 75~84세 초고령층의 연도별 소득구성 추이는 2020년 50.22% 2080년엔 48.7%가 노동소득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60년 동안 평균 약 51%의 초고령층 노인이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 반면 재산소득으로 살아가는 노인은 2020년 15.31%에서 2080년 11.44%로 꾸준히 감소할 전망이다. 

75-84세 소득구성 추이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
75-84세 소득구성 추이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

초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80대 '불퇴족(은퇴를 하지 않는 족)'의 증가 현상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80년에는 80세 이상 근로자가 11만명 정도였지만 지난해 69만명으로 42년 사이에 6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도 75세 이상 인구의 작년 취업률이 11%로 2017년보다 5년 사이에 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80대 고용률은 1982년에는 2.2%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8.7%로 40년 사이에 8배 이상 뛰었다. 

앞으로도 '옥토제너리언(80대를 가리키는 표현)'의 능동적인 경제 활동 참여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는 약 80억명 수준, 80대 인구는 약 1억6000만명으로 2%가량을 차지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0년 후인 2053년에는 80대 인구가 세계 인구의 5.1%를 웃돌며 약 5억명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추세를 감안하면 고령 인구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계에서도 옥토제너리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S&P500에 상장된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80세 이상이 약 80명으로 나타났다. 그중 최고경영자(CEO)로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글로벌 방산업체 텔레다인 테크놀러지스의 로버트 머레이비언 회장 등이 있다. 특히 머레이비언 회장은 93세인 올해에도 CEO로서 활약하고 있다. 

워런 버핏 /연합뉴스
워런 버핏 /연합뉴스

긴 평균 수명을 자랑하는 일본에선 이미 일하는 80대를 사회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전문 컴퓨터 프로그래머 와카미야 마사코는 올해 88세로서 '세계 최고령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60세에 은퇴했을 때 사실상 컴퓨터를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은퇴 후 컴퓨터를 구입하고 IT 공부를 시작한 결과 80세에 접어든 나이에도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노인들을 위한 게임인 '히나단(Hinadan)'을 제작했다. 80대이지만 게임 프로그래밍에 도전한 이야기가 큰 화제를 모은 와카미야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80이라는 나이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80대 근로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스닥 상장 기업 중 80세가 넘는 등기임원의 수는 2014년에는 31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2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80대 근로자의 증가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민 정책을 더 개방해야 한다는 압력이 있기 때문에 고령 근로자들이 늘어남으로써 이민자를 덜 받아도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80대들이 일자리에서 더 많이 활동하게 되면서 고령의 일부 고위직과 젊은 직원들 사이의 문화차이 해소를 위한 부담도 발생한다. 인사 컨설팅 기업 콘페리 관계자는 "일부 80대 임원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면 회사에 인건비 부담을 초래하고 연봉이 낮은 젊은 직원들은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다"며 "반대로 회사가 젊은 직원들을 위해 제공하는 복지 및 문화 혜택 때문에 80대 근로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은 "80대에도 일을 한다는 것은 적당한 일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며 홀로 사는 노인의 경우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에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임용빈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80대는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그들 중에서 일하는 사람의 증가는 복지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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