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접종 하지 않으면 '학대 위기 아동' 간주
2019~2021년 3년간 총 2만 7843명 확인
위기 아동 발굴해도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

인큐베이터 안의 신생아 /연합뉴스
인큐베이터 안의 신생아 /연합뉴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아이라면 출산 직후 B형간염·결핵 예방주사 등 필수예방접종은 대부분 맞추는 게 상식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접종을 차일피일 미루면 국가는 이를 '영유아 학대 징후'로 본다. 이를 통해 일명 '위기 아동'을 발굴해 대책을 마련하는 시스템도 정부는 갖추어 놓았다. 그런데 필수예방접종조차 하지 않은 영유아가 최근 3년간 2만여명(누적)에 달했지만, 정부의 위기 아동 관리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29일 여성경제신문이 전국 어린이 예방접종률 현황(2019~2021)과 통계청 인구통계조사표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2만7843명에 달하는 아동이 만 1세 이전에 주요 필수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전국 어린이 예방접종률 현황 '연령별 완전 접종률 및 접종 백신 및 접종 횟수'를 보면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완전 접종률 100%에 달성하지 못했다. 접종률은 2019년 96.5%, 2020년 97.1%, 2021년 97.2%로 집계됐다. 2019년 조사 아동은 모두 2018년에 출생해 출생신고까지 완료된 아동이다. 마찬가지로 2020년 조사는 2019년생, 2021년 조사는 2020년생을 상대로 실시됐다. 

2018년엔 32만6822명의 아이가 태어났고 1만1439명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2019년엔 30만2676명이 출생해 8778명이 미접종자로 집계됐고 2020년엔 27만2337명이 세상의 빛을 봤지만 2만7843명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해당 조사는 아동 필수 예방접종  BCG(결핵), HepB(B형감염), DTaP(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IPV(불활성폴리오바이러스), Hib(뇌수막염 예방접종), PCV(폐구균) 예방 주사를 모두 받지 않았거나 받은 아동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문제는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는데도, 정부 시스템에서 학대 위기 의심 아동으로 분류되지 않은 아이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인천에서 부모의 부재 속 숨진 2세 아동의 경우에도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 위기 아동으로 분류가 됐지만 지자체가 포착해 내지 못한 사례였다. 

정부는 2018년 3월부터 예방접종 미접종 사례 포함, 44종의 정보를 활용해 위기에 처했을 수 있는 아동을 발굴하고 가정방문을 하는 ‘이(e)아동행복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아 지난 3월 2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파상풍 등 정기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만 3살 미만 아동이 지난해에만 전국 406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도별로는 경기 1198명, 서울 852명, 경남 240명, 인천 225명, 부산 223명 순으로 많았다. 울산(72명), 세종(47명), 제주(54명)를 제외하고 모든 광역시도에서 100명이 넘었다.

질병관리청은 조사 결과에 대해 "예방접종 대상자 중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하고 영주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것이 확인된 경우 예방접종 대상자에서 제외했다"며 "일부 확인되지 않은 아동도 포함하고 있어, 이들 아동의 비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 실제 지역사회의 예방 접종률보다 낮게 산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필수접종 미접종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대 위기 아동' 발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구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 아동 발굴 작업을 일차적으로 진행하는 주체가 인공지능인데, 이를 보완할 인력·시스템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위기관리 대상자 333명 중 64명만 인공지능이 직접 발굴했고 나머지 269명은 특정 기준에 따라 복지 공무원이 발굴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공지능 발굴의 한계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사람이 직접 발굴하는 기획 발굴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아동행복지원사업의 인공지능은 학대가 신고되면 확인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게 되어 있다"면서 "필수 접종을 하지 않은 아동 가구는 간호사가 가정에 방문하는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여러 겹으로 학대 지원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만 의존하고 있는 지금의 위기 아동 발굴시스템은 그동안 감지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위기 아동을 선제적으로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위기 아동을 발굴하고, 기획조사를 할 수 있는 복지 공무원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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