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프로파간다] ①
광우병 괴담 이어 15년 만에 ‘선동의 시대’ 개막
방류 3km 지점 ‘빗물 수준’···커피 피폭 위험 더 커
‘알프스’ 통과→해류 따라 미국行→5년 후 韓 해역
정화해도 ‘오염수’라 지칭 ‘처리수’ 명칭 부재 문제

“대중의 관행과 의견을 의식과 지식을 발휘해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다.”
“사회의 이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국가의 권력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정부’를 이룬다.” <프로파간다>, 에드워드 버네이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또 한 번의 ‘반일(反日)파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해한 방사성 물질이 우리 해역을 침범해 수산물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15년 전 반미 감정을 증폭시켰던 ‘광우병 사태’와 닮았다. ‘후쿠시마 괴담’은 그때와 똑같이 한국인의 밥상에 공포심을 일으킨다. 소고기가 소금과 수산물로 바뀌었을 뿐이다. 보수정당이 여당, 진보정당이 야당인 정치 구도도 같은 모습이다.
진보정당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이론이 정책으로 실현됐고 실제 고리2호기를 멈춰 세웠다. 그런 ‘학풍’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핵 폐수’를 넘어 ‘용산 총독부’라는 구호를 들고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머지않았다면서 소금이 다 팔린 모습을 보여주고 천일염 사재기를 부추기는 언론도 한몫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전과 광고는 당연한 마케팅전략이지만 과대·허위광고는 법적 제재를 받는다. 여성경제신문은 [깐깐한 팩트 탐구] 코너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특히 천일염을 오염시킨다는 삼중수소의 실체와 위험성을 낱낱이 밝혀본다. 궁극적으로는 허위·과대 선전 가능성을 들춰본다.

“사실 오염수도 순화된 표현이다. 앞으로는 핵 폐수로 불러야 한다. 네이버에 댓글 열심히 달고, 카카오톡 메시지 한 개라도 더 보내달라!”
지난 17일 부평역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다. 다음날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 있는 일”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실제 이 대표의 말대로 ‘한국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핵 폐수’일까. 본지 확인 결과 전혀 그렇지 않다. 과학자들은 과학은 쏙 빠진 선동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20일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마트에서 파는 전복이나 바나나도 먹으면 안 된다”며 “일상적으로 바다에서 잡히는 전복에서도 폴로늄이라는 방사성 물질이 측정되고 바나나와 커피에도 칼륨이 측정된다. 4~5년 후 우리 해역에 있을 삼중수소는 바나나 하나에 들어가 있는 방사성 물질보다, 전복 한 마리에 들어가 있는 양보다도 적다”고 강조했다.
커피콩 한 개에는 방사성 물질인 칼륨40이 들어가 있다. 이 물질은 삼중수소보다 방사선 피폭 효과가 340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즉 칼륨40 1Bq(베크렐, 1초에 나오는 방사선 양)을 섭취하는 것은 삼중수소 340Bq를 섭취했을 때의 같은 방사선 피폭 효과와 같다.
그런데 다핵종제거설비인 ‘알프스(ALPS)’ 필터로 걸러진 삼중수소 농도는 1500Bq/L 수준으로 맞춰진다. 커피 한 잔(14Bq)에 들어가 있는 방사성 피폭 효과를 삼중수소 방사성 물질과 비교할 수 있게 환산하면 4760Bq(14BqX340)가 된다. 즉 희석된 삼중수소 1L를 마신다고 가정할 때 커피 한 잔이 더 해로운 셈이다. (1500Bq < 4760Bq)

정 교수는 “알프스 필터로 정화한 처리수에는 배출농도 이하로 낮춰진 세슘과 스트론튬, 그리고 삼중수소가 남는다. 특히 삼중수소의 경우 필터로 거른 후 6만Bq/L로 남는데, 사실 여느 공업 물질 배출 기준대로라면 그대로 배출해도 관계없는 수준이다”라며 “여기에 40배나 되는 바닷물을 섞어 1500Bq/L를 만드는데 이는 세계 음용수 기준(WTO 기준 음용수는 1만Bq/L)보다도 훨씬 낮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해당 처리수를 바닷물에 방류해 2~3km 지점까지 흘러가면 1Bq/L로 떨어진다. 빗물 수준이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빗물 수준으로 희석되는 삼중수소
지구 한 바퀴 돌아 5년 후 한국에
심지어 빗물 수준으로 희석된 삼중수소는 대부분 한국 해안으로 들어오지도 않는다. 올 초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이 공개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방류된 삼중수소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다 2년 뒤부터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 해역에 점차 유입되고 4~5년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삼중수소는 오염수에 가장 많이 포함된 핵종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뒤 삼중수소 농도는 1세제곱미터당 0.001Bq에 이른다. 이는 평상시 우리 해역에 존재하는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김경욱 KIOST 책임연구원은 “방출된 오염수는 대개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미국 쪽으로 이동한다. 이 해류를 거치지 않고 관할 해역에 바로 유입되는 건 특이한 경우인데, 이 역시 고려한 연구 결과다”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알프스 필터를 거친 오염수는 방류된 뒤 2~3km 지점에서 매우 약한 방사성 물질(빗물)을 함유한 처리수 상태로 있게 된다. 그리고 해류를 타고 대부분 미국으로 넘어가고 그중 극소수가 동해안으로 유입된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했던 처리수들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최대 5년이 지나고서야 한국의 서해안에 진입하게 되는데 이는 이미 바닷물과 다름없다.
정 교수는 최근 소금 사재기와 관련해서는 “삼중수소는 화학적으로 물이랑 똑같다. 즉 증발시키면 삼중수소는 사라진다. 바짝 말려 생산하는 천일염에는 결과적으로 삼중수소가 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고농도 오염수 방류
2001년부터 방사성 농도 측정 “문제없었다”

이 모든 사달은 2011년 일본에 상륙한 역사적인 쓰나미 때문이다. 원전 건물 4개가 손상됐고 태평양을 포함한 일대가 세슘 등 방사성 물질로 오염됐다. 일본 정부는 별다른 손을 쓰지 못했고 오염수는 당시 하루 300t씩 방류됐다. 어떤 처리 과정도 거치지 않은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본지 확인 결과 당시 방출된 세슘 추정치만 8000조~1경 4000조Bq이다.
그러나 당시에 방류된 고농도 오염수로 인해 한국 해역에서 잡힌 수산물이나 천일염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보고는 지금까지 없었다. 원액 그대로의 고농도 오염수가 방류됐을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를 훨씬 희석시킨 처리수를 30년에 걸쳐 방류하는데 한국의 천일염이 오염될 거란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소금 불안에 대해 “국내산 천일염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천일염 방사능 검사를 286회 실시했는데,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2001년부터 바닷물과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그 결과는 홈페이지에 공유한다.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에도 우리 해역에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는데도 배출 기준 이하로 낮춘 처리수를 방출한다고 할 때 지금 같은 우려는 지나치다는데 입을 모은다. 이번 방류를 앞둔 처리수 농도는 과거 고농도 오염수에 비해 0.0003~0.0005배 정도로 추산된다. 30년에 걸쳐 서서히 방류된다.

또 원자력 학계는 방사능 자체보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더 위험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공포로 인해 수산업계가 불필요한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사실 방사성 물질은 우리 주위에 가깝게 있다. 앞서 언급했던 커피, 바나나, 전복뿐 아니라 모든 음식물에 함유돼 있다. 심지어 우리 몸에서도 방사성 물질은 1초에 몇천 개씩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전 세계 어디든지 바닷물을 퍼오면 거기에선 세슘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는 1960년대 지상 핵실험 때문이다. 그때 많이 퍼졌는데 인체에 해를 주는 정도는 아니다”라며 “1960년대 인류보다 지금 인류가 15% 이상 자연 방사능이 적은 환경에 살고 있다. 후쿠시마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삼중수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좁은 틈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정치권
오염수에 대한 단계적 명칭 분류해야
정 교수는 알프스로 걸러진 물질은 더 이상 오염수로 불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화 처리 이전과 이후를 같게 지칭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오염수에 대한 단계적 명칭이 없다는 점도 오해를 만드는 지점이다. 보통 오염수→처리도상수(처리 중인 물)→처리수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오염수로 부른다”라며 “당연히 국민에게 오염수 방류해도 괜찮냐고 물으면 국민들은 안 된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프레임이 씌워진 질문인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주말 꺼내든 ‘핵 폐수’라는 용어가 국제 학계에서는 주로 중국인 연구자 사이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되며 논란이 됐다. 이후 민주당 공식 논평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대신 핵 폐수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염수가 아닌 핵 폐수라는 더 강력한 프레임을 찾아 쓴 것이다. 학계에서는 정치적 선동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형 원전 개발 책임자를 지낸 이병령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본지에 “(후쿠시마 처리수는) 위험하지 않다”라며 “과학 기술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모양새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분석한 결과 해롭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위원은 “과학기술 분야를 정치 논리에 맞춰 해석하고 있다. 2011년 사고 났을 때 정화시설이 가장 좋지 않았고 그때 가장 해로웠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한테 해롭지 않았다”라며 “정치적 선동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바야흐로 에너지를 두고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만연해 있다. ‘PR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자본주의 민주 국가에서 탄생한 선전(프로파간다)의 의미와 역할을 소개했다. 그러나 히틀러의 선전장관인 괴벨스의 서재에도 그의 책이 꽂혀 있었다고 한다. 그는 거짓이라도 유권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표와 마음을 얻는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가가 대중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 소재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선전은 아무 소용이 없다. 하지만 어떤 선전이 거짓이거나 부정직할 경우에조차 그와 같은 이유 때문에(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해야 하므로) 그런 식의 선전 방법을 거부할 수는 없다. 몇몇 형태의 선전은 지도자가 유권자에게 호소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에선 늘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버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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