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흥행 이어 KB증권도 발행 동참
부동산 금융 부실 완화엔 시간 걸릴 듯
올해 만기 1.4조 회사채 돌려막기 때문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자도 우량 채권에 몰리고 있다. 그런데 희소식이 여전히 부채 돌려막기에 급급한 건설업에까지 미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가 수요예측에서 잭폿을 터뜨린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이 5개월 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나선다.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은 KT(AAA), 포스코(AA+) 등 AA급 이상 우량등급 회사채를 중심으로 연초부터 강세 흐름을 보였다.
지난주 HD현대오일뱅크(AA-)와 에쓰오일(AA)은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연달아 흥행하면서 회사채 시장에 대한 우호적인 투심이 이어지고 있다. 또 이런 가운데 KB증권(AA+)과 한국금융지주(AA-)가 각각 4600억원, 13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자금조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만기가 1~3개월인 단기 PF-ABCP를 만기가 일치하는 장기 대출로 유도해 만기 불일치 문제를 해소해달라고 금투업계에 제안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부동산 PF에 대한 상각처리 등 자산 재조정을 진행하면서 채무상환자금을 회사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모습이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건설업계의 자금조달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 등 HD현대그룹은 회사채 시장에서 2배가량을 증액 발행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조4300억원에 달하는 건설업계의 부채는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롯데건설은 지난 4월 계열사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을 받아 기존 신용등급(A+)보다 높은 'AA+' 등급으로 2500억원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160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HL디앤아이한라(BBB+)와 한국토지신탁(A)의 경우 모두 500억원 모집에 나섰으나 각각 140억원, 26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한신공영도 500억원을 목표로 했으나 50억원의 주문만 받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의 채무보증 잔액은 2021년 3월 23조5000억원에서 2021년 12월 36조8000억원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2년에 들어와서는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금리 및 원자재가격의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그 잔액이 정체되고 있다.
장근혁 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은 "2023년에 만기도래하는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대출채권이 적지 않아 이들의 채무변제 비율이 증권사의 건전성 및 유동성 개선에 매우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금융시스템 및 국내 부동산금융 부실화 우려가 완화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라며 "작지만 발생하면 큰 충격을 일으키는 리스크가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