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수가가 불러온 3교대·PA
간호법, 근무 환경 개선 효용無
터무니없이 낮은 간호관리료
원가 보전율 개선부터 이뤄져야

지난 1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안을 두고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간호사협회는 법안 취지가 보건 의료체계 재정비라고 주장한다. 의사 및 간호조무사협회는 타 직역의 영역 침범이라 맞섰다. 직역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면서 정작 의료계의 본질적인 문제인 낮은 의료수가는 뒷전으로 밀렸다. 여성경제신문은 깐깐한 팩트 체크 코너를 통해 간호법의 본질적인 쟁점을 살펴보고 법 제정안 방향성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① 간호법에 문 닫는 요양원 속출···'지역사회'가 불러온 나비효과
② 응급구조사 설 자리 없어지나···119구급대 간호사 진출 가속화 
③ 18년 동안 시도된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가 의사 반발 불러
④ 낮은 의료수가의 惡순환···"비싼 의사를 대신한 간호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간호법안이 의료법과 큰 차이가 없자 법 제정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의 육성 및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선 간호법안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할의 기준이 없어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고 있기에 업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면 보건 의료계에서는 의료인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견인한 근본적인 원인인 의료수가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 보루인 건강보험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케어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26일 여성경제신문의 깐깐한 팩트 체크 결과 '간호법 제정으로 간호사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간호계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낮은 의료수가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우선 간호법과 의료법을 비교했을 때 간호사 업무의 차이는 없다. 두 법안 모두 간호사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자이자 간호조무사의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를 맡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간호법에는 간호사의 이직 촉진 요인에 대한 어떤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보건 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종합병원 근무 간호사가 평균 1.75회 이직했으며 의원 근무 간호사의 경우 97%가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간호사가 1번 이상 근무처를 옮긴 것이다.

근무 환경 실태조사 결과 간호사의 이직 원인 1위는 교대 근무 등 근무 형태로 나타났다. 과중한 업무량이 37.1%로 2위를 기록했으며 낮은 보수 수준도 22.2%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보건복지부,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근무 환경 실태조사 결과 간호사의 이직 원인 1위는 교대 근무 등 근무 형태로 나타났다. 과중한 업무량이 37.1%로 2위를 기록했으며 낮은 보수 수준도 22.2%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보건복지부,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이직 사유 1위는 41.4%를 차지한 '교대 근무 등 근무 형태'였다. '과중한 업무량'이 37.1%로 그 뒤를 이었고 '낮은 보수 수준'도 22.2%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간호사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3교대 근무가 있는 경우에는 퇴근 후 2시간 후에 출근해야 해서 잠조차 자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법정공휴일보다도 못 쉬고 있다"고 호소했다.

간호사의 업무량 과중 원인으로는 불명확한 업무 범위가 꼽힌다. 종합병원에 종사하는 간호사의 65.4%가 적절하지 않은 업무를 호소했다. 이에 의료계에선 제도화 없이 관행적으로 운용된 진료 보조(Physician Assistant, PA) 간호사 제도가 업무의 불명확성을 견인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PA 간호사는 의사 인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도입된 진료 지원인력이다. 일반 간호사와는 전문성·의료행위 허용 범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PA 간호사는 질병 진단·처방·약물 투여·수술 보조·상처봉합 등의 업무를 맡는다.

문제는 한국은 PA 간호사 운용이 제도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료법을 비롯한 간호법조차 PA 간호사를 다루지 않고 있어 불법적인 여지가 있다. 의사에게만 허용된 의료행위를 하는 PA 간호사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업무를 담당하는 셈이다. 심지어 PA 간호사 고용은 부서 이동하듯이 권유를 통해 진행된다.

반면 미국·캐나다 등 국가에선 전문 협회를 통해 PA 제도가 관리되고 있다. 또한 PA 간호사 자격은 기본적으로 석사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국가 인증시험도 통과한 사람에게만 부여된다. 

정작 PA 간호사 규모는 한국이 캐나다보다 10배 이상 많다. 윤석준 보건대학원 원장의 연구 결과 캐나다의 PA 간호사는 800여 명이며 한국은 1만명으로 추산된다. 캐나다의 인구가 한국의 절반가량인 3825만명인 걸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PA 간호사는 상당히 많다.

낮은 수가가 견인한 PA 간호사 제도
간호수가 원가보전율 38.4%에 불과
싼 수가에 덩달아 낮은 간호사 월급

우봉식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만나 "간호법 제정보다는 낮은 의료수가 문제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헌 기자
우봉식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만나 "간호법 제정보다는 낮은 의료수가 문제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헌 기자

다만 간호법으로 PA 간호사를 제도화하더라도 전반적인 간호사 처우 개선은 이뤄지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의료수가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의료수가는 진료·검사·입원·수술 등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의미한다. 통념적으로 의료인에게 배당되는 봉급과 의료수가가 같다고 인식된다. 

국가별 의료기관의 특성이 달라 의료수가의 직접 비교는 어렵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의 의료정책연구소 조사를 살펴보면 한국 요양기관의 초진 진찰료 의료수가는 미국보다 최대 18배 차이가 났다. 중증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일반 병원보다 의료수가가 낮게 측정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이 가운데 간호사에게 배분되는 간호관리료가 가장 심각했다. 간호사 인건비가 간호관리료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상급종합병원 병실당 간호관리료를 살펴보면 6인실 기준 하루 1만513원에 불과했다. 즉 기본 병실 운영만으로는 간호사에게 월급을 주기 어려운 구조다.

간호관리료 관련 세미나에서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발표에 따르면 입원료에 대한 간호관리료의 원가 보전율은 평균 38.4%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원가 보전율이란 지출 대비 수익 비율을 나타낸 것이므로 현재의 간호관리료는 간호사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는 수준임을 의미한다.

6인실의 경우 간호관리료가 1만513원으로 책정됐다. 6인실에 머무는 환자 20명을 한 달간 간호했을 때 약 600만원의 간호관리료가 책정된다. 3교대 근무하는 간호사 특성상 간호사 한 명에게 약 200만원의 월급이 산정된다고 유추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6인실의 경우 간호관리료가 1만513원으로 책정됐다. 6인실에 머무는 환자 20명을 한 달간 간호했을 때 약 600만원의 간호관리료가 책정된다. 3교대 근무하는 간호사 특성상 간호사 한 명에게 약 200만원의 월급이 산정된다고 유추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이은혜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는 본지에 "6인실 기준으로 하루 20명의 환자를 한 달간 간호했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에 약 600만원의 간호관리료가 발생된다"며 "600만원을 쪼개서 3교대 근무하는 간호사 3명에게 월급을 주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의 입원료 수준으로는 간호사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워 간호사를 충분하게 고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인력 처우개선은 간호법 만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입원료 등 건강보험 급여 수가를 원가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의 의료수가는 관련 법령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에 따라 산정된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보건소와 같은 비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 고시를 따른다. 

우봉식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저수가 문제를 포함한 의료와 관련된 전반적인 정책을 선진화해 비용-효익 구조를 최적화하는 것이 간호사 처우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우 대표는 "의료수가가 낮아 비용이 비싼 의사가 모든 환자의 진료를 보는 데 금전적 한계가 있다"며 "부족한 인력을 주먹구구식으로 대체하기 위해 의료기관에서 PA 간호사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 대표는 "의료수가가 올라야 의료인의 월급도 오르고 근무 환경도 개선될 수 있다"며 "간호사가 받는 금액을 높이기 위해선 낮은 간호관리료 원가 보전율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PA를 제도를 도입하면 질 좋은 의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다"며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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