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좋은 환경에서 키운 건강한 닭은
냄새도 없고 달걀도 비린내 안나
껍데기 단단해 택배로 전국 배달
귀농 희망자, 축산업에도 관심을

살다 보면 상상은 되는데 막상 해 본 적이 없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닭 안아 보기’다. 개나 고양이를 안아 보는 것은 자주 해 봤다. 반려동물이니 자연스럽게 안는다. 나는 돼지도 많이 안아 봤다. 이천의 돼지 박물관이 또 하나의 놀이터이자 일터인지라 자주 안아 본다. 돼지와 같이 노는 곳이라 돼지를 손님에게도 꼭 안긴다. 물론 깨끗이 목욕시킨다.

정작 닭을 안아 본 기억이 없다. 머릿속에 그려진 모습은 발이 잡힌 채 거꾸로 서 있는 닭이다. 그렇다. 시골 백숙집에서 닭을 주문하면 주인이 바로 뒷마당의 닭장에 가서 손수 닭을 잡아 들고 오던 그 모습이다. 생각해 보니 나는 닭을 내 품에 안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해 냈다. 드디어 내가 닭을 안았다. 서천의 양계장에서 해 냈다.

충남 서천군 마산면의 ‘벽오리 농장’은 달걀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양계장이다. 닭은 자연 양계 농법으로 키우고 농장은 동물 복지 인증을 받았다. 달걀은 자연 유정란이다.

지난 2월 벽오리 농장을 방문하였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벽오리 농장 박대수 대표(50)는 내게 날달걀을 건넸다. 숟가락으로 달걀의 윗부분을 톡톡톡 돌려쳐서 깨더니 먹어 보란다. 오랜만에 먹는 날달걀. 받아서 호로록 마셨다. 노른자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터지지 않는다. 달걀 비린내가 전혀 없네. 그래서 노른자를 슬쩍 터트려 맛을 보았다. 고소하다. 달걀의 나머지를 호로록 마셨다. 앗!  노른자 하나가 더 들어 온다. 쌍 알이다. 운이 좋았나 보다. 한 번 더 노른자의 풍미를 느꼈다.

벽오리 농장의 자연농법 달걀은 껍질이 단단하고 비린내가 없어 무척 고소하다. 날달걀과 구운 달걀을 생산한다. /사진=김성주
벽오리 농장의 자연농법 달걀은 껍질이 단단하고 비린내가 없어 무척 고소하다. 날달걀과 구운 달걀을 생산한다. /사진=김성주

박대수 대표는 나와 일행을 양계 하우스로 안내하였다. 하우스 안에 닭들이 분주하게 뛰고 있었다. 꼬꼬댁 소리가 추임새처럼 울렸다. 선뜻 양계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냄새가 날까봐 괜시리 문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런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양계장 안으로 고객을 넣어 봤다. 전혀 닭똥과 같은 냄새가 나지 않았다.

박대수 대표는 양계장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수백 마리의 닭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우스 앞에는 널찍한 마당이 있다. 닭들이 놀 수 있도록 일부러 조성한 공간이다. 포근한 모래와 흙이 있고 풀들이 자라는 마당으로 닭들이 날아가듯 뛰어가 자리를 잡는다. 장관이다. 퍼레이드를 보는 것 같았다.

수백 마리의 닭들이 산책하며 풀을 쪼아 먹는다. 그 중 한 마리를 박대수 대표가 들고는 내게 안겨 주었다. 얼떨결에 닭이 내 품 안에 들어왔다. 따뜻했다. 손으로 깃털을 쓰다듬으니 부드러웠다. 닭이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한동안 그대로 내 품 안에 둥지를 틀 듯이 앉아 있었다.

닭들이 농장 마당에서 산책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닭 특유의 냄새가 없어 안을 수 있다. /사진=김성주
닭들이 농장 마당에서 산책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닭 특유의 냄새가 없어 안을 수 있다. /사진=김성주

놀라운 풍경이 펼쳐져 연신 감탄하니 박 대표는 손사래를 친다. 잘 키우면 이 정도는 된단다.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자주 운동을 시켜주면 닭은 건강해진단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서천을 덮쳤을 때도 농장의 닭들은 끄떡없었단다. 건강하면 감기 정도는 진짜 감기처럼 지나간단다.

‘벽오리 농장’은 서천마산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산란계 농장이다. 서천마산협동조합은 서천군 마산면의 농민들이 연합하여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쇠락해가는 농촌을 다시 일으키기 위하여 소농들이 모여 만들었다. 달걀 사업이 주력이다. 닭의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착한 달걀만 판매한다.

우리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는 사람이 먼저이듯이 닭이 모여 사는 농장에서는 닭이 먼저다. 닭은 알을 매일 낳는다. 수컷과 암컷이 어울리지 않아도 매일 낳을 수 있다. 무정란이라 부른다. 우리는 대부분 무정란을 먹는다. 벽오리 농장에서는 수탉과 암탉이 함께 지낸다. 닭의 세계에서는 수탉 한 마리와 암탉이 예닐곱 마리가 함께 있으면 서로 스트레스 없이 오순도순 지낸다고 한다.

농장은 이런 환경을 조성하여 유정란을 얻는다. 닭도 생물인지라 겨울에는 산란율이 50%가 떨어진다. 추우니까 아무래도 알을 낳는 활동이 움츠러드는 것이다. 벽오리 농장은 산란율을 높이기 위한 난방을 하지 않는다. 알을 낳으라고 독촉할 수는 없다는 이유이다.

닭에게서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생육 환경이 깨끗하고 먹이가 좋으면 된다고 답하였다. 우리 곡물을 사용한 자가 사료를 먹인다. 쌀겨, 볏짚, 현미, 밀, 고추씨, 황토, 청치, 조개껍데기 등에 유기농 배합사료와 미생물을 배합하여 만든다.

건강한 닭은 건강한 알을 낳는다. 우선 달걀 껍데기가 무척 단단하다. 한 번에 깨지지 않는다. 그래서 전국으로 택배로 나갈 수 있다. 또 노른자와 흰자가 엄청나게 탄력이 있다. 달걀에도 명품이 있다.

벽오리 농장의 조합원들. 맨 왼쪽이 박대수 대표이다. /사진=김성주
벽오리 농장의 조합원들. 맨 왼쪽이 박대수 대표이다. /사진=김성주

박대수 대표와 직원들은 모두 서천 사람이다. 서천에서 나고 성인이 되어서는 도시로 나갔다가, 결혼하고 애를 키우면서 다시 서천으로 돌아온 귀농인들이다. 생산과 마케팅, 판매, 체험 등의 업무를 분담하여 수행하고 있다. 사업을 키우기 때문에 좋은 인력이 있으면 언제든지 채용한다. 그러나 서천에 사람이 없단다. 다행히도 귀촌인들이 있어 벽오리 농장을 찾았고 합심하여 농장을 일구고 있다.

참여자 중에는 여성 인력이 많다. 함께 밥을 먹으며 농장 운영 회의를 하는 모습이 암탉과 수탉이 노는 모습과 비슷하다. 수탉이 한마디 하니까 암탉들이 그건 아니지 하면서 막 쪼아댄다. 수탉이 ‘알았어유~~~’하니 암탉들이 좋아한다. 협동조합은 서로의 협동으로 살아간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의결권이 같다. 그렇다고 리더십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리더십과 팔로십이 공존한다.

좋은 달걀을 생산하더라도 판매가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벽오리 농장도 판매에 늘 애를 먹는다. 그러나 프리미엄 달걀이라는 것이 입소문이 돌자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가끔 방송을 탄다. 방송에 나가면 순간적인 매출이 상승하는데 그만큼 품질관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 역풍이 불기에 조심스럽단다.

그래도 매출은 부족하다고 느낀다. 농장의 수입이 직원만의 수입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수입이기 때문이다. 농장의 활동은 마을과 지역의 활동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서천군은 충청남도의 남쪽 끝이다. 주변에 대도시는 금강 건너 군산과 익산이 있다. 벽오리 농장은 군산시의 로컬푸드 판매장에 달걀을 매일 진열한다. 그러나 이곳은 전라북도라서 다소 제약이 있다. 충청남도와 전라북도는 지자체가 다르다. 관할 지역의 농가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기에 서천의 농산물이 전북으로 넘어가는 것에 제약이 있는 것이다. 거리는 로컬 푸드가 맞는데 관할 구역이 로컬 푸드가 아닌 셈이다.

그래도 택배 시스템이 있어 버틴다. 우리의 택배 시스템은 세계 최강이다. K-택배라 해도 무방하다. 달걀 전용 포장재가 있어서 안전하게 택배로 달걀을 전국으로 유통하고 있다.

벽오리 농장은 올해에는 체험 활동의 비중을 높이고 싶단다. 우수한 달걀을 홍보하는 방법으로는 역시 직접 고객이 현장을 방문하여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체험 마케팅 차원에서 농장 체험을 새롭게 세팅하려고 한다. 닭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보여 주고 싶단다. 어쩌면 최초의 ‘치킨 테마파크’가 만들어질지 모르겠다.

행복한 닭 캐릭터 /사진=김성주
행복한 닭 캐릭터 /사진=김성주

농장을 방문한 김에 캐릭터 하나를 선사하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생태 캐릭터 중의 하나인 닭 캐릭터이다. 생태 보호에 앞장서는 농장이 있으면 농장의 성격에 맞게 캐릭터를 만들어 기증하고 있다. 앞으로 농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실 닭은 불행하다. 우리가 먹는 프라이드 치킨은 고작 3~4주를 키운다. 눈도 못 뜨고 볏도 영글지 않은 것이 영계라 불리며 팔린다. 공장식 양계장은 A4지보다 작은 닭장에 있다가 생을 마감한다. 겨우 1.5kg짜리 닭을 우리는 먹는다. 연간 10억 마리의 닭을 우리나라 사람이 먹는다.

우리나라 닭은 평균 수명이 3주이다. 자연 상태의 닭은 10년을 넘게 산다. 외국에서는 보통 3kg이 넘는 닭이 유통되니까 우리 닭보다 몇 달은 더 오래 산다. 닭을 가축으로써 인간이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잘 보살펴야 한다. 그래서 가축인데 닭을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닭들은 참 불행하다. 그래서 닭이 행복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벽오리 농장의 생각이 마음에 든다. 적극 지지한다. 앞으로 행복한 닭을 만나려면 서천으로 가면 된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길이 열려 있다. 대개는 농산물 중심으로 영농 계획을 세우는데 축산 분야도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연 양계 농법과 같은 자연 농법은 친환경적이며 생태 지향적인 농법이므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오히려 일손이 덜 간다는 반응이 있다. 생산량보다는 품질에 집중하므로 프리미엄 농축산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벽오리 농장은 서천군의 귀농귀촌 교육장이므로 누구든지 찾아가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노른자의 색은 무엇을 먹였나에 따라 다른 것이란다. 사료에서 옥수수 비중이 작으면 연하다. 닭의 건강과는 무관하다. 지나치게 붉은 노른자라면 고추씨를 많이 먹었거나 색소를 먹였을 확률이 높다. 탄력이 더 중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