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성장률 불친절한 75bp 인상
한은 1.7%→1.6% “더 하락할 것”
경상 적자 글로벌 기관 최저 1.3%

오락가락하는 경제 예측의 유일한 기능이 고대 점성술을 다시 존경하게 하는 데 있다는 비판이 최근 영국 경제 상황을 본보기로 나온다. 불확실한 시기 중앙은행이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예측을 수정한 원인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PA=연합뉴스
오락가락하는 경제 예측의 유일한 기능이 고대 점성술을 다시 존경하게 하는 데 있다는 비판이 최근 영국 경제 상황을 본보기로 나온다. 불확실한 시기 중앙은행이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예측을 수정한 원인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PA=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무역 악재로 1분기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관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최저 1.3%까지 보고 있는 가운데 6월에 있을 한국은행의 전망치도 기존 전망치(1.6%)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락가락하는 경제 예측의 유일한 기능이 고대 점성술을 다시 존경하게 하는 데 있다는 비판이 최근 영국 경제 상황을 본보기로 나온다. 그만큼 현대 중앙은행의 예측에 불신이 깔려있다는 것. 이에 불확실한 시기 중앙은행이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예측을 수정한 원인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은행 불신은 최근 영국중앙은행(BOE)의 전망치 수정을 계기로 터져 나왔다. 1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BOE 금리를 기존 4.25%에서 25bp(1bp=0.01%) 인상하면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3월 물가상승률은 10.1%를 기록하며 작년 9월 이후 7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지속했다.

15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금리보다 더 주목받은 것은 수정된 경제 성장률이다. 이날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0.25%로 전망했다. 지난 2월 –0.5% 전망에 비해 무려 75bp 상향 조정됐다.

베일리 총재(사진)와 BOE는 전망 근거에 대해 언론의 거센 질문에 직면했다.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경제 예측은 부정확한 과학이다”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대대적인 수정은 중앙은행이 대중을 안심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AP=연합뉴스
베일리 총재(사진)와 BOE는 전망 근거에 대해 언론의 거센 질문에 직면했다.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경제 예측은 부정확한 과학이다”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대대적인 수정은 중앙은행이 대중을 안심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AP=연합뉴스

베일리 총재와 BOE는 전망 근거에 대해 언론의 거센 질문에 직면했다.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경제 예측은 부정확한 과학이다”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대대적인 수정은 중앙은행이 대중을 안심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이 같은 큰 폭 상승 전망은 1997년 전망치 발표 시작 이후 처음이다.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021년 당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금리 인상 시기를 늦췄고 결국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결국 고강도 긴축은 2023년 5월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재정부양책의 경제적 효과, 기대인플레이션 전망 등 연준의 오판이 미국에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7월 소비자물가상승률 9.1%)을 겪게 했다고 분석한다. 고물가에 따른 강달러 현상(금리 인상)으로 특히 신흥국은 무역 적자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재정부양책의 경제적 효과, 기대인플레이션 전망 등 연준의 오판이 미국에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7월 소비자물가상승률 9.1%)을 겪게 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피해로 인한 재정부양책의 경제적 효과, 기대인플레이션 전망 등 연준의 오판이 미국에 41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7월 소비자물가상승률 9.1%)을 겪게 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직전 전망치보다 매번 더 낮은 수치로 수정됐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1.7%에서 올해 2월 1.6%로 소폭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KI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5~1.3%로 떨어뜨린 가운데 한국은행도 기존 전망치를 내달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면서 6월에 있을 성장률 전망이 1.6%보다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확실시되고 있다. 44억6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7개월째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1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대중국 수출 부진이 주효하다.

한은 “성장률 1.6%보다 낮아질 것”
기재부 “상저하고 전망 수정 안 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3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 회복이 당초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약간 지연되는 것 같다”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6%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 초 ‘상저하고(상반기 침체 하반기 회복)’ 전망을 수정하지 않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사진)는 3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 회복이 당초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약간 지연되는 것 같다”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6%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사진)는 3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 회복이 당초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약간 지연되는 것 같다”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6%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12일 '5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브리핑에서 "'상저하고'에 대해서는 기관 간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인식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반도체 기업의 재고도 2~3분기 갈수록 낮아질 것이고 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상저하고의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중국 리오프닝 이후 한국에 도움이 되는 제조업 분야보다 서비스 분야 중심으로 중국 경기가 회복하면서 한국 무역 적자가 흑자로 전환되지 못했다. 중국의 반도체 등 부품 재고가 쌓여있는 것도 한국 수출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중국 건설 경기 회복을 시작점으로 하반기 한국 무역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75bp 성장률 상향조정 당사국인 영국의 현지 언론은 불확실한 시대에 중앙은행의 설명이 국민에게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FT는 “경제학자들은 2020년 이후 유례없이 불확실한 세상에 직면해 있다. 예측은 특정 시점에 내린 판단에 따라 달라지며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올 때마다 이러한 판단을 재조정해야 한다”면서 “경제학자들은 예측 사이에 주요 판단이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수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측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경제 예측을 예측이 아닌 기준점으로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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