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차별 견뎌내게 해 준 K팝
희망 있는 미래지향적 가사가 힘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프랑스 여행객이 부산 해운대를 둘러보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프랑스 여행객이 부산 해운대를 둘러보고 있다. /김현우 기자

"다문화 국가라고 하지만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이란 꼬리표에 차별 경험 많았죠. 그런데 BTS의 노래가 제 삶에 희망을 줬어요."

프랑스 출신 K팝 팬 중 알제리 출신 팬층이 특히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식민지배국이었던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 3세·4세가 다른 인종 대비 K팝 팬층이 많다는 것이다. 

1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앞서 19세기, 프랑스는 해적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알제리 지역을 침략해 식민지화했다. 프랑스의 지배하에 알제리 현지인들은 프랑스의 우민화 정책 등을 겪으며 탄압받았다.

당시 프랑스인들이 알제리 해안 도시에 많이 거주하며 살게 되었는데 알제리에 정착한 프랑스인들은 '피에 누아르(Pied Noir·검은 발)'라고 칭해졌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 기간 알제리는 프랑스 본토의 일부로 취급되었지만, 무슬림과 유대인들에게는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기도 했다. 

이같은 갈등으로 인해 아직도 프랑스에 거주하는 알제리 출신 이민자는 적지 않은 차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차별은 아니지만 사춘기 시절인 10대 사이에선 알제리계 프랑스인이 왕따 등 괴롭힘도 받고 있다는 것. 

한데 이들에게 희망을 준 음악이 K팝이라는 흥미로운 반응이 관찰됐다. 프랑스 통계조사기관 'INSEE'에 따르면 프랑스 내 K팝 인종별 선호도 조사에서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이 전체 인종 중 36%를 차지했다. 

K팝에 빠져 현재는 한국에서 거주 중인 알제리계 프랑스인 제드(Jade) 씨. /본인 제공
K팝에 빠져 현재는 한국에서 거주 중인 알제리계 프랑스인 제드(Jade) 씨. /본인 제공

현재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는 상당한 수준이다. 트위터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2년 기준 한국 콘텐츠를 가장 많이 트윗한 유럽 국가 2위, 전 세계적으로는 13위를 차지했다. 

한국으로 유학이나 여행을 떠나는 프랑스인도 크게 늘었다. 어학 연구 여행사 보야주랑그 관계자 루이(Louis) 씨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한국어 강좌를 듣기 위해 한국행을 택한 학생 수요가 5년 새 300%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 프랑스인 중 알제리 출신 팬층이 두껍게 나타난 것에 대해 INSEE는 "알제리 출신으로서 프랑스에서의 차별 경험의 아픔을 K팝으로 치유했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면서 "예를 들면 르세라핌, BTS 등의 노래에는 '힘든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 등을 이야기하는 가사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노래에는 이런 메시지가 담긴 곡이 K팝에 비해 적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에서 생활 중인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 제드(JADE) 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알제리 출신으로서 백인 프랑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면서도 "BTS 노래 중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속에,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널 위로해 줄 내가 기다릴 거야'는 가사가 맘속 깊이 와닿았다. 이후로 K팝 팬이 되었고 결국 한국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서경 한라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사랑 주제가 대다수인 현대 음악과 달리 K팝 음악엔 끊임없는 자기성찰, 미래지향적인 주제가 담긴 음악이 많다"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특징이 K팝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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