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접수 469건···자진 신고 한정된 것
전세 내놔도 집주인이 일방 취소하기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세입자 자살 사건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전세 사기 사태가 부산시로까지 확산하며 전국을 덮쳤다. 전국 100채 이상의 다주택 임대인이 요주의 대상이다.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전세 자금 지급을 미루거나 고의성 부도를 내면서 세입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24일 부산광역시에 따르면 전세 사기가 부산시 내 상대적으로 1인 가구, 원룸, 오피스텔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히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형준 시장은 이날 '전세사기 피해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전세 사기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전세 사기 피해 예방 및 피해 지원 확대, 단속처벌 강화 등 전면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언론 및 수사기관 등을 통해 전세 사기 피해가 확인된 단지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법률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공인중개사 협회를 통해 전세 사기 예방 및 감시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부동산 중개·거래 시 모든 전세 사기 위험 사항에 대해서는 임차인 등 세입자들에게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아울러 지자체 홈페이지 및 사회관계망(SNS)을 활용해 전세 사기의 피해 유형,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자세히 알리기로 했다.
이미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경우엔 전세보증금 대출이자를 2년간 지원한다. 아울러 전세 사기 피해자 중 부산시에 사업장을 둔 소상공인에게는 업체당 3000만원 이내에서 융자를 지원하고, 3년간 연 1.5% 수준의 이자를 보전해 준다. 또 전세 사기 피해 건물에 대한 수선유지 및 관리 부실 문제 해결에도 나선다. 승강기안전공단, 소방본부 등 관련기관의 협조를 얻어 엘리베이터 및 소방시설 등을 점검·정비하고, 사용료 체납으로 인해 단전이나, 단수 상황에 놓인 피해 세대에 대해서는 행정적으로 유예하도록 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전세 사기로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부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가 확산하면서 최우선 변제 대상 보증 금액을 1500만원 일괄 상향하고 최우선 변제 금액도 500만원 올린 바 있다. 예컨대 1억4500만원 이하의 전세의 경우 4300만원에서 4800만원까지 변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낮은 기준에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세 사기 전국 확산 추세는 점입가경이다. 이날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전세 사기 의심 거래 469건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지역별로 의심 사례는 서울 291건, 인천 91건, 경기 80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는 강서구가 166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천구(27건), 구로구(25건), 관악구(15건), 금천구(15건) 등 순이었다.
다만 이번에 수사 의뢰가 이뤄진 469건은 최근 서울과 인천에 개소한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사례다.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건에 한정된 것이어서 전세피해지원센터가 없는 다른 지역까지 조사가 이뤄진다면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공무원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을 옮기려고 부동산에 전세를 내놔도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재 시세보다 2000만원 더 높은 전세자금을 내놓느니 거래를 사전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몰라 공무원들마저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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