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에 전세사기 피해자는 급증
보증보험 '무용지물' 국회 제도 개선 시급
전세사기 예방 법안 다수지만 통과는 0건

최근 일명 '빌라왕' 전세사기로 전국 각지에서 임차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1대 국회 이후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안은 15건 이상 올라가 있지만, 여야의 정쟁으로 법안 심사는 지지부진해 국회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한 법안은 모두 15건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주택도시기금법, 국세징수법, 공인중개사법, 형법 등 여러 법안을 개정해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법안은 단 두 건에 그쳤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0건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9월 나쁜 임대인 공개법(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 준 전세금 변제를 장기간 회피한 나쁜 임대인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자는 내용이다. 현재는 개인자산 및 신용정보 보호법에 따라 임의로 공개할 수 없다.
또 국세기본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매나 공매 등 강제징수 절차가 진행될 때 종합부동산세 등 당해세(해당 부동산 자체에 부과된 세금)의 법정기일이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뒤일 경우 세입자의 보증금을 우선 변제하자는 게 골자다.
지난 10월에는 전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 임대인의 국세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국세징수법 지방세징수법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 단계다. 개정안은 임대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도 세금 체납 여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와 여야는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 사기 피해자가 급증하자 임차인 보호 등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전세 사기는 서민의 금전적 피해는 물론 주거 불안으로 고통이 가중된다. 현재 마련된 법으로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보증금 반환이 후순위로 밀리고, 법적 구제 절차도 복잡해서다. 특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차인은 전세 보증금도 돌려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세입자가 집주인의 신용도 확인을 위해 세금 체납 현황을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최우선 변제 소액 임차인 변제금을 1억5000만원에서 1억65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집세 대신 관리비를 높이는 것도 제동을 걸었다.
정치권도 제도 개선과 입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전세 사기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늘면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며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지난 27일 "정부가 전세 사기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입법을 통한 국민 보호가 절실하다"며 "국민의힘은 보다 적극적인 입법 추진으로 정부의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법안 내용은 다양하지만, 전세 사기 피해 사례가 급증하면서 근본적인 재발 방치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야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논의가 지지부진한데, 전세 사기 관련 해당 법안들이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게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전세 보증금 반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세입자의 전입신고 당일 주택담보대출 시행 행위를 막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일찌감치 통과됐다면 최근 기승을 부리는 임대인의 소유권 변경으로 인한 임대인 피해는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국토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뒤늦게 정부가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전세 피해가 2018년도에 비해 5배나 늘었다"며 "사회초년생은 물론 주거 약자들의 고통을 분담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