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딸' 작가 '윤슬' 피해 주장
어공주 웹툰 재판에서 일부 승소
아이디어·플롯 저작권 보호 안 돼
"독특한 소재는 저작권 보호해야"

표절 논란에 휩싸인 '황제의 외동딸'과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의 웹툰 표지 모습. /카카오페이지 제공
표절 논란에 휩싸인 '황제의 외동딸'과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의 웹툰 표지 모습. /카카오페이지 제공

매출 1조원을 넘기는 웹툰·웹소설이 등장하자 저작권을 둘러싼 분쟁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더욱이 웹툰·웹소설 업계에선 소재나 스토리 라인 혹은 등장 인물 설정을 노골적으로 베끼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려워 원저작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로맨스판타지·무협 장르가 웹소설과 웹툰에서 흥행하자 스토리 라인 베끼기가 일상화했다. 최근엔 추공(필명)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 웹툰판이 1조 매출을 달성해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키자 '나 혼자만~'으로 시작하는 웹소설과 웹툰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툰 순위 갈무리. 순위권에 들어간 웹툰 장르는 대부분 로맨스판타지나 무협·액션이다. /카카오페이지 제공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툰 순위 갈무리. 순위권에 들어간 웹툰 장르는 대부분 로맨스판타지나 무협·액션이다. /카카오페이지 제공

로맨스판타지 장르의 흥행을 일으킨 웹소설로 1억 조회수를 목전에 둔 '황제의 외동딸(황제딸)'의 '윤슬(필명) 작가도 "작품의 저작권이 침해당했다"며 "해외에서까지 표절 관련 허위 사실이 유포돼 명예까지 훼손됐다"는 입장문을 지난 18일 발표했다.

윤슬 작가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작품은 '플루토스(필명)' 작가의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어공주)'다. 윤슬 작가가 주장한 유사성 근거는 동일한 소설 문장이 아닌 '플롯'에 있었다. 방치된 채 자란 공주가 아버지의 사랑을 되찾고 그로부터 살아남는 전체적인 줄거리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윤슬 작가는 등장인물·인물 관계성·주요 에피소드 등 설정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플루토스 작가는 표절 논란이 일자 황제딸 표절을 인정해 어공주를 습작 처리하고 수정까지 했다. 그러나 유사성이 완전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웹소설이 출판됐고 웹툰 그림작가인 '스푼(필명)'이 어공주를 웹툰으로 발간하면서 저작권 이슈가 다시 불거졌다.

스푼이 그린 웹툰에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이 달리자 스푼이 댓글 작성자 4명을 상대로 각각 3100만원에 달하는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 재판에서 스푼 작가의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어공주가 황제딸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재판 결과가 이렇게 나온 건 현행법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99다10813)에 따르면 소설에 등장하는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사건·배경 등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부분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글로 표현된 저작물만 보호되기 때문에 줄거리나 등장 인물이 유사한 것만으론 저작권 침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플롯이 유사하다는 사실만으론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아이디어나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을 도용하는 경우는 저작권 침해는 아니나 표절에는 해당한다. 표절이란 다른 사람의 창작물 일부 또는 전체를 도용해 마치 자기 창작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남의 창작물을 자기 것인양 쓴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와 유사하지만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닌 아이디어나 보호기간이 끝난 저작물을 도용하는 것이어서 윤리적 비난은 받을 수 있어도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니다.

이에 따라 스푼 재판에서 재판부는 출판물의 저작권 침해 여부만 심리를 했다. '카피킬러' 인공지능 표절 검사를 한 결과 0%의 표절률이 나옴에 따라 저작권은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두 저작물 사이에 내용 상 유사점은 있었지만 글로 표현된 출판물엔 베낀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그러자 어공주 출판사는 재판부의 선고를 인용해 "대상저작물(황제딸)을 표절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며 "(어공주가 표절했다는)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나 선처 없이 법적으로 조치하겠다"고 나왔다.

당사자인 윤슬 작가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어공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건 윤슬 작가인데 정작 스푼 재판은 본인이 배제된 채 진행됐기 때문이다. 윤슬 작가는 "어공주 출판사는 7년 동안 원저작자인 나에게 법적으로는 물론 어떠한 연락이나 접촉도 없었다"며 "정작 두 작품은 표절로 재판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본지에 "아이디어는 저작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도 새로운 장르를 연 독특한 소재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으로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소셜미디어(SNS)가 발달하기 전에는 표절작인지 알기가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다"며 "이제 정보 소통이 활발해진 만큼 저작권법이 더 세밀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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