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안정성보다 혁신 외친 증권사 CEO
은행발 겸업화 논의 증권·운용사로 확전
SVB 사태 제도 개혁 기회로 보는 분위기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향' 세미나에서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향' 세미나에서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국제화대응단(TF)'을 꾸린 날 모기지저당증권(MBS) 기반 저리 대출을 남발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뱅크런 사태가 터지면서 금산분리 완화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14일 미국에서 SVB 사태가 발발하면서 금융위원회가 추진할 예정인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경계의 시선이 일고 있다. 규제 완화보다는 금융안정성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증권 전업주의에서 탈피해 투자은행(IB) 부문 경쟁력을 강화할 호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원인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행한 도드-프랭크법(금산분리) 완화 탓으로 돌리면서 새롭게 등장할 특화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도 없진 않다. 그러나 지금이 오히려 이자장사와 전업주의에서 탈출해 세계화와 겸업화 기회라는 목소리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새로운 운동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들과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컨텐츠를 선도해온 소프트파워 경쟁력을 살리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자장사와 전업주의에 매몰된 금융 생태계 개선을 위해 신규 은행 추가 인가, 은행과 비은행(빅테크·핀테크) 간 경쟁 촉진 방안 등을 검토해 왔다. 아울러 특색 있는 소규모 은행을 늘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소규모 인허가(스몰라이선스)를 활성화하는 정책도 고려 대상으로 올렸다.

금융위가 지난달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5대 금융지주 중심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김 부위원장이 단장을 맡기로 한 '금융국제화대응단'은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조직이다.

김 부위원장은 "자기자본 규모 면에서 아시아 10위권 내 회사가 해외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4.3% 정도밖에 안 된다"며 "금융 산업의 외연 확대는 필수적"이라고 했다. 또 그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있다"면서 금융과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blur) 시대임을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집계한 2022년 투자은행 부문 IB 순위를 보면 JP모건, 골드만삭스, BOA메릴린치,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5대 금융지주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파이낸셜타임스가 집계한 2022년 투자은행 부문 IB 순위를 보면 JP모건, 골드만삭스, BOA메릴린치,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5대 금융지주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형금융지주 시대로 글로벌IB 재편
법인지급결제 증권사 허용 목소리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도 세계화와 겸업화로 나아가자는 목소리가 컸다. 좌장을 맡은 신인석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화라는 과제를 이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뉴 트렌드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패널로 나선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기존 제도와 프로세스를 투자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에 기대를 내비쳤다.

국가 간 자본이동의 활성화를 통해 해외진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만연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는 "해외 진출만큼 글로벌 금융회사가 국내에 진출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13개 해외 지역에 진출한 경험에 비춰보면 지속적 투자 의지가 중요하다"며 "경제가 성장하고 자본시장이 활발하며 금융자산이 축적된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화은행 설립 외에도 법인지급결제 등 증권사의 수탁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 자본시장법상 개인은 증권사 계좌를 통해 자금을 송금·이체할 수 있지만, 법인은 증권사 계좌로 ‘회사 통장’을 만들 수 없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에도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해 기업과 관계형 금융이 형성되고 근로자 자산관리와 연금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업계는 사라지고 겸업화가 대세로 자리매김했다"며 "2022년 세계 IB순위를 보면 5위까지가 은행지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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