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월 소비자물가 전년 대비 6% 상승
작년 9월 이후 최저 상승 폭‧에너지값↓
‘SVB 사태’ 3월 금리 25bp 인상 유력

2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21년 9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 상승 폭인 6%를 기록했다. 스타트업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책임론이 불거졌고,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로써 기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하향 조정됐고 금리 동결 가능성도 열렸다.
미국 노동부는 14일(현지시각)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0%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6.4%)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수치며 2021년 9월(5.4%) 이후 최저치다. 월간 상승률 역시 전월 대비 하락했다(0.5%→0.4%).

물가 둔화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주효했다.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하락(-0.6%)했고 식품 가격은 전월 대비 오름세가 둔화됐다(0.5%→0.4%).
다만 소비자물가지수에서 1/3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보다 0.8% 올라 상승세를 지속했다. 또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전월대비 0.5%로 시장 예상치(0.4%)를 상회했다. 1월 수준(0.4%)보다도 올랐다. 작년과 비교하면 0.1%포인트만 하락(5.6%→5.5%),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최근 SVB 사태 등을 고려할 때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 위원들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리라 전망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SVB 파산 직전인 7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3월 빅스텝을 시사한 바 있다.
SVB 사태 이후 글로벌 IB들은 은행권 시장 불안을 고려하면 3월 금리 인상 전망이 크게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씨티(Citi)와 골드만삭스는 50bp(1bp=0.01%) 금리 인상에서 25bp 인상 전망으로 변경했다.

동결 의견도 수면 위로 올랐다. 미국 투자은행 GS는 “연준은 현재로서는 금융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인플레이션은 중기적 문제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며 “3월 동결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종금리 수준 또한 기존의 5.75%에서 5.5%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글로벌 은행 바클리즈(Barclays)와 글로벌 컨설팅 회사 옥스퍼드 애널리티카(Oxford Analytica)도 3월 금리 동결을 예측했다.
금리인하 의견도 나온다. 노무라증권(Nomura)은 "미 금융당국의 합동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시장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3월 인상(+50bp) 전망을 인하(-25bp)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또 양적긴축(QT) 또한 논의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은 하반기 금리인하 전망을 상반기로 당겼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는 미국 기준금리(현재 4.5%~4.75%)가 3월, 5월에 각각 25bp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6월에 첫 금리인하(-25bp)가 이뤄지고 9월에 다시 한 번 인하(-25bp)가 단행될 것으로 관측했다.
연준 금리 인상 중단 부정적 영향 우려
금융시장 안정 정책 신뢰 땅에 떨어져

SVB 파산에 따른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은 정책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월 소비자물가가 2021년 9월 이후 최저치라고는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연준이 주목한다고 알려진 비주택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SVB 사태를 통해 향후 은행 대출 기준이 강화되고, 이에 따른 실질적 금융긴축 및 인플레이션 완화 가능성 등이 전망된다”면서도 “연준은 고물가 관련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경우 연준의 정책 신뢰가 약화되고 은행권 불안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