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어렵게 느껴지는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다음 세대를 위한 작은 실천부터 찾아봐야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 들어는 봤지만 단번에 이해가 되는 개념은 아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 기관들과 협업하고,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개발도상국 지원에 나서며, 학계의 연구 활동과 관련 포럼에 관한 기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데도 말이다.
SDGs는 2015년 UN에서 채택된 의제로 2030년까지 전 세계가 함께 이행하기로 한 17가지 목표이다. 빈곤 퇴치와 함께 식량, 보건, 교육, 젠더, 사회적 불평등, 경제 성장, 기후 대응 및 생태계 보전 등 인류에게 닥친 중요한 문제의 해결을 공동의 목표로 삼아 전 세계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여기까지 듣다 보면 다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렇다면 SDGs와 함께 자주 들어왔던 ESG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CSR, CSV와는?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이 세 가지를 고려하는 경영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며 이를 실행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를 권고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기업이 ESG 경영을 위해 노력하며 연말이면 자사의 ESG 경영평가를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뜻이다.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는 직원, 고객, 공동체, 환경 등 이해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 이슈에 기업이 책임을 지고 활동한다는 것인데, 장학사업과 문화예술지원, 환경보호 등 사회공헌 활동이라 하겠다.
CSR이 수익 창출과 직결되는 활동이 아니라면, 공유 가치 창출을 뜻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는 기업 성과와 사회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이룬다는 뜻의 기업경영 모델이다. 그러니까 CSR, CSV, ESG가 기업과 연결된 사회적 가치 개념이라면 SDGs는 전 세계와 그곳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되새기며 실천해야 하는 목표인 셈이다.

이렇게 사회적 가치 개념들을 언급한 이유는 2월 말 오픈한 KF 갤러리의 전시 '오늘부터의 세계'(4월 7일까지)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다시 공공기관으로 돌아가 근무하고 있다고 적었는데 이 갤러리의 운영 역시 내가 맡고 있는 업무 중 하나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체코문화원이 주최한 이 전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17가지 SDGs를 사진과 AR 작업으로 동시에 선보인다.
체코의 젊은 작가 다비드 톄신스키(David Tešinsky)의 사진은 우크라이나의 교전 지역과 자메이카의 빈민가, 독일 위헨 탄광지역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부조리한 현재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으며, 체코문화원 본원에서 제작한 'SDGs: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에 관한 AR 작업은 각각의 목표와 그것을 위한 실천 방안을 3차원 이미지 안에서 설명한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황폐한 탄광 앞으로 토끼 한 마리가 공중 부양하듯 뛰어다니고, LGBTQ 페스티벌에서 백설 공주로 여장을 한 남성의 행복한 모습과 그들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무슬림 여성들 등 세상 속에서 우리가 맺고 있는 여러 방향의 관계를 포착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무심코 혹은 몰라서 지나쳤던 세상의 속살에 대한 자각이 든다.
“66개국을 다니면서 사진에 환경 등 사회 이슈를 녹였습니다. 사진을 저만의 무기로 사용해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동시에 불평등을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방한한 작가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했던 말인데, 작가의 의도처럼 사진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지내왔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했다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작은 실천과 지속적인 관심이 모여야 어렵게 보이는 큰 목표에 조금씩 다가설 수 있다. ‘불평등을 감소’하기 위해 평소 내가 쓰는 단어나 행동에 차별적인 부분이 없었는지 돌아보고, ‘에너지의 친환경적 생산과 소비’를 위해서는 대기 전력은 꺼 놓고 제로웨이스트(무낭비)에 힘써야 한다.
일면 구호처럼 보이는(그래서 익숙하지 않았던) SGDs를 구체적 ‘To Do List’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금 이곳을 더 망가뜨리지 않은 채 다음 세대에게 전할 수 있다. 당장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오늘부터의 세계’는 달라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