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구심점 없어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공천 학살·지지 기반 악화 등 내홍 복합적 요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당 내홍이 커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분당' 가능성 여부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공천 불안감과 현 지도 체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다수의 정치 전문가들은 당장 민주당 분당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았다. 다만 현 지도체제가 유지되고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을 납득시킬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비상대책위원회 수순과 분당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시점은 연말연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3월 1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주 대비 5%p 떨어진 29%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20%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6월 5주차 이후 8개월 만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한 주 만에 지지율이 4%p 이상 급락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39%로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10%p다.
이 같은 지지율 급락 상황도 당내 일부 의원들의 불안감을 돋우는 촉매제가 됐다. 당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향후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결국 분당(分黨)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라디오에서 "친명·비명 공천 공포증까지 오면 잘못하면 민주당이 분당의 길로 간다"고 말한 내용과 결이 같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내 한 중진 의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총선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지지율은 바닥인데, 당이 이대로 총선까지 불안한 상태로 간다면 당은 몰락"이라면서 "당장은 섣부르지만 (당내 변화 가능성이 없다면) 이재명계든 비이재명계든 생존을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맞는 그룹들끼리 모여 논의를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스스로 나서 당을 깨자고 정면돌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당의 암흑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숙고해야 하고, 이 대표와 지도부가 당의 방향을 제시할 때까지는 겉으론 싸우는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선 일단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도 현재 친명·비명계 모두 분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다. 다만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원내대표 선거 결과와 향후 지지율 추이, 이 대표 측의 합리적인 안 제시 여부에 따라 민주당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성 친명계 의원이 선출되거나 반대로 중도 합리적 인사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새 국면이 될지 더 악화될지 판단할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 분당은 가능하지 않다. 총선까지 아직 일자가 많이 남았고, 분당을 하면 나가는 쪽은 빈털털이가 되는데 아주 절박하지 않는 한 분당 결정은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당에서 터져나오는 내홍은 현 지도체제에 불만이 많으니 대안과 변화를 만들라고 일종의 겁을 주기 위해 경고성 발언들을 내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선 때까지 현 체제가 유지된다면 선거가 임박할 때쯤 (분당)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지난번 체포동의안 부결에는 총선 불안감, 공천 불안감, 지지 기반 약화 우려가 내포된 것"이라며 "현 체제 유지로 이 세 가지 불안이 더욱 악화된다면 연말 연초에는 분당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 역시 민주당의 분당은 지금 현재 시점에서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엄 소장은 "지금은 민주당의 총선 비전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고, 공천 학살도 있기에 이런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이 대표에게 경고 또는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라며 "만약 이 대표가 여기에 잘못 대응을 한다면 분당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연말 연초까지 상황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선거를 한다는 것은 이번 국면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 대표가 그만둘 수는 없으니 향후 새 원내대표에 강성 친명계냐 아니면 중도 합리적 인사를 뽑을 것이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