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세상을 바꿀 여성 정치인
산자위 與 간사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
대학교수서 기업인 거쳐 국회의원 입성
남자도 힘들다는 자동차부품 제조 도전
화장실 청소하면서 솔선수범하니 신뢰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국민들로부터 ‘21대의 모 의원이 낸 법안, 여러 활동 덕분에 내가 참 행복하구나’라는 말을 듣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대학 강단에 서던 40세에 1억 원가량을 들고 여성 CEO의 불모지인 정통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기준 매출 7000억원, 종업원 수 1200명의 자동차부품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1998년부터 2020년까지 효림그룹을 이끌면서 대구상공회의소 부회장과 제8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까지 역임할 만큼 치열하게 살아왔다.
한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지 2년을 넘긴 해 국회 중요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직을 맡았다. CEO부터 정치인까지 맡은 바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모습에 일각에서 '한다면 한다'는 평을 받는 한 의원을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한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20년간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가르쳤다. 문헌 정보와 제조업 창업,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데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방향으로 취업한 비율을 조사해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 전공과 사회생활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저도 그 일환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원래 꿈은 대학교수였다. 빠르게 교수라는 꿈을 이룰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했고, 신설 학과를 선택했다. 처음 만들어진 학과다 보니 빌드업을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박사 과정도 거치고 20년간 대학 강단에 서던 가운데 IMF가 우리나라를 덮치며 유수의 기업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 당시 쌍용자동차의 자동차 사업부는 적자를 면치 못해서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고, 회사를 인수해서 운영할 생각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제안을 처음 받을 때 하얀 도화지 위에 물감을 던져서 퍼지는 듯한 느낌, 그런 충격을 받았다. 굉장히 많이 끌렸다. 제안받은 후 자료도 수집하고 자동차 산업 쪽으로 지인을 통해서 자문을 구했다. 전문가와 논의한 후 긍정적인 답들이 나왔다. 영업권까지 인수하면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자산만 인수하기로 협상했기에 자금 부담도 크지는 않았다.”
—그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사업에 관심이 있었나.
“아니다. 관심 분야는 아니었다. 다만 맡은 바를 충실하게 모두 채우고 노력한다면 외부인까지 인정하고 어느 순간에 다른 쪽에서 제안이 오기도 한다. 하나님이 계신다면 하나님이 나를 인정하셔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가끔 한다. 국회에 입성한 것 역시, 여성 기업가로서 제조업에서 성공했고 최선을 다한 결과, 세평이 좋았던 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8명의 자매 중에 막내인데, 유일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당시 사회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이례적인 케이스다.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버지는 딸이 많으셨고, 과거에는 딸은 무조건 시집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니들이 대학교를 졸업하면 그해 봄에는 대부분 모두 결혼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언니 대학교 졸업식 때 형부 되실 분이 꽃다발을 들고 왔다. 차례차례 결혼하면서 우리 자매들은 결혼 적령기를 놓치는 일이 없었다. 한 사람의 결혼이 늦춰지면 나머지 자매들의 결혼 시기가 쭉 밀리니, 어떻게 보면 아버지의 전략 같기도 하다.
굉장히 엄한 가정 교육을 받았다. 해가 떨어지면 집에 와야 하고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 역시 친구의 오빠가 있을 수 있으니, 아버지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제가 막내이고 아버지도 연세가 드시면서 고집이 많이 꺾이셨다. 저는 그 똑똑한 언니들이 어렵게 대학 가서 공부한 다음에 시집을 간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고, 시대의 흐름이 어릴 때보다 조금씩 여성의 사회활동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대학교수의 꿈을 미리 말씀드렸고, 대학 졸업 후 대학원까지 진학하겠다고 말씀드리니 허락해주셨다.”
—여성 CEO 불모지인 정통 제조업에 도전하면서 꺾이지 않은 배경은.
“자동차 부품업을 했을 때 여성 CEO가 극히 드물었다. 그만큼 환경이 거칠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제조업은 특히나 거칠지만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신뢰를 기반으로 정도경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항상 무엇이든지 오픈했다.
한 가지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직원 중에 한씨 성을 가진 직원이 있었다. 그런데 3개월 후 이분이 ‘다른 직원들이 이야기하다가도 저만 지나가면 입을 탁 닫는다’는 말을 전해줬다. 알고 보니 저도 한씨고 이분도 한씨라서 친인척인 줄 알고 직원들이 왕따시킨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중소기업의 한 단면을 느꼈다.
직원들에게 ‘가능한 친인척을 기용할 생각이 없지만, 만약 친인척을 기용한다면 여러분께 다 오픈을 하겠다. 제가 여러분을 믿고 뽑았기 때문에 나도 여러분을 믿고, 여러분도 나를 믿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후 친인척을 기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직원들과의 신뢰를 위해서 정도 경영을 한 것이 어려운 정통 제조업에서 꺾이지 않고 이어온 것 아닐까.”
—창업에 도전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인재 양성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재 우리 대학에서도 산학협력단을 체결해서 창업 교육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창업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뱁슨 칼리지나 프랑스의 창업사관학교인 에콜42의 경우 모든 프로그램이 창업 위주다. 사업 계획서 작성부터 마케팅과 수익을 내는 법까지 일정한 예산으로 창업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학교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는 상황이지만 교육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각 지역의 대학을 활용해서 창업 교육이 많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특히 초등학교부터 경제 교육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것이 전혀 없지 않은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경제 교육이 이루어지면 경제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 창업에 빨리 눈을 뜨는 학생이 나타날 것이다.”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이 2019년 3%대에서 지난해에는 6%대까지 올라갔다. ‘유리천장’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유리천장’은 빨리 없애야 하는 단어 중에 하나다. 아직도 우리나라 유리천장 지수가 OECD 29개국 중 꼴찌다. 솔직히 많이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현재 네이버, 현대자동차, 삼성 등 여성 임원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결국 전체 남성 임원 수에 비해 여성은 이제야 한두 명이 된 것이다. 그래도 현재 굉장히 능력 있는 여성 임원들이 많은 기업에서 발탁이 됐고 그들이 이끌어준다면 밑에 있는 후배들도 많이 진출할 수 있지 않겠나. 장래를 밝게 보고 있다.”

—여성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과 해결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19년 기준 여성기업은 전체 기업의 40.2%인 277만 개다. 여성 기업 수는 많이 늘었지만 조사를 해보면 규모 면에서 아직도 많이 영세한 편이다. 이 규모를 키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규모를 키우려면 결국은 여성 기업들의 마케팅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지만 판매하는 능력이 없으면 참 어렵다. 제가 봤을 때 여성 기업들이 만든 제품들이 굉장히 좋지만 마케팅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수익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구조다. 중기부도 이런 점을 잘 파악해서 여성 기업들의 마케팅 능력을 배가할 수 있는 쪽으로 여러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뷰 도중 인용된 여성 기업 현 실태조사 자료는 2019년에 발표된 내용이다. 한 의원은 지난 2020년 여성 기업의 실태조사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여성기업 주간을 지정해 국민 인식을 개선하는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 의원은 “기술 등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2년 전의 통계, 시차가 있는 통계를 가지고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뒷다리 잡고 정책을 펼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회사를 직접 운영해 보았는데,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던 부분과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1998년 사업을 인수하고 직원들과 인사하기 위해 회사를 찾았다. 나름대로 미용실도 가서 머리도 하고 찾아가니 남자 직원 10명가량이 앉아 있었다. 인사를 하니 직원분들이 저를 쳐다보는 표정이 너무나 굳어 있었다. 직원들의 눈동자 속에서 신뢰보다는 ‘저 여사장에게 내 미래를 맡겨도 될 것인가, 이 회사에서 끝까지 다닐 수 있을 것인가’라는 불안함을 굉장히 많이 느꼈다. 그래서 조직 문화를 만들고 문화를 통해 결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조업의 특수한 환경 속에서 모든 사람이 부인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자동차 부품업은 산업 특성상 절삭기기를 계속 돌릴 수밖에 없고 절삭유로 인해 화장실은 항상 지저분했다. 그래서 깨끗한 화장실 가지기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10년 넘게 혼자 화장실 청소를 했다. 여자 화장실은 물론 남자 화장실까지 혼자 청소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 몸으로 느끼는 변화를 제일 빨리 캐치한다. 화장실이 깨끗해지면서 직원들이 우리 회사가 바뀐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화장실 문화를 통해서 사장이 책상에 앉아서 지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항상 직원들보다 더 몸을 쓰고 겸손해하는 사장이라고 인정한 것이 회사 발전에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처음에 마주쳤던 직원들의 불안한 눈빛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나중에 한 분은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우리 회사에 다니는 덕분에 아들 하나 딸 하나 모두 시집 장가를 보냈다’는 말을 들으며 ‘내가 이런 이야기도 듣는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열심히 일하신 대가로 월급을 받으신 것이 당연함에도, 고맙다는 표현을 해주는 직원이 있어서 저 역시 참 고맙다고 생각했고 힘을 얻었다.”
—상임위 활동 중 주된 관심사는.
“14년 동안 중소기업계의 숙원사업이었던 납품단가 연동제가 통과됐다. 원자재가 급등하니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상생 협력의 방안으로서 납품단가 연동제를 통과시킨 것이 작년 상임위 활동 중에서 크게 기억에 남는다.
또 하나를 꼽자면, 전기의 원재료가 오르면 오른 만큼 전기료를 올려야 되고 내리면 내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아닌가. 그런데 하나의 상장 회사인 한국전력공사가 과거 5년 동안 전력 요금을 동결시켰다. 그러다 보니 한국전력공사의 경영이 악화돼서 채권 발행 한도를 높였다. 저는 과거 정부에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데에 대해서 야당도 흔쾌히 동의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간사로서 법안을 통과시킬 때 좀 더 세밀하게 다방면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지옥을 몇 번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은 지난 정부 때 굉장히 많이 설치됐지만,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포화상태라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합한 것이 육상 풍력이 아니라 해상 풍력이 아니냐고 생각을 하고 있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어민 수용성도 인정하면서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할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 의원은 14일 ‘해상풍력 계획 입지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어민 반대가 높았던 육상풍력이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고 해상풍력으로 한정되었다. 또한 어업인들이 예비 지구 기본설계안, 발전지구 등을 논의하는 민관협의회뿐만 아니라 해상풍력 사업에도 직접 참여해 그 이익을 공유하는 내용도 담겼다.)
—발의한 법안 중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법안과 그 이유는.
“여러 법안이 있는데 최근에 낸 법안 중에서 말씀드리자면, 민간 벤처 펀드 도입을 위한 벤처투자법 일부 개정안이다. 벤처 투자 시장은 많이 확대됐는데 민간 자본의 유입이 조금 역량이 낮은 편이었다. 투자 대상 탐색의 어려움과 비상장 투자정보 부족, 손실 위험 등 투자자의 부담을 줄이고 대규모 민간 자본의 벤처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기업들도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법안 중에 하나다.”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찾고 있나.
“솔직히 일과 삶의 균형이 깨졌다. 어찌 보면 팔자 같은데 기업을 할 때도 그렇고 국회에 들어와서도 일만 하고 있다. 일하다가 받는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풀어낸다. 매일매일 365일 새벽에 운동한다. 몸이 가벼워야 일이 잘 풀린다. 필라테스나 국선도를 하면 굉장히 몸이 가벼워진다. 특히 국선도는 굉장히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물구나무까지 성공했다. 아침마다 운동으로 일상을 되찾지만. 아직 일과 삶의 균형은 못 찾고 있다. 일만 하고 있다.”
—정계에 한무경 의원이 필요한 이유는.
“산업계를 대표하는 비례로서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에서 일을 해보니 결국 정치라는 것은 모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인 듯하다. 모든 분이 잘 살기 위해서는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경제를 잘하기 위해서는 경제, 산업 분야를 잘 아는 의원들이 국회에 포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내는 법안이나 저의 행동 하나하나로 우리 모든 국민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