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저급한 경쟁? 그런 의견 동의하기 어려워"
유흥수 "정책과 관련 없는 질 낮은 선거, 절대 지양"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윤상현, 황교안, 안철수, 천하람, 김기현 당 대표 후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유흥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윤상현, 황교안, 안철수, 천하람, 김기현 당 대표 후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유흥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주자 6인이 차기 당 대표로서 당 운영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비전을 밝혔다. 본선 진출자를 가려낼 여론조사를 하루 앞두고 그동안 각개전투를 벌여오던 후보들이 모여 당내 기여도와 경쟁력 등을 과시한 가운데, ‘윤심’ 논란으로 빚어지는 갈등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7일 강서구 SSA 빌딩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 발표회’에 모여 당 대표 비전을 발표했다. 발표는 추첨을 통해 천하람·황교안·김기현·안철수·조경태·윤상현 후보 순서로 진행됐다. 

첫 발표에 나선 천하람 후보는 족자를 꺼내 보이며 본인의 정책 비전을 밝혔다. 천 후보는 국민의힘 개혁과 총선 승리를 위한 비책으로 △당헌 8조 대통령 공천 불개입 △공천규정 제14조 제10호 당헌자격고사 의무화를 제안했다. 천 후보는 “국민들은 권력자나 그 소수 측근에 의한 공천보다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더 존중한다”며 대통령의 공천 불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천자격시험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도입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황교안 후보는 국민의힘 당색(色)인 빨간 목도리로 시선을 끌었다. 황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넥타이를 안 맨 채로 무대에 오른 김기현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며 24시간 민심, 당심을 듣는 살아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라며 “당·정 조화로 국정 에너지를 극대화시켜 정부의 성공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저는 이당 저당 기웃거리지 않고, 한 번도 탈당하지 않고 정통 보수의 뿌리 지켜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 정치하지 않는 대표, 사심 없이 당을 이끌어나가는 대표가 돼서 연대와 포용, 탕평을 통해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숫자를 키워드로 던졌다. 화면에 ‘4.7’, ‘0.73’을 띄운 안 후보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권교체 기반을 만들고 대선 단일화를 통해 (0.73%포인트 차이로) 정권교체에 기여했다”라며 “수도권을 탈환해서 170석 총선 압승을 하겠다. 좋은 후보를 공천하고 확장력 있는 당 대표를 뽑는다면 되찾아올 수 있는 숫자”라고 강조했다. 

조경태 후보는 윗옷을 벗고 찍은 초선 당시 포스터를 공개하며 비례대표제·국회의원 면책 특권·정당 국고 보조금 폐지 등 ‘3폐 개혁’을 당원들에게 비전으로 제안했다. 윤상현 후보는 14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대사를 변형해 “국민의힘 어셈블, 뭉치자 국민의힘”이라고 외쳤다. 윤 후보는 ▲덧셈정치 ▲이념정당 ▲국민 서비스 정당 ▲당원소환제를 통한 당원 중심의 정당 등을 발표했다.

김 후보와 안 후보 간 신경전은 비전발표회 뒤에도 지속했다. 김 후보는 비전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도 간첩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등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에게 자격 검증을 요구한 것을 두고 ‘저급한 경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런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보수 정체성 공세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안 의원은 “처음에 제가 더불어민주당의 정체를 확실히 알고, (국민의힘과) 같은 야당으로 민주당과 열심히 싸웠다. (대선) 후보 단일화를 통해서 정권 교체에 일조했다. 그걸로 제 생각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중도 사퇴론에 대한 질문에 “절대로 김 의원이 사퇴하시면 안 된다. 끝까지 함께 대결했으면 한다”고 했다. 친윤 진영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탈당까지 거론하며 후보직 사퇴를 압박하고 있지만 물러서지 않겠다는 취지다. 

한편 발표회에 앞서 유흥수 당 선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소위 윤심·윤핵관이 어떻니, 또는 연대니 하는, 정책하고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들은 이 시점을 기해 자제해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라며 “정책과 관련 없는 질이 낮은 선거는 절대 지양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속되는 국민의힘 갈등 국면에 김건희 여사 특검과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개입설 이슈는 묻혀 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전당대회를 둘러싼 이슈가 나경원 전 의원 사퇴 뒤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라며 “여당이 아수라장이 되어서 정치권을 흔들면서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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