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경기침체 영향
"손님 많아도 구매는 줄어"

경기 불황 속에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전통시장 상인들은 모처럼 찾아온 설 대목이 반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꺾여 장사가 예년 같지 않다는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설 연휴를 앞둔 19일 여성경제신문이 찾은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방문객이 몰렸다. 전국 최대 규모의 모란시장은 기존 명절엔 약 10만명이 몰려 모란역부터 장내까지 인도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상인들은 강추위 속에서 5일장(4일, 9일)인 장날에 나와 먹거리와 잡화 등을 팔고 있었다. 나물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은 장사가 어떻냐는 질문에 "예년에 비해 안 좋다"며 "장사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냥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로 나온다"고 말했다.
반찬거리를 파는 70대 여성은 "최근엔 비가 와서 완전 공치다시피했고, 오늘은 비는 안 오는데 장사가 잘 안된다"며 "다른 명절 때 같았으면 바빠서 화장실 갈 일도 없는데 아니다. 경제가 딱 보면 알지 않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낮 1시께 시장에는 크게 붐비는 곳이 없었다. 그나마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은 식자재 점포였다. 휴대용 라디오, 효자손, 냄비 등을 파는 점포는 발길이 뚝 끊겼다. 주변이 한산한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나다니는 방문객들은 좌판에 눈길을 돌리면서도 정작 지갑은 안 여는 풍경이었다. 생선 가게에서 민어와 같은 고가의 생선은 잘 팔리지 않았다.
건어물을 파는 40대 남성은 "물가가 많이 올라가서 아무래도 좀 매출이 더디다"며 "손님이 줄었다기보다는 소비가 중요한데 10만원 쓸 걸 7~8만원만 쓴다"고 전했다.
이어 "비싼 물품은 덜 팔리고 싼 게 팔리고 소비가 완전 변했다"며 "예전엔 손님들이 비싼 것도 사 먹었는데 이젠 어쩔 수 없이 먹어야 되는 것만 산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선 설 명절을 맞아 일제히 전통시장 방문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비롯 각 지자체장은 민생 행보의 일환으로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격려했다. 자영업자 비중이 꾸준한 감소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영업자는 563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0.1%에 불과하다.
소비 위축의 원인은 고물가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이 25만4500원으로 지난해 1월 대비 4.09%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량이 증가한 과일류, 견과류,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은 내렸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축산물, 과자류와 같은 공산품 가격이 올랐다.


